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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 Nov 23. 2020

어른의 어휘력

'어른의 어휘력'이라는 직설적인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

글 쓰기를 좋아하는 나의 관심을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제목이었다.


"세상은 아는 만큼만 보이기 마련이다.
어휘력이 풍부한 사람은 보다 넓고 다양한 표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고,

다른 이들의 말과 생각 또한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책 속에서 작가가 말하는 '풍부한 어휘력'

이제는 잘 사용하지 않아 잊혀가는 우리의 말과 글을

많이 알고 사용함으로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이러한 작가의 신념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이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 학창 시절 버스에서의 일화 -

버스기사에게 '와부 읍사무소'에 정차하는지를 묻는 한 아가씨의 질문에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신다.

"와부 읍사무소야? 와부읍 사무소야? 와부읍에 사무소가 한 두 개인 줄 알아?"

"요즘 젊은것들은 왜 이모양이야?"


고지식함...

그때 그 할아버지에게서 느낀 내 감정은 이것이었다.


이 책의 작가 또한 '맞춤법을 틀리는 사람과는 같이 살 수 없다.'

어휘력이 대인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지만,

잊혀가는 말과 글들의 중요성만을 역설하는 모습에서

 '고지식'함을 느낄 뿐이었다.


과거의 어휘들, 이제는 잘 쓰지 않아 어색해진 말들을

굳이 찾아내어 일상에서까지 꼭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이 진정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일까?


어휘들이 잘 사용되지 않고, 잊히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생겨나고 만들어진 단어들로

과거의 말과 글을 대신하는 것은 한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작가의 생각처럼 과연 지금의 일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로는

전에 사용하던 어휘들의 의미를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것인가?


물론 이제는 잘 사용하지 않게 된

과거의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불필요하고, 잊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잘 쓰지 않게 된 말과 어휘들을 일부러 꺼내어 사용하기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말이나 어휘를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다.


말과 글이라는 것도 일부는 사라지고, 또 새롭게 생겨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우리의 옛 어휘들은 잘 기록하여 남기고, 새로이 생겨나는 어휘들과 표현들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것이 진정 한글을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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