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과연 광활한 우주에서 생명체는 우리뿐인가?'

by 김영


이제는 트랄팔마도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 말하겠다. 아직도 트랄팔마도의 헤스르보연구소에서 연구 중이다. 다음은 라쿤데력 23151년 말까지의 결과이다.


①'과연 광활한 우주에서 생명체는 우리뿐인가?'라는 인간들의 질문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문이다. 이 질문은 우리에겐 이웃집에 대한 관심이랑 비슷하지만 트랄팔마도인에게는 가장 우스운 질문이다. 지구인의 과학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0만 광년에서 200만 광년 크기의 은하에는 1000만 개에서 100조 개의 별이 있고, 관측 가능한 은하가 가장 적게 잡아서 1조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구가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체일 확률은 


1/100000000000000000000000000 = 0.0000000000000000000000000001


가 된다. 수학적으로는 0에 가깝다고 하겠지만, 그냥 0인 것이다. 지구와 같은 환경이 지구밖에 없다면 우주를 누가 설계했는지는 모르지만 거대한 프로젝트는 완벽한 실패이고, 설계자는 탄핵시켜야 한다. 공간의 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류의 설계자는 허구한 날 남의 등이나 처먹고 사는 우주장관들의 자제나 사촌들이 프로젝트에 개입하든지 <우주 개발청>의 부패한 공무원의 탁자 밑 거래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까지 어마어마한 돈을 쳐들여 집계된 <나를 찾아줘 우주청>의 생물조사보고서에는 생물의 흔적이 있다고 밝혀진 것만 해도 495802903곳이 있다. 실제로 트랄팔마도인은 생명체가 있는 많은 행성을 알고 있다. 막상 우주여행을 하다 보면 우주 고속선을 잡으려는 히치하이커들을 많이 만난다. '더글라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이 잘 팔리는 이유가 있다. 히치하이커들은 흰 붕대를 감은 미라처럼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 둥둥 떠다니며 지나갈 우주 고속선을 기다리고 있다. 근래에 지구에서는 '제임스 딘 1호'라는 망원경을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우주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구인의 잔혹성을 알기에 자신들의 존재가 들킬까 봐서다. 그들은 실은 예전부터 지구라는 행성을 알고 있었다. 지구인들이 우주에 생명체가 있는지 알아본다고 하도 사방으로 신호를 쏘아대고 난리를 쳐서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으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 솔직히 말해 지구의 고위층은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할 뿐이다. 마치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우겨대거나 인간이 다른 동물에게서 나온 피조물임을 부인하는 거랑 비슷하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뻔하다. 그들은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정말로 우리밖에 없다면, 우리의 멸종은 우주의 종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없다면 우주에는 어떤 희망도 없다는 눈물겨운 현실을 말하면서 선택받은 인간의 위대함을 말하려는 속셈이다.


