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남도의 맛, 그 속에 담긴 지혜와 미학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이영애이다.
드라마 ‘불꽃’에서 스타일이 얼마나 멋있던지,
아마 그 시절 2030 여성들의 패션 아이콘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영애는 드라마에서 재벌집 며느리 역할이었는데, 일명 ‘청담동 스타일’로 상당히 인기가 많았다.
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영애 스타일을 따라 하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나의 롤모델인 이영애가 2003년~2004년 방영된 ‘대장금’에서 궁중음식을 요리한 모습을 보고 갑자기 요리가 배우고 싶어졌다.
내가 보기에 예쁘고 단아한 여인이 궁중음식을 요리하는 자체가 너무 멋있어 보였던 것이다.
나의 진로가 결국, ‘이영애처럼 되고 싶다’로 시작한 셈이다.
그 당시, 드라마에서 방영된 대장금을 통해 조선시대 궁중음식이 많이 알려지게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K-Food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나 또한 한국전통음식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궁중음식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조선시대 왕이 무엇을 먹었는지 궁금했을 테고 궁중음식이라 하면 뭔가 고급진 느낌이어서 많은 관심을 받지 않았나 싶다.
사실, 조선시대 일반 백성들은 궁중음식을 먹지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조선시대 음식하면, 궁중음식, 반가음식, 종가음식, 사찰음식 등 특정인들의 식생활에 대한 내용만 접했을 뿐, 우리 백성 대부분인 기층민(서민)은 주로 무엇을 먹었는지 잘 모른다.
특히, 남도의 기층민(서민) 음식문화에 대한 내용은 거의 전무하다.
박사과정부터 느꼈지만, 내가 남도음식을 집대성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내가 이영애처럼 대장금은 되지 못했지만, 음식을 글로 배웠으니 글장금은 할 수 있겠다 싶은 거지.
그래서 남도의 22개 시군을 차근차근 조사하며 기록화하게 되면 언젠가 남도의 기층민(서민) 음식문화에 대한 내용을 전체적으로 집대성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럼, 우선 조선시대 한국전통음식은 어떠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1)
조선시대는 한국의 음식문화 형식이 확립되었던 시기이다. 남도의 음식도 가장 큰 변화를 가지게 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전라남도는 조선시대 가장 많은 유배지가 있던 곳이다. 양반 사대부들이 남도로 유배를 오면서 남도 사람들과 교류하며 반가음식을 알려주는 사례가 많았다. 서민들은 남도 식재료를 가지고 그 조리법을 따라 하며 자신들만의 새로운 조리법을 만들었을 것이다. 아마도 전라남도 음식은 양반가문과 부유한 토반들이 ‘남도음식’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론을 해본다.
또한, 조선시대는 신분 계층 사회로 왕실, 양반(兩班), 중인(中人), 양인(良人=平民), 천인(賤人)으로 나뉘어 개인의 식생활 양상이 매우 달랐다. 왕실은 유교를 국교로 하여 유교적 정치윤리가 강조되는 사례(四禮), 그중 조상에 대한 봉제사(奉祭祀)와 가족제도에 따른 식생활이 크게 중요시된 시대였다.
고려의 불교에 의한 채소 소선 문화와 유교 통치 근간의 조선왕조 이념이 조선시대 식생활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조선왕조의 궁중음식인 일상식, 영접식, 제례식, 혼례식, 진연식 등의 식생활 문화가 일반 서민에게 까지 영향을 미쳤다.
조선 전기 양반은 가장 풍요로운 식생활을 영위하며 음식문화 전승자 역할을 하였다. 중인들의 식생활은 양반의 식생활을 모방하려는 경향이 컸지만, 양반보다 더욱 풍요로운 식생활을 즐겼고 조선 후기에는 신분 질서 와해와 함께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양인은 대부분 가난한 농민들로 늘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 있었다. 양인들의 음식은 풍속화, 민요를 통한 식생활 기록과 판소리에 나타난 내용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 천인은 공(公), 사(私), 노비(奴婢)로서 최하급 사회계층으로 분류되어 식생활 수준은 늘 빈궁한 상태에 처해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 평민 의식 발흥으로 양반과 서민 사이의 간격이 좁혀지기 시작하면서 계층적 식생활 관습이 통일되기 시작하였다.
* 춘향전에는 다른 판소리 내용 중 가장 다양한 음식 종류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전라도가 다른 지방에 비해 풍부한 곡식과 해산물, 산채 등이 풍부하였고 부유한 토반들이 대를 이어 살았기 때문으로 해석
* 또한 슈박, 능금, 곳쵸, 호미씻이 쵸 등 외래농작물도 많이 표현되어 있어 조선후기 외래농작물 유입이 조선 전 역에 보편화된 특성이라 추론
『김미혜·정혜경(2007), “조선후기 문학에 나타난 음식문화 특성”』
한편, 남도의 발효음식 발달과 매운맛 식습관 형성도 조선시대부터이다. 어획량 급증과 소금 생산 및 유통 발달로 젓갈 가공법이 다양화되고 고추를 양념으로 다량 활용하는 남도음식이 강화되었다. 그 시절, 유통망 발달에 따라 남도 식자재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1) 김정옥(2007), “전라도 음식문화 형성과 양반가문의 관계,” 전라문화총서, pp 151~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