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is 이렇게 시작된다.
"신이 있다면 너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이의 공간에 있을 거야"
제시와 셀린은 우연찮게 기차여행 중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하루를 동행하게 된다. 사랑에 빠지기에는 단하루면 충분하다. 비엔나에서의 하루가 지나고, 6개월 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고, 누구에게나 끝이 있는, 사랑의 생성을 그려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많은 좋은 것들이 있지만 연인들 사이에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결정적인가를 잘 보여준다. 섹스보다도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을 흥분시킬 수 있다. 둘은 걸으면서 대화하고, 카페에서 차 마시며 대화하고, 공원 벤치, 배 위, 레코드숍 등등 말할 수 있는 모든 장소, 모든 상황에서 모든 걸 가지고 논한다.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이끌리고, 얘기하고, 사랑에 빠지는데 단 하루만 충분했다. 우리는 이런 상상을 하곤 한다. 나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낯선 곳에서ㅡ비행기나 기차나 아니면 이국적인 장소에서ㅡ멋진 연인을 만나고 싶은 설렘이 있다. 모르는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를 해도 이국적이라는 배경과 그 사람 주변의 잡다한 부분을 몰라서 그 사람을 더 낭만적으로 볼 수 있을 거 같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사랑은 서로의 눈길과 말과 관념과 판타지로 시작되어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쉴 새 없는 대화로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내밀한 자신만의 이상과 세계관과 야심을 나눌 수 있는 특별함을 공유했고,이러한 제시와 셀린의 케미는 비슷한 가치관과 비슷한 지적 수준이라 가능한 거 같다. 시간과 공간이 제약된 상태에서 현실성을 부여하는 끊임없는 대사가 이 영화의 뼈대이다.
ㅡ 비포 선라이즈에서 제시가 'W.H. 오든'의 시 As I walked one evening를 읊는 장면이 있다.
도시의 모든 시계가 윙윙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오, 그대는 시간에 속지 않도록
시간을 거스를 수 없으니
두통과 걱정 속에서
인생은 모호하게 새어나가고
시간은 그가 원하는 무엇이든 가질 것이다
내일 또 오늘
늦은 밤, 늦은 저녁
연인들은 떠나고
똑딱거리던 시계는 멈추었다
그리고 깊은 강은 계속 흘러갔다.
모든 건 때가 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살아낼 모든 시간 중에서 짧지만 가장 반짝이는 청춘의 시간과 이야기가 있다. 그 이후 삶에서는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무언가 말이다. 마음은 쓰라리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인생을 걸고 사랑을 맹세했던 그 사람이 걸었던 마법의 힘이 빠져 서로에게 지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한테 전가시키고, 자신은 면죄부를 받은 희생자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둘만의 대화는 사라진다. 서로를 피폐하게 만드는 존재가 된다. 함께 있을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 더 행복할 수도 있다. 그들의 세계였던 사랑과 낭만은 다 어디로 갔을까? W.H. 오든의 시처럼 이들의 만남과 이별의 인생 여정은 두통과 걱정 속에서 모호하게 새어나가는 시간이 깊은 강처럼 흐른다. 세상의 모든 존재와 어떠한 감정과 지식도 영원하지 않다. 그래서 이 순간을 더욱 소중하게 오래 지켜야 한다.
청춘의 어느 시절 우리의 시간과 맞닿아 있을 법한, 동질감 내지는 아름다운 낭만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