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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Aug 14. 2021

뭐가 이래 재수가 없을까?

이 글은 “만만해서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세요”의  뒷 내용입니다.





케이블카가 천둥번개로 연착되어, 저녁을 먹으러 출발한 시간이 8시였다. 코로나 거리두기로 10시에는 식당 문이 닫히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아이들과 저녁 먹을 곳을 향해 출발했다.     


부랴부랴 가는 중, 지치고 배고픈 아이들에게 분위기 전환 삼아 농담 한마디를 던졌다.     


“그 여자 직원이 참 예쁘더라”

“엄마는 내가 그 직원이 예뻐서 그랬다고 생각해?”

“아니, 그게 아니고.....”     


아차 실수다!!

그저 농담으로 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이의 자존심이 심하게 상할 것이다. 사춘기 아들에게는 이런 말이 그저 농담일 수 없는 것인데 말이다.

나는 나의 괜한 말을 수습하는데 진땀을 꽤나 흘렸다. 내 실수에 옆에 있던 큰아이까지 온통 동생 비위 맞추기에 돌입했으니 말이다.  오늘은 무엇하나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는 날이다.   


그렇게 땀을 빼며, 아이들이 평소 좋아하는 식당에 겨우 도착했는데... 오늘따라 식당이 일찍 마감했단다.     


“뭐가 이래 재수가 없담?”

“다른 데 가면 되지 뭐”


엄마의 분풀이 말에 본인도 움찔했던지, 이제 화가 풀렸나 보다. 둘째가 휴대폰으로 근처 식당을 검색하였다.

근처 다른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집에 오니 어엿 10시 반이다.      


휴~~ 한숨을 내뱉으며 내일 아침 ’ 조기출근‘을 생각하며 소파에 앉자마자, 다시 전화기가 울린다.     


“여보세요?”


“차가 제 오토바이를 박았거든요!!”


“네?? 차를 주차하고 올라왔는데........”     


그렇다. 늦게 들어온 나는 내일 ‘조기출근'을 할 생각으로 차를 ‘이중주차’를 하면서 기아 중립에 싸이드를 빼놓고 올라왔다. 그사이 차가 경사길에 혼자 밀려간 것이다!!!!     


“앗?! 안 다치셨어요?”     


말을 하면서 급하게 뛰어나가니, 내 똥차가 경사면에 미끄러져 오토바이를 박고 쓰러뜨려 정지되어 있었다. 오토바이 차주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오토바이는 정차 중이었다고 한다.     

급하게 보험회사에 전화를 거는데, 마침 그 길은 차가 회전하는 길이었음으로 차들이 지나가질 못하고 ‘빵빵’ 대며 난리가 났다. 차가미끄러져도 이런곳에 정지되어 있다니....  

진땀에 피땀을 흘려가며 ‘빵빵’ 대는 차들에게 가서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며, 차를 돌려줄 것을 부탁했다.      


사고 수습을 하고 집에 들어오니, “울컥”하며 울음이 터졌다.

케이블카도 정지하고, 가고 싶은 식당도 마감되더니, 이제 차까지 혼자 미끄러져 사고가 나고...

오늘 있었던 모든 상황이 내게 너무 가혹하고 억울하다는 심경까지 올라와서 나는 혼자 훌쩍댔다.


진득하게 땀을 흘리고도 씻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 훌쩍대고 있는 나에게 둘째가 보고는 사춘기아이의 까칠함으로 슬쩍 말을 건넨다.     


“오토바이 박았으니 재수가 좋은 거야 엄마”

“...........????”     


둘째 말이 맞다. 오토바이를 박았으니 재수가 좋은 거다!! 케이블카가 연착되지 않고, 처음 가려고 했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왔다면, 이른 시간이라 차가 미끄러져 사람을 다치게 했을 수도 있을 일이었다.     


고단했던 나의 하루가, 어쩌면 누군가를 다치지 않게 피해 가려고 만들어진 일이었다고 생각하니, 그 일들 모두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눈물을 닦고, 수건을 챙겨 얼릉 씻으러 들어가며 아이들에게 말을 했다.   


“오늘은 참.... 뭐가 이래 재수가 좋을까?”라고 말이다.     


힘든 오늘 하루도 지나갔다

오늘도 잘 넘겼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사람들은 말하곤 해요.

하지만 하루는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쌓여간다는 것 잊지 마세요!

(어떤하루 신준모)


ps. 나는 나에게 생기는 안 좋은 일에는 나쁜 의미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좋은 일에도 그렇다.

나쁜 일도 지나고 보면 좋은 일이었을 수도 있고, 그 일로 인해 더 나쁜 일이 생기지 않게 됐던 적도 많이 있었다. 지금 당장 보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길게 생각하고 깊게 관찰하면 그것마다의 의미 있는 일이 되어있다.

즉 나쁜 일과 좋은 일은 내가 그 일을 어떻게 해석하고 말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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