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갑은 명품이다. 결혼 전 아내가 사준 루이비통, 70만 원이 넘는 지갑에는 [P Y D]라고 내 이니셜도 새겨져 있다. 내 주머니 속에서 지낸 세월이 어느덧 7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새것처럼 말끔하다.
여자들의 명품 사랑을 어리석다 여겼던 시절도 있었지만, 내 지갑을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어리석다 손가락질받을 일만은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명품 가방을 감싸 안고 뛰어가던 아내의 모습은 아직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본능적이었다고 할까? ‘나 따위는 상관없어, 내 사랑스러운 가방만 무사하다면!’ 뭐 대충 이런 분위기였다. 아내도 어이없어하던 내 표정을 보고 머쓱하게 웃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명품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최상의 시설에서, 최고의 기술을 통해 명품을 만들어 낸다. 그 과정에서 조금의 실수나 흠집이라도 생기면 사람들 앞에 내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실금조차 용납하지 않았던 옛 도자기 장인의 모습과 닮았다. 많은 사람들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넘나드는 명품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이유도 그 자존심과 자부심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것’을 명품이라 한다면 내겐 지갑 말고도 다른 명품들이 많이 있다.
40년 넘는 세월 동안 자식들을 위해 변함없이 헌신하신 내 어머니와 결혼생활 동안 언제나 나를 존중해 주는 아내가 내가 가진 명품이다. 항상 나를 믿고 응원해 주시는 처갓집 식구들도, 30년 넘게 변치 않는 우정을 지켜주는 내 친구들도 내가 가진 최고의 명품이다. 그들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하여 가치가 높아지는 한정판 명품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군가에게 한결같은 사람인가? 그리하여 그 누군가에게 나 또한 명품이 되어줄 자격을 갖추었는가?
매일매일을 반성하고 나를 살펴야 한다.
비 오는 날 아내가 명품 가방을 끌어안고 뛰었듯 내 인생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날 누군가가 나를 끌어안아 그 풍파를 피할 수 있다면,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부끄럼 없이 외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깎아 변함없는, 한결같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은 스스로를 명품으로 만드는 귀중한 일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