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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스타 Aug 04. 2016

우주개 라이카가 지구로 전송하는 공존의 메세지

사람과 동물의 공존


공존 (共存) [공ː존]
[명사] 1 .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함께 존재함. 
        2 .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함.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공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언뜻 봤을 때 두 가지 의미는 동일한 것 같지만, 의지의 개입을 기준으로 양분된다는 차이가 있다. 전자는 현상이고 후자는 행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찌 됐든 '함께 존재함'이라는 포괄적 정의 하에 수천 종의 동물과 공존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하지만 과연 세상에는 두 가지 형태의 공존만이 존재할까. 



어렸을 때를 생각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게 현상이던 시절. 미술 시간에 그린 무지개는 항상 각각의 색이 명확한 경계로 구분되어 있었다. 어른의 범주에 속하는 나이가 된 후에서야 빨간색과 주황색 사이에 무수히 많은 색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그것이 실제 세상과 더 가까운 색이란 것도.





공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과 공존하고 있다. 어렸을 때 한 번이라도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나 강아지 따위의 동물을 길러본 적 없는 사람은 드물고,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늘어감에 따라 '팻 카페','강아지 훈련 학교','애완견 숍' 등 동물 관련 콘텐츠가 밥벌이인 사람 또한 늘고 있다. 옛날에는 오직 의식주를 위해 동물을 소비했다면 이제는 즐거움을 위한 소비가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이다.





문제가 되는 건 단순한 소비 행각을 넘어선 일방적인 착취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동물을 착취하고 학대한다. 동물 실험, 비윤리적인 도축 방식, 동물 학대, 동물 성매매, 수간 등이 그것이다. 특히 동물 실험은 의학과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행하고 있으며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기록이 존재할 만큼 역사가 깊다.





동물 실험은 17세기 무렵부터 유럽 전역에 걸쳐 성행하기 시작했는데, 혈액 순환 과정을 발견한 하비는 1616년부터 1624까지 8년 동안 128종의 동물로 생체 해부를 했다. 그 외 로워, 후크, 보일 등 많은 과학자들이 하비의 실험 전통을 이어받았고 그로 인해 많은 동물이 실험대에 올라야 했다. 현대에 잘 알려져 있는 철학자 데카르트 또한 '인간과 달리 동물에게는 정신 또는 영혼이 없어 쾌락이나 고통을 경험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마취 없이 동물 실험을 감행했다.





이처럼 인간의 권익이 지배적이었던 17세기는 '동물실험, 과연 윤리적으로 옳은가?'라는 명제가 난제로 남아 있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해소하고 도덕적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키워드를 현실로 끌고 온다. 인류의 발전, 대의, 과학의 진보, 희생, 헌신 등이 그것인데 동물 실험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수많은 키워드는 정작 주체는 없고 키워드가 부여되는 객체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럴듯한 명분에 그치고 만다.





여기, 우주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인간보다 먼저 우주여행을 한 동물이 있다. 바로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다.





라이카는 시베리아허스키종으로 모스크바 시내의 떠돌이 개였다. 원래 이름은 쿠드랴프카였지만 부르기 힘들다는 이유로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됐다.





1957년 11월 3일, 라이카는 구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 꽁꽁 묶인 채 우주로 떠났다. 우주에서의 생체 반응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스푸트니크 2호에는 산소 발생기, 온도 조절 장치, 이산화탄소 제거 장치, 배변 장치, 일주일 치의 식량을 자동 공급해주는 장치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라이카가 생존해 있는 1주일 동안 스푸트니크 2호는 라이카의 맥박, 호흡, 체온 등을 관제탑으로 송신하다가 기한이 끝나면 미리 설치해 놓은 장치로 라이카에게 독극물을 주입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라이카가 저 먼 우주 한복판에서 지구로 전송할 데이터는 유인우주선 개발 계획에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었다.





