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어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2부| 마흔이 되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by 영초이


한강이 보이는 전원주택에서 살겠다.
50 살이 되기 전에 매출 100억 원짜리 사업을 만들겠다.


나는 스무 살 무렵부터 이 두 가지 이야기를 자주 떠들곤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꽤 오랫동안 꿈을 이야기하고, 그 꿈을 상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 말은 나이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스무 살 때 말하던 100억은 사실 막연한 숫자였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꿈의 크기 같은 것이었다. 어떻게 할지는 몰랐지만 크게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다. 이 때는 가능성만 보인다.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무엇을 하지 못하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서른 살이 되자 그 숫자는 조금 현실적인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가만히 계산해 보니, 전원주택에서 가족과 여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그 정도 규모의 사업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100억은 삶을 설명하기 위한 숫자였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간격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시간은 많다고 느낀다.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흔 살인 지금, 같은 숫자가 또 다른 의미가 되었다. 내가 하려는 일들을 생각해 보면 100억 정도의 가치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어야 제대로 시작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강이 보이는 전원주택이 부동산이 아니라, 강아지 두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며 아내와 두 아이와 매일 저녁을 함께 먹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이런 집이면 좋겠다. 쌍무지개도 뜨는 풍경까지

스무 살과 서른 살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마흔이 되자 갑자기 보이기 시작한다. 경험이 쌓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는 것을 몸이 먼저 알아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시간이 무한한 것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하면 된다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입 밖으로 나왔다.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믿었다. 시간은 언제나 내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흔이 되자 어떤 일들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은 문제를 풀어주기보다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어 버린다. 미뤄둔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다. 조용히 쌓여 있다가 어느 순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할 건데?"


한편으로 마흔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극명하게 대비되어 보여주는 시기이다. 스무 살이 마라톤의 출발선이었다면, 서른 살에는 달리기 페이스에 따라 2~3개 그룹으로 나뉘었다. 근데 지금은 그룹이 아니라 각자 페이스에 맞게 마라톤 길을 따라가거나, 포기하고 높이 뛰기를 하고 있는 사람, 축구를 하는 사람, 농구를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자기 길을 달리고 있다. 각자 하는 일에 맞춰서 각자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진지한 얘기는 술자리에서 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에 얘기했던 내 목표를 얘기하면 나이에 따라서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스무 살이나 서른 초반에 이런 걸 해보고 싶다고 말하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재밌겠다. 잘 될 것 같다. 응원한다. 같은 고민을 하고 끝없는 가능성을 보는 나이대의 사람들이었다.


정말로 잘 될 거라고 믿어서라기보다는 그 나이에는 도전 자체가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실패해도 괜찮고,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고 모두가 생각한다. 그런데 서른 후반이나 마흔이 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게 지금 되겠냐? 이제 결혼도 했는데 안정적으로 살아야지. 괜히 위험한 거 하지 말고 지금 하는 거나 잘해. 대부분의 나와 주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경험이 쌓였고, 안정적인 삶을 좀 더 꿈꾸는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얘기였다.


예전에는 응원이 먼저였다면, 지금은 조언과 만류가 먼저 나온다. 그 조언이 대부분 그 사람의 지금껏 삶과 기준에서 나온다. 이전에 나는 한 번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어떤 생각과 방식으로 글이나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성공에 대해서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생각과 경험이었다. 내 능력을 알리려면 나를 먼저 브랜딩하고 알려야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들은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그 전제부터 잘못된 것 같은데."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성공이라는 건 그렇게 움직이는 게 아니다. 넌 그저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유튜버나 크리에이터가 그렇게 쉬운 길이 아니다."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물었다. "도대체 얼마 벌려고 이런 걸 하냐? 그래서 얼마쯤 있으면 부자가 되는 거야?"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한 200억 정도면 부자 턱걸이는 하지 않을까. 1,000억 원 벌고 싶어." 그 말을 듣자마자 다시 핀잔을 준다. "야, 너무 큰 거 아니냐." 솔직히 나도 상상도 못할 큰 돈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꿈 정도는 꿔볼 수 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지만, 대체로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다른 사람을 응원한다. 그 범위를 벗어나면, 응원은 금방 걱정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걱정은 곧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보기에 현실적이라기보다는 허황된 꿈을 꾸는 사람으로 보였나보다. 그래서 누군가는 말한다. 지금은 늦었다고, 이제 안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반복해서 얘기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들은 대부분 응원이 많을 때가 아니라, 응원이 거의 없을 때 시작된다.


성공은 겉으로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아래에는 긴 시간이 깔려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이는 시간. 조용히 같은 일을 반복하는 시간. 그 시간이 쌓여 어느 순간 모양을 드러낸다. 그래서 지금은 성공한 사람을 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 사람이 견뎌온 시간을 먼저 떠올린다. 마흔이 되어 보니 시간이 가르쳐 주는 것들은 대체로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운은 중요하다. 그러나 진짜 치열하게 살다 보면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운이다. 매 순간마다 운은 내게 손을 내밀지만, 그 손을 알아보는 게 성공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런 의미없는 조형물 같지만, 노을이 지고 나니 아름다웠다. 때에 따라서 같은 모양이 다른 감동을 준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자. 하지만 너무 여유 있다고 착각하지도 말자.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쌓고 있는 시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인하자. 너무 매몰되어 기회를 놓치고 있을 수 있다. 시야를 넓게 가져가자.


스무 살과 서른 살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마흔이 되자 갑자기 보이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흘러서가 아니라 시간이 쌓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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