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책가방을 멘 소년이 있었다.
메었다기보다
양 어깨 가득 온 몸으로 짊어진 것에 가까웠다.
언제부터 그 가방을 메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엔 한 해, 두 해 세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오래되었다.
소년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달렸다.
어떨 땐 걷기조차 힘들어 보였지만,
소년은 매일 달렸다.
“내가 왔다!”
소년은 매일 나를 기다렸다.
나의 우렁찬 목소리와
소년의 커다란 미소가 만나는 순간,
우리는 매일매일 둘 만의 세상을 함께했다.
우리는 천 년 전 궁궐을 뛰어다녔고,
만 년 후 외계인 친구들과 우주를 날았다.
아직 만나지 못한 어른의 세상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가방을 메기 전까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