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현재, 현대사회에서 남도음식의 개념은‘광주·전남지역’이라는 매우 제한된 지리적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과거‘남도’는 전통적으로‘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삼남(三南) 지역을 가리키는 지정학적 용어이다. 그런데 왜? '남도'가‘광주·전남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걸까?
남도(南道)라는 개념은 과거 조선시대 이후, 사람들의 인식 속에 공간적, 정서적 인지 변화를 거치며 공간적 범주가 달라져 왔다. 지리적인 구분보다 문화적 관점(문화적인 위상, 정서적 감흥)을 내포하는 개념으로 '전라남도의 문화적 총체성'을 담보하는 의미로 굳어져 사용되고 있다. 1)
'전라남도의 문화적 총체성'
이 의미는 한국 판소리인 남도창(南道唱)과 남도민요(南道民謠) 등이 전라남도에서 파생된 만큼, 문화적인 위상과 역할이 함축적 의미로 해석되어 왔다. 현재‘남도(南道)’라는 단어가 전라남도의 문화적 총체성을 확보한다는 논리에 큰 이견 없이 통영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남도음식’이란 명칭도 음식 문화적 담론이 형성되어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
* 춘향전에는 다른 판소리 내용 중 가장 다양한 음식 종류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전라도가 다른 지방에 비해 풍부한 곡식과 해산물, 산채 등이 풍부하였고 부유한 토반들이 대를 이어 살았기 때문으로 해석
* 또한 슈박, 능금, 곳쵸, 호미씻이 쵸 등 외래농작물도 많이 표현되어 있어 조선후기 외래농작물 유입이 조선 전역에 보편화된 특성이라 추론
『김미혜·정혜경(2007), “조선후기 문학에 나타난 음식문화 특성”』
이러한 문화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남도음식문화'는 다른 지역에 비해 기록화가 되지 않아 저평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은 조선시대부터 음식문화가 확립되었지만 일제 식민지 시절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한국의 음식문화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한국의 음식문화는 주로, 궁중음식, 반가음식, 종가음식, 사찰음식 등이 주를 이루고 있어 특권층의 음식이 한국의 음식문화의 모든 면으로 집중 조명되어 왔다. 특히, 우리 민족의 음식문화 속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층민(서민)의 음식이 어떠한 변화 양상을 보였는지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 민족 다수를 차지했던 기층민의 음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는 남도의 발효음식(김치, 젓갈, 천일염 등)이 지역 음식을 넘어 한식의 형성과 발달과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과 근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도음식문화에 대해 지역별 조사 및 발굴을 통해 다음 세대에 전승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기록화를 진행하고자 한다.
1) 지춘상 외(1998).「남도민속학개설」, 태학사.
2) 지춘상(1985).「남도문화 특질론」, 전남대학교 어문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