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서비스의 영역일까?
인터넷에서 가격 비교를 하지 않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호구라는 인식이 대다수에게 공유되는 생각일 것이다. 컴퓨터나 휴대폰을 다루는데 어려움이 있는 고연령층이나, 온라인 구매를 부탁할 가족이나 지인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해 구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인터넷과 비슷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거나 혹은 오프라인 매장 구매 시에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판매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인터넷으로 이미 상품을 검색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에서는 상품의 실물을 확인하고 인터넷에 올려진 상품 설명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가격과 서비스를 꼼꼼히 비교한 후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과 그 밖의 혜택 유무를 따져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대해서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물론 솔직한 심정으로는 입에 단내가 나도록 열심히 설명했는데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힘이 쭉 빠지기도 한다. "잘 들었습니다. 고민해 보고 다시 오겠습니다."라는 인사치레 말이라도 듣는다면 그나마 나은 상황이겠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가격이 이러저러하던데 여기서 똑같이 가격 맞춰주면 사고요."라고 슬쩍 떠본다던가, "너무 비싸다 인터넷으로 사면 훨씬 싸"라는 이야기를 면전에서 듣는다면 기분이 확 상해버리는 거다. 그럴 땐 '아니 저도 백화점이 비싼 건 알죠.. 아는데.. 그런 이야기는 속으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면 처음 고객을 응대할 때의 의욕과 열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고객이 물건을 살지 말지를 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해 보면 판매자에서 구매자 입장으로 전환될 때 나 또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경험하고 인터넷 가격을 비교하곤 하기 때문에 고객을 마냥 나무랄 수 없다. 가격에서 장점이 없다면 이에 상응하는 유무형의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합리적이라는 생각 또한 든다. 백화점의 경우에는 가장 기본적으로는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것과 직접 눈으로 상품을 보고 만지는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것, 상품에 하자가 있을 시 (대부분의 경우) 신속한 교환과 반품이 가능하다는 점이 되겠다.
그런데 종종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백화점에서 사는 이유가 뭔데!"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 말속에는 '백화점이 다른 곳보다 가격이 비싼 걸 알고도 이곳에서 물건을 샀으니, 내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언젠가는 한 고객이 지인에게 선물한다며 상품을 구매해 갔는데, 도로 상품을 가져오셨다. 알고 보니 지인에게 비슷한 물건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상품을 확인하고 반품을 도와드리려 했는데 외관박스에 개봉한 흔적이 역력했을뿐더러 내부 구성 포장이 다 뜯어져 있는 채 상품만 덩그러니 담겨있었다. 더군다나 전자제품이라 개봉하게 되면 단순 변심으로 인한 교환이나 반품 불가가 원칙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반품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객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죄송하지만 반품을 도와드릴 수 없을 것 같다 말씀드렸다. 그러나 고객은 상품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반품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복해서 반품할 것을 요구했는데, 끝내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백화점 서비스가 뭐 이래"라며 화를 내고 돌아가셨다. 퍽 난감하였다. 다소 속상하고 섭섭한 심정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백화점 서비스는 도대체 어디까지 제공되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남겼다.
오프라인 쇼룸의 경우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비교적 쇼룸은 상품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에서 백화점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직접적인 판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고객은 상품을 비교 경험하고 난 후 온오프라인 여러 판매 경로를 통해 선택적으로 구매하게 된다. 따라서 직원의 노동 가치와 노력의 정도는 단순히 판매 지표로 평가받지 않는다. 고객이 당장 구매 결정을 하지 않더라도 '열심히 설명했지만 공쳤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다 낮다.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했다는 면에서 노동자의 노력이 인정받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에는 백화점 입점 매장의 높은 수수료 부담 등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였을 때 쇼룸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되기란 어려운 측면도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구매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적용될 만한 요소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 또한 백화점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온라인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즉각적인 상품에 대한 설명과 물음과 답이 가능하다는 것, 상품을 실제로 보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주시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다.
*공치다: 무슨 일을 하려다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허탕 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