왜 라이카였을까? 당시 설계 책임자였던 코롤로프는 스푸트니크 2호에 어떤 동물을 실을지 무척 고민했다. 관계자들은 벌레, 파리, 도마뱀, 쥐, 토끼, 개 중 최종적으로 개를 선택했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개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했는데, 이 또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스푸트니크 2호의 성능에 맞춰 개의 무게를 제한해야 했고, 우주 비행 후 번식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성별까지 제한해야 했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선발과정 끝에 라이카가 선택되었다. 당시의 모든 과학적 지식과 생물학적 근거에 입각한 자료들을 총동원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라이카 역시 사람처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란 사실은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배제되었다. 그 결과, 라이카는 스푸트니크 2호가 발사된지 5시간 만에 죽고 말았다.





발사 당시 발생한 굉음과 진동 때문에 공포를 느낀 라이카는 온몸이 묶인 상태로 발버둥 쳤다. 설상가상으로 발사 직후 단열재가 떨어져 나가면서 실내 온도는 섭씨 40도 이상 상승했고, 라이카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를 이기지 못해 독극물이 주입되기도 전 죽음에 이르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발사 직전 발생한 구조적 결함 때문에 라이카는 스푸트니크 2호가 발사되기 전까지 3일 동안 선실에 갇혀있어야 했다는 점이다.





며칠 동안 라이카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던 소련 측은 라이카가 살아있다는 오보를 내보냈다. 그리고 1주일 후, 라이카가 무사히 자신의 사명을 다한 후 숨을 거두었다는 거짓 발표를 했다. 이 사실은 2002년 세계 우주대회에서 러시아 생물학연구소 디미트리 말라센코프 박사가 당시의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거짓임이 판명됐다. 데이터를 보면 라이카의 심장 박동수가 3배 이상 빨라졌다 정지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 초월적인 존재라 믿었던 데카르트의 주장과 달리 동물 역시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고, 그것으로 인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연약한 생명체에 불과하단 사실을 말해준다.





라이카 뿐만 아니라 붉은털 원숭이, 개구리, 물고기, 침팬지, 바퀴벌레, 바퀴벌레, 초파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우주 비행을 했다. 그중 우주 비행에 성공한 동물은 없을까? 물론 있다. 구 소련은 스푸트니크 2호 발사로부터 3년 후인 1960년에 스푸트니크 5호를 발사했다. 스푸트니크 5호에는 스트렐카와 벨카라는 이름의 개 두 마리가 탑승했고, 스트렐카와 벨카는 지구를 17바퀴 일주한 후 하루만에 무사 귀환했다. 





2014년에는 이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스페이스 독2'이 개봉했고, 훈련 당시 스트렐카와 벨카가 입었던 우주복이 약 1880만 원이라는 경매 가격을 기록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트렐카는 지구로 돌아온 후 새끼도 낳았는데, 그중 한 마리는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에게 선물로 보내졌다고 한다.





스트렐카와 벨카 이후의 우주개들이 모두 귀환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소련과 미국의 우주 개발 경쟁에 희생당한 개들은 라이카를 포함해 전부 다섯마리다. 이처럼 엄연한 성공 사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최초의 우주개' 하면 라이카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 최초의 우주개를 기리기 위하여 동상과 기념비를 세우고, 우표를 만들고, 노래를 만들었다. 최근 핀 어웨이큰에서는 우주개 라이카 뱃지를 제작해 벳지 판매 수익금을 동물 자유연대에 기부하기도 했다.



출처 : 핀 어웨이크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노래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회자되는 라이카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이 첫 우주 비행의 실패 아래 은폐하고자 했던 떠돌이 개의 광활한 슬픔과 고통을 우리에게 시사함과 동시에 생명의 무게에 대한 메시지를 저 먼 우주로부터 21세기의 지구로 끊임없이 전송한다. 또한 강자에 의한 일방적인 희생이 고귀한 헌신으로 변모하기까지 그 과정과 이면 속에 숨어 있는 희박한 윤리 의식을 수면 위로 드러낸다.





라이카가 탑승했던 스푸트니크의 뜻은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의 동반자'다. 사람과 동물이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동물을 하나의 객체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인간과 같은 '생명체'로 받아들이고, 올바른 공존을 위한 방법을 도모해야 한다. 동물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서 사람 역시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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