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kespear Beach에서
아이들의 방학을 맞아 오클랜드 도심을 벗어나 조개를 잡을 수 있다는 해변을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차로 5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 Okoromai Bay. 구글맵에서 검색해 보니 시커멓게 넓은 갯벌이 보인다. 도심을 벗어나 바다로 가는 구불구불한 길이 통영의 어느 해변길 같기도 하고, 홍콩 스탠리베이 가던 길 같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오클랜드 도심의 동네와는 다른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https://maps.app.goo.gl/PJNhzMAMvr7fc9c56
바다 앞,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갯벌로 나가본다. 이미 조개를 채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니 조개가 잡히긴 잡히나 보다. 갯벌을 손으로 훑어본다. 와. 여긴 그냥 조개 밭이다. 손을 훑는 족족 조개가 줄줄이 잡힌다. 서해바다 가까이에서 성장한 나로서는 조개가 이렇게 지천으로 널린 것이 너무 신기하다. 욕심이 나지만, 1인당 50개의 조개만 채취할 수 있다. 검사원에게 발각되면 엄청난 벌금을 문다고 한다. 우리는 잡은 조개를 하나하나 세어 개수를 맞추어 가져왔다.
잡아온 조개는 우여곡절 끝에 난생처음 직접 만든 칼국수로 탄생했다. 솔직히, 해감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요알못인 내가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것들을 해내고 있어 나 자신이 대견하다.
조개를 잡은 후, 대가족의 맛있는 점심식사! 각자 집에서 싸 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밖에서 먹으니 뭘 먹어도 다 맛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 모래놀이를 위해 옆의 해변으로 이동한다. 이름도 그럴싸한 Shakespaear Beach. 너무나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https://maps.app.goo.gl/d5KsJURGSgZXQf6Y8
해안사구를 넘어가면 바다가 쫙 펼쳐진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해변, 진짜 뉴질랜드에 온 것 같다. 그래, 이런 여유로움을 느끼려고 뉴질랜드에 왔지. 아이들에게 이런 자연을 보여주고 싶어 뉴질랜드에 왔지. 이곳에 온 지 6개월. 그동안 너무 마음의 여유 없이 조바심 내며 산 것 같다. 이제 뉴질랜드 자연을 즐기러 여기저기 다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