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엔 뭐가 들었어? 왜 계속 달리는 거야?”
소년은 잠시 멈췄다.
"어둠이 세상을 삼키고, 달빛이 어둠을 삼키고.”
“그럼 나는, 달빛을 마시고.”
농담을 하는 내게, 소년이 말했다.
“든든하고 당당한 달빛이 될게."
소년의 가방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나는 가끔 손을 내밀었지만,
소년은 더 깊이 가방 속으로 손을 숨겼다.
어느 순간 나도 손을 내미는 것이 어색해졌다.
내 가방도 이미 무거워
소년의 무게까지 짊어질 힘은 없었다.
천 년 전의 궁궐도, 만 년 후의 우주도 사라지고,
혹독한 어른의 세계만 남았다.
소년은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달빛이 되지 못했다.
가방은 점점 소년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