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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 Jul 06. 2023

특전사 부부의 장애물 극복기

  사실 앞서 '아내에겐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다.'에서 언급한 [아내가 내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이유]들은 하나같이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었으며, 내가 직접 어찌할 수 있는 문제들도 아니었다. 때문에 이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는데 2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어쩌면 포기하지 않고 기다린 그 2년이라는 시간으로 인해 아내와 결혼까지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 10여 년 전, 길고 지난했던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자.


  6살이라는 나이 차이. 이건 정말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내는 태어나 단 한 번도 자신보다 6살이나 많은 남자와 연애를 할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연애 당시에도 아내는 나를 아저씨라 불렀고, 아내의 친구들 중 몇 명은 지금까지도 나를 아저씨라 부른다. 나 또한 아내를 처음 보곤 '좋을 때다.'라고 생각했으니, 6살 나이 차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아내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결국 '이 남자와 결혼하면 평생 사랑받고 살 것 같다.'는 이유로 나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아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2년간 만나고 다닌 8명의 다른 여자들 때문이었다.


  먼저 2년 동안 8번의 소개팅이 가능했던 이유는 여자친구가 없는 미혼 남군들 중 그나마 내가 제일 사람답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다른 남군들은 사람보다는 멧돼지나 곰, 오랑우탄과 더 가까웠다. 결국 군인을 만나고 싶어 하던 부대원의 지인들은 나 이외의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8번의 소개팅은 모두 실패했다. 그중 몇 명은 과분할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들도 있었지만, 당시의 내겐 모두 그저 그런 여자들로 보였다. 생각보다 내 마음속에 아내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컸던 것 같다. 

  "죄송합니다. 마음에 둔 여자가 있어서요." 내가 맘에 든다던 간호장교의 친구, 그녀에게 내가 했던 말이다. 간호장교는 나와 소개팅을 했던 친구로부터 이 말을 전해 듣고 아내에게 당장 알렸다고 한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아내는 그제야 내가 자신 때문에 좋은 여자들을 모두 뿌리치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그런 나를 보며 '나와 결혼하면 평생 사랑받으며 살 것 같았다'는 아내, 그런 아내에게 6살의 나이 차이는 더 이상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못했다.


  여군 부사관이 장교와 만나는 것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건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부사관들과 굉장히 가깝게 지냈기 때문이다. 평소 부사관들을 부하가 아닌 동업자로 생각했던 내 가치관 때문이었는데, 부대에서 부사관들을 만나면 내가 먼저 경례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시 상황이 아닌 이상 경례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표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퇴근 이후에는 또래의 부사관은 물론이고, 원사들과 어울리는 일도 많았다. 생각해 보면 장교들보다 오히려 부사관들과 어울려 지낸 시간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부대의 부사관들에게 난 장교가 아닌 전우였고, 나 또한 그들을 부사관이 아닌 전우로서 대우했다. 그 결과 후에 부대에서 나와 아내의 연애를 반대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물론 아내에게 작업을 걸었던 몇몇 부사관들은 내가 많이 부러웠을 것이다.) 때문에 아내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대에서 들리는 소문들과 내 모습을 보고 나와의 만남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은 아내가 소방관 시험에 합격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실제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하게 된 시기도 아내가 소방관 시험에 합격한 직후였는데, 이때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공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정리되지 않은 아내의 남자친구. 이 문제는 나와 아내 사이에 있던 모든 장애물들이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평생 자신을 사랑해 줄 것 같은 남자! 부대원 모두가 좋아하는 군인! 2년간 그렇게도 밀어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준 사람! 이제 미래에 대한 불안함마저 깨끗하게 지워버린 아내에게, 난 전 남자친구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약속한 이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내 앞에 나타났던 그 친구는 그렇게 나와 아내의 기억에서 쓸쓸히, 시나브로 지워졌다.


* 다음 편에선 2년간 만났던 8명의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기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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