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해피 버스데이 투 유'라는 장송곡

by 김영


④그들은 가장 억울하고 분한 날 '해피 버스데이 투 유'라는 장송곡을 부른다. 욕지거리 난다. 내가 장송곡이라고 하는 이유는 많다. "자, 지금부터 당신이 태어날 세상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이름은 '아리까리 행성'입니다. 물론 그들 자신은 '지구'라고 합니다. 이 행성의 생명체는 서로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 나서 전쟁을 일삼고, 종교나 이념, 태어난 곳과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살을 일삼고, 환경파괴로 인한 온난화로 빙하는 녹고, 홍수가 나고, 해수면은 상승하며, 간혹 원전 사고와 지진, 화산 폭발, 쓰나미 같은 재앙이 있습니다.하늘에서는 산성비가 내려 나무의 살결은 검어지고 나뭇잎은 누렇게 떠서 흔들면 남김없이 떨어진다. 지하에는 핵 버섯을 간직하고 거대한 버섯구름을 만들 날을, 무를 수 없는 끔찍한 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폭력이 빈번하고, 자신의 삶을 정리하면서 남아있는 생명을 같이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 살아남아서 겪을 고통을 덜어준다는 건방진 이유이다. 이유 없이 죽음을 당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절벽 위에서 뛰어내려 내 몸을 피로 물들이는 사람도 있다. 도시에는 자본주의 전도자(트랄팔마도인의 사전에는 '하는 일도 없는데 돈이 굴러 떨어지는 사람들'이라고 기록되어 있다.)와 자본주의 부역자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자본주의라는 주술을 설파하고 있다. 최고의 자본주의의 부역자들은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스스로 '삶은 원래 그런 거라고, 견디라'라고 한다. 법과 규칙은 남에게만 철저히 적용한다. 그리고, 그들은 실수를 하지 않는 무결점을 가지고 있다. 실수는 천박한 것들이 알아서 뒷수습하는 거지, 그들이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세상에 태어나겠습니까?"라고 물어본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니, 됐거든요!'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한테는 선택권이 없다. 어떤 철학자(트럴팔마도의 사전에는 '공허하고 궤변적인 수다쟁이들'이라고 함.)와 종교인(트럴팔마도의 사전에는 '십자가형에 처해진 그들의 족장에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천국에 가기 위해서 면죄부를 발급했던 사람'이라고 함)들은 우리가 원죄(原罪)를 지었고, 신의 소명의식(召命意識)을 가지고 태어났고, 사회 계약설(社會契約說)에 사인을 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의 원대한 꿈에 동의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런 불평등 계약에 동의하거나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한 적도 없다. 단지 그들의 욕망 해소로 강제로 태어났을 뿐이다. 세상은 그런 부조리에 더해 목표, 희망, 가치, 의미, 열정, 노력, 행복이라는 거짓들이 난무한다. 이건 전 지구적인 뻥이다. 누군가는 나의 존재의 이유는 가족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친다. 가족은 희망이 아니라 살고 싶지 않은 이유도 된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누구도 그러라고 보내준 적이 없다. 뭐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TV 속 광고는 우리를 이상향으로 이끈다. 거짓은 점점 살이 붙고, 삶은 하나의 아름다운 연극이 된다. 드림랜드 지구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망상은 '해피 버스데이 투 유'와 함께 시작된다. 그들이 밝히기 꺼려하는 진짜 축하하는 이유는 개미지옥에 같이 동참할 한 명의 동료가 더 생겼기 때문이다.


⑤'항상 행복해야 해!', '행복한 일만 있어야 돼!' 지구에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행복 기원제가 열린다. 빌어먹을. 설령 불행해도 행복한 모습만을 sns에서 보여준다. 나의 아픔을 알리지 않겠다는 숭고함마저 든다. 행복하면 인생을 잘 사는 거고, 불행하면 인생을 못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물겹다. 따져보면 행복은 아무리 포장을 해도 호르몬 파티다. 지구인들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말고도 초강력 물질이 분비되는 게 맞다. 그러지 않고서야 전 지구인이 행복에 매달릴 수 있을까 미심쩍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인간의 동료로서 나쁜 죄를 저질렀고 부모를 실망시켰다. 부모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죄를 범했다. 그들 바람대로 행복했다고 치자. 행복은 그 자체가 목표이다. 더 이상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차라리 행복하길 포기하면 포기한 만큼 행복해질 거다. 반대로 행복을 꿈꾸면 행복은 줄어든다. 아주 간혹 행복은 사람을 고결하게 만들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고통스럽다.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든다. 어찌어찌해서 행복한 사람조차도 해피엔딩은 없다. 모든 역사와 문화가 이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삶 모든 것을 사랑하고, 죽는 순간까지도 사랑한 사람은 없다.


