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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 Jul 04. 2023

아내에겐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다.

  아내와의 첫 만남 이후 사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앞서 '특전사 부부의 러브스토리' 1편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아내와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에는 조급한 마음도 있었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해 가슴앓이를 좀 했지만, 사실 그럴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아내는 나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아내는 나와 연애를 시작하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고 한다. 아내를 처음 만났을 당시 내 나이가 32살(아내는 26살이었다.)이었으니, 적지 않은 나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 듯싶다. 게다가 아내는 부사관(중사)이었던 반면 난 장교(대위)였다.

  사실 군에서 여군과 결혼한다는 건 굉장한 일이다. 여군들은 남군들과 동등한 수준의 경제적 능력을 갖고 있으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건강할 수밖에 없다. 또한 소수의 선발된 인원으로 대부분 그 자질 또한 출중하다. 이에 더해 아내와 같이 미모까지 겸비한 여군이라면 웬만한 남군들은 명함도 내밀 수 없다.

  그런 여군 부사관이 장교와 사귄다? 당시 내 기억으론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부대의 선임 부사관들이 가만 보고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내는 그 부분이 크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실제로 당시 부대의 미혼 여군 부사관들은 모두 남군 부사관들과 결혼했다.)


   두 번째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아내는 장기선발에서 비선 된 이후 전역 후의 삶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애와 결혼을 한다는 건 아내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내에겐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남자친구가 있었다. 아내에게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아내의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내가 707 특임대에서 근무할 당시 만났던 남군이었는데 꽤나 오랜 기간 만나왔고, 부모님들도 모두 알고 계셨다고 하니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건 나를 만나기 얼마 전부터 급속도로 사이가 나빠졌다는 것인데, 그래도 당시에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던 터라 아내는 쉽게 내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이유로 아내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나의 구애를 외면하곤 했다. 그때마다 길게는 몇 개월, 짧게는 몇 주 동안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핑계로 아내를 못 본 척하기도 하고 다른 여자들과 수차례 소개팅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아내가 타고 다녔던 차종과 색이 같은 차만 보아도 심장 박동수가 두 배는 빨라지는 것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이런 여러 장애물들이 있었지만 결국 나와 아내는 2년 만에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다음 편에선 어떻게 이 3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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