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없이 자연스러운

by 카이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다 보면 어떤 날은 기분 좋게 술술 잘 써지는, ‘글 빨 받는 날’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한 문장 쓰는 것조차 힘겨울 때가 있다.

몇 줄 되지도 않는 글을 1주일을 넘게 붙잡고 있을 땐 정말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그렇다고 오랜 시간이 걸려 쓰인 글들이 꼭 좋은 글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글들은 이상하게도 자꾸만 손이 간다. 고쳐 쓰고, 고쳐 써도 뭔가 이상하고 어색하다. 어떤 글은 고집스러워 보일 만큼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반대로 짧은 시간에 쓴 글들은 가끔씩 맞춤법이 틀려있긴 해도 크게 손댈 부분이 없다. 쓸 때 술술 풀렸던 글들은 읽을 때도 기분 좋게 술술 읽힌다.

지금까지는 글이 잘 안 써지는 이유가 그날의 컨디션 문제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가을이란 주제로 글을 쓰다가 왜 그런지 정확히 알아버렸다. 글이 안 써지는 이유는 단지 나만의 착각 때문이었다.


사실 요즘은 글 쓰는 재미가 한창이다. 진짜로 잘 쓰고 있는 건지, 잘 쓴다고 해주는 건지 사람들도 좋아해 주고 이런저런 공모전에도 계속 당선되고 하니 아주 기가 살았다.

그래서인가? 내가 무슨 대단한 작가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 진도가 안 나갈 수밖에. 미천한 수준으로 높은 수준의 글을 쓰고자 하니, 글이 써질 리가 없는 것이다.

한 줄 써놓고 이리 고치고 저리 고치고, 또 한 줄 쓰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그 생 지랄을 하고 있으니 글이 써지겠는가 말이다.

지금껏 괜한 컨디션 탓만 하고 있었으니, 부끄러워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잘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아무리 꾸미고 치장해봐야 소용없다. 자꾸만 그리 할수록 글만 어색해지고, 나만 피곤해진다. 그래서 이제는 애써 꾸미려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연스러운, 있는 그대로의 내 글도 그런대로 좀 괜찮은 편이니까 말이다.(하하하!)


화장 너무 진하게 하지 맙시다. 주름, 잡티, 뭐 이런 것 좀 보이면 어떻습니까? 얼굴은 마음의 창이라 했으니, 마음을 예쁘게 쓰신다면 그깟 주름 같은 건 예쁜 얼굴에 가려 티도 안 날 겁니다. 어쩌면 그 주름마저 아름다워 보일지도 모릅니다.


너무 좋은 사람인 양, 착한 사람인 양, 그리 어렵게 살지 맙시다. 피곤하잖아요. 우리 기본만 지키며 그냥저냥 평범한 사람으로 삽시다. 그게 자연스럽지 않겠어요? 편하고 좋잖아요.


가진 것 좀 없으면 어떻습니까? 괜히 있는 척해봐야 서로 불편하고, 그러다 혹 평생 없이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가진 건 많이 없더라도 마음만은 여유롭게, 그리 하루하루 겸손하게 사는 것이 정답이지 않을까 합니다.


당신은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꽤나 괜찮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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