②지구인들은 외계인 침공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데. 일단 밝혀둘 것은 그렇게 외계인이 한가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의 방식인 우주선을 이용한다면, 침공은 빛의 속도로 와도 수십만 년에서 수억 년이 걸린다. 우주선 뒤쪽의 시공간을 팽창시켜 그것이 우주선을 앞으로 밀어내는 초광속 항해를 한다고 해도 시간과 예산이 많이 든다. 예산상의 문제로 우주 관리청의 결제가 떨어지지도 않고, 만약에 침공한다면 굳이 지구 말고도 오염이 되지 않은 행성은 셀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은하계의 서쪽 날개의 구석에는 간혹 회오리바람이 부는 '오즈 위즈 더'라는 커다란 쌍성이 있다. '오즈 위즈 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우주의 지리적 위치와 생태학적 특성과 사회적 성격, 개체들의 통계가 수록되어 있는 커트 보니갓과 그의 애제자 헤스르보가 공동 집필한 <우주 대백과사전>의 사십오만 삼천이백오십사 쪽과 사십오만 사천칠백삼십육 쪽 사이에 솜씨 있게 들어가 있다. 지구가 어떤 심리학자나 정신분석학자도 설명하기 힘든 성격장애를 가지고 지구 표면을 어슬렁거리는 원숭이 무리에 환경이 묵사발 난 장소라면 '오즈 위즈 더'는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 큰 사자가 사는 행성으로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아니면 면세점이 있는 우주 끝의 성간의 아름다움은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다. 나보다 먼저 발견할 사람을 시새움할만하다. 게다가 그곳은 음료도 공짜다. 그곳은 성의 없게 경이롭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곳이다. 그곳은 검은 어둠 속에 흰 설탕가루의 알갱이들이 폭포처럼 흩날리고, 어느 한 곳을 보더라도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릴 거 같은 현기증이 났다. 바다를 한없이 내려다볼 때 생기는 현기증과는 정말 다르다. 누군가 쏟아지는 별의 일원이 되라고 유혹하고, 나는 거기에 기꺼이 응답하는 가슴 뛰는 흥분감이다. 아무리 곤두박질쳐도 어디가 위인지, 아래인지, 바닥이 어딘지, 아무리 떨어져도 굉음과 함께 부딪힐 것이 없는 추락은 추락이라고 말해야 할지 상승이라고도 말해야 할지 분간이 안 간다. 성간의 아름다움을 경험한 후에 며칠 동안은 그 생각만 날뿐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다 잘 보기 위해 위치 좋은 곳을 표시해 두고 왔다. 그곳은 우주공항 통제구역 장소 근처이다. 어쨌든 우리가 우주의 일원이라는 게 뿌듯하게 느껴지는 아찔하게 아름다운 곳은 세고 셌다. 이동은 지구인의 용어로 관측을 하면 입자가 되고 관측을 안 하면 파동이 된다는 양자역학(트랄팔마도인은 '너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다'라는 이론이다)을 이용한다. 양자역학의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의 성질을 이용하면 에펠탑의 입자 알갱이를 통해 250만 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의 입자의 움직임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 입자성과 파동성의 두 성질을 가지려면 입자가 작아야 하지만 트랄팔마도의 과학은 큰 입자에 대해서도 입자와 파동을 갖는 과학을 가지고 있다. 파동을 경험한 최초의 생명체라는 것을 앞에서도 말했다. 파동이라서 전 우주에 존재 가능하다. 다만 확률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목적지의 확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동한다. 정지한 물체든 움직이는 물체든 공간이동시키려는 물체에 '양자역학 프로젝터'를 쏘아서 다른 공간으로 전송한다. 이동된 물질은 드물지만목적지의 변위가 차이나서 벽사이에 끼일수도 있다. 아주 간혹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만약에 지구를 침공한다면 무기가 없어도 된다. 양자컴퓨터(트랄팔마도의 사전에는 '무질서도 반복되면 질서가 된다'라는 기계로 되어있다.)로 지구의 모든 정보를 해킹하면 은행이나 증권거래소 시스템을 붕괴하고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암호가 한순간에 풀려버린다. 사회는 붕괴되고 혼란한 와중에 지구인 스스로 전쟁을 일으켜 지구는 자멸한다. 미국의 고글과 IAM도 양자컴퓨터를 만들고 전 세계를 이미 해킹하고 있다. 중국이 양자컴퓨터를 만들었다고 발표를 하면 마지못해 우리도 실은 예전에 만들었다고 발표하기로 내부 결정이 났다. 주도권을 여전히 주장하여 특허권을 보장받으려는 속셈이다.


③ 지구의 대다수가 대부분의 시간을 불행하게 산다는 것이다. 그들의 종교인 푸른색 종이 조각조차도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있다. 평생을 불행하게 살 바에야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아니다. 그 이전에 지표면을 어슬렁거리던 네 발 달린 털북숭이 짐승이 두 발로 선 것이 잘못되었다. 아니다. 숲 속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멍청한 네 발 달린 털 복송이 짐승이 나무에서 내려온 것부터 잘못되었다. 아니다. 그 이전에 물속에서 핵잠수함처럼 헤엄치던 비늘 투성인 생물이 지구의 중력을 느끼면서 부력을 버리고 기어이 뭍에 기어오른 것부터 잘못되었다. 가시가 잔뼈가 되고, 팔닥거리는 아가미가 날개를 폈다 접었다 하는 폐가 되고, 은빛 지느러미가 팔과 다리가 된 것이 잘못되었다. 아니다. 태초에 우주가 창조된 것부터 모든 실타래가 꼬인 것이다. 애당초 미숙하고 무모하고 짓궂은 신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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