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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Oct 14. 2021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


공지영의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의 첫 번째 꼭지의 글이다.

‘공지영’은 딸 ‘위녕’에게 삶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그중 첫 번째 당부의 말이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이었다.     


잘 헤어지지 못하는 우리네 일상만 봐도 그렇듯, 잘 헤어진다는 것은 성숙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잘 헤어질 수 있는 남자를 만나라’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이것은 얼마나 사랑했느냐 보다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래, 예전에 이런 말을 했을 때, 네가 깜짝 놀라던 걸 엄마는 기억해. 누가 엄마에게 요청하지도 않겠지만 엄마는 주례를 설 때도 그런 말을 해 주고 싶어, ‘혹시 이혼하게 되더라도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을 그런 결혼을 이어 가십시오’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거든 잘 살펴봐. 그게 헤어질 때 정말 좋게 헤어질 사람인지를 말이야. 헤어짐을 예의 바르고 아쉽게 만들고 영원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나며 그 사람을 알았던 것이 내 인생에 분명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될 그런 사람, 설사 둘이 어찌 어지 한 일에 연루되어 어쩔 수 어 없이 이별을 하든, 서로에게 권태로워져 이별을 하든, 마음이 바뀌어서 이별을 하든, 그럴 때 정말 잘 헤어져 줄 사람인지 말이야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헤어짐은 자기 자신으로 독립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 그 자체로 세상에 우뚝 서 본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두렵고 외로운 일이며, 때에 따라서는 고통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인생은 고통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늘 항상 누군가를 완전하게 의지만 하고 살아간다면 힘든 일이 있어도 절망할 것 까지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헤어진다는 것에, 부모자식관계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부모도 자식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잘 헤어져 줘야 한다. 이때 잘 헤어지지 않으면 자식은 부모를 평생 의지할 테고, 부모 또한 자식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되어, 늘 끌려가고 끌려다니는 종속된 관계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니까 말이다.     


나도 아직은 어리지만 사춘기가 온 아들들에게 말해둘 것이다. ‘잘 헤어져주는 여자를 만나라’라고....     


모더나 백신 2차를 맞고 앓아누운 날, 외롭고 서러운 생각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너무 아프다.”


“병원 가봐야지?”


“엄마 아픈데 너는 뭐해?”


“농구하고, 친구들이랑 피시방 가려고....”


“엄마 아픈데 우리 아들은 잘 노네?”


“ 뭐 도와줄 것 있어?”


“아니 시간이 지나면 나아”


“그러면, 나는 오늘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엄마를 도와주는 일이네”


“....?”


“엄마가 아프다고 나도 아무것도 못하고 앓아누워 있으면 엄마는 좋겠어?”


“아니”


“도와줄 것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우리 아들 다 컸네”     


나의 아들은 지금 엄마랑 잘 헤어져 주고 있는 중이다.

헤어진다는 말이 슬프고 우울한 의미만은 아닌 것을 알게 해 준 아들에게 고맙다

헤어진다는 말은 다시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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