⑥진리를 믿는다는 것이다. 그러라지 뭐. 진리라는 이름으로 수용되거나 이성적으로 포장된 모든 것들은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 낸 또 다른 허구인데 말이다. 설령 진리가 있다고 해도 그 진리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진리는 왜곡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위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이글루 위의 태양은 다르지만 똑같은 단어로 표현한다. 백과사전은 더하다. 한 단어에도 여러 정의가 나온다. 여태까지 우리가 진리라고 믿어왔던 많은 것들이 허구에 불과하다. 진실처럼 불확실한 것은 없고, 진실은 언젠가는 배신하다. 트랄팔마도인은 지구인에게 세계의 본질을 깨우쳐 주기 위해 고민을 했다. 그들이 처음에 지구에 왔을 때 인간들은 사슬에 묶인 채 동굴에 갇혀 있는 사람과 비슷했다고 한다. 그들은 손과 발이 묶인 채 동굴 안쪽 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등 뒤에는 일렁이는 불빛이 있었다. 그 불빛에 동굴벽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그들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여겼다. 트랄팔마도인은 그런 지구인이 안타까워 그들의 결박을 풀고 뒤를 보게 했다. 그림자를 만들게 한 물건과 일렁이는 불을 보여주었지만 지구인은 낯선 모습에 고개를 돌렸다. 그런 일은 지구에서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 진실과 허상을 구별 못하는 건 아직도 마찬가지이다. 뽕 맞은 인간들이 많다.


⑦그리고, 그들은 인간의 이중성을 해석하기 어려워한다. 그렇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들은 이중성이라는 단어를 '숨이 붙어있는 천사와 숨이 떨어진 악마의 귀환'이라고 해석한다. 트랄팔마도에서는 마땅히 대체할 만한 단어가 없는 거다. 지구인은 두 얼굴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존재이다. 그 방법을 잘 터득하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달려있다. 직장 내에서는 완벽하게 맡은 바 일을 잘해야 하고, 직장 밖에서는 자본주의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자기의 일을 비웃는다. 일종의 십자가 밟기다. 직장에서는 긍정적 낙관주의자이지만 동시에 밖에서는 심각한 비관주의 같은 이중성을 트라팔머도인들은 이해 못 한다. 이중성뿐만이 아니라 허황된 것도 이해 못 한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처럼 낭만적이고 과장이 심한 인간들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트랄팔마도인의 언어에는 은유나 상징, 비꼬는 말이 아예 없다. 그러다 보니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허황된 것에 휘둘리지 않는다.


⑧날쌘 아킬레우스와 느려 터진 거북이(트랄팔마도 사전에는 '토끼를 농락당하고서 아킬레스까지 농락한 동물'로 기록되어있다. 종로에서 빰 때리고 한강에서 눈까지 흘긴 동물이다)와의 경주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있다.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먼저 출발하도록 한다. 그리고는 뒤를 쫓지만 거북이를 영원히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 인즉은, 거북이가 지나갔던 지점에 아킬레스가 도착하면 거북이는 벌써 그 지점을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원히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를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킬레스가 관절염에 걸리지 않은 이상 완전 헛소리이다. 이와 엇비슷한 일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6550만 년 전 공룡의 멸종에 대해서다. 물론 다른 동물들도 대부분이 멸종되었다. 운석의 충돌로 인해 엄청난 양의 먼지를 만들고, 이 먼지로 햇빛이 차단되어 온도가 낮아져서 동식물의 대부분이 멸종되었다고 말하지만, 이것도 뻥이다. 라쿤데력 19894년에 안띠어스행성인들이 사업상 교류를 위해 우주함대를 지구에 보냈다. 수만 년 동안 우주여행을 한 후에 지구에 도달했지만 지구는 이미 초토화되어 잠에서 깨어난 승무원과 사업가들은 어리둥절했다. 이유 인즉은 이렇다. 평화롭던 안띠어스행성이 새롭게 권력을 가진 알따모심에 의해 호전적으로 바뀌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행성 간을 이동하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었다. 알따모심은 자신의 정권의 재집권을 위하여 전쟁을 선택한다. 그는 우주함대를 다시 보낸다. 기술의 발달로 전쟁은 앞선 우주함대가 지구에 도착하기 전 상황을 끝내버렸다.


⑨자본주의의 부역자들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자본주의에 동화하고, 술자리에서는 자본주의를 혐오한다. 정말 못났다.어떤 부역자들은 배은망덕하게도 자살을 한다. 그들에게 최대한의 이윤을 뽑아낼 기회를 빼앗아가 버렸다. 그렇대도 할 수 없지.


⑩ 지구인들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한다. 뒤돌아보지 말라고 하면 반드시 뒤돌아본다. 그렇게 해서 소금 기둥이 된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불복종은 태초부터 있었다. 서로 사랑하라고 한 신이 '에델 정원'에 사과나무를 심고 다른 모든 것을 허용하면서 사과는 먹지 말라고 간곡하게 부탁했었다. 다들 결과는 예상을 할 것이다. 신에게 딱 걸렸다. 에델 동산에서의 한차례의 불복종은 후대 인류에게 죄를 전가했다. 한 사람에게 죄를 몰빵 해서 나무에 못을 박음으로 대신 구원받으려 했다. 어쩐 일인지는 모르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