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도 내비게이션이 필요할까?

by 카이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어렵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글은 잘 쓰지 않게 되었다.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불편함’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어려운 글을 찾아 읽으려 하는 사람도 많이 없거니와 읽는다 하더라도 글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금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나 또한 마음이 편치 않다.


오랜 시간 고민하여 쓴 내 글 때문에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꼴을 보느니 그런 글들은 안 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그저 생각과 마음이 스치고 머무는 대로 관여하지 않고, 그것들을 정리하듯 글을 쓰고 있다.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참 좋다.


그래도 한 번씩은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손가락질하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무래도 오늘이 ‘그 날’인가 싶다. 게다가 오늘은 생각과 마음이 근질근질한 것이 글 빨까지 좀 설 듯 하니, 오래간만에 삐딱한 글 좀 써봐야겠다.


청년 실업 문제.

가끔씩 매스컴을 통해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궁금할 때가 많다. 진심으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아니면 그리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인지 말이다. 단언컨데 현시점에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고? 우리가 세상을 그리 만들었으니까.


청년 실업률이 높은 가장 1차원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은 일자리의 숫자보다 청년들의 숫자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 청년들의 숫자를 줄일 수는 없으니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일자리도 더 늘릴 수는 없다. 지금도 구직 사이트엔 일자리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많은데 일 할 곳은 없는 참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이 이런 이상한 나라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공부를 많이 해서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0%에 육박하는 수치로 단연 세계 1위다. 게다가 사이버 대학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길도 열려있으니, 솔직히 돈만 있다면 대한민국에서 학사 학위를 받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교육 수준의 상향평준화. 그로 인해 엘리트 그룹의 수는 크게 변동이 없는 반면 하위 그룹에서 중간계층으로 많은 수가 이동했다. 반면 일자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계속하여 벌어지는 임금 격차로 인해 중간 그룹의 청년들을 소화할 만한 여력이 없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중간계층에 모여 있는 반면, 중간계층의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임금의 수준을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중소기업의 임금을 대폭 높이거나 대기업의 임금을 낮출 수도 없다.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높이는 정책을 통해 일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그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사회, 경제, 교육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 한 청년 실업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과연 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기는 할까?

물론 지금의 안타까운 상황을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로만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우리 어른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대부분의 부모가 무지하여 아이에게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주기보단, 공부만 잘하면 성공한다는 되지도 않는 거짓말로 아이들을 유혹하고 겁박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설마 아직도 청년들이 공부가 부족해서 취업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어른들이 있는 건 아니겠지?)


물론 부모들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내 자식들이 엘리트 계층에 들어가 자신들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 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마음이야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어른들의 무지로 지금의 청년들이 이리 고달프게 된 것이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이제는 어른들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취업하지 못해 집에 틀어 박혀 있는 우리의 청년들에게 “어른들이 무지하여 잘못된 길로 인도하였으니 미안하다.”라고 사과해야 한다.


청년들 또한 달콤한 꿈에 젖어 계속하여 인생을 낭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진정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제발 젊은 나이에 돈에 연연하지 말길 바란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밤잠 설치며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견디고, 견뎌내 주길 바란다. 시작은 거칠고 힘들겠지만 후에 반드시 웃을 날이 있을 것이다.


추석을 지내고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가는 길, 평소보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특별한 정체 구간 없이 이동했다.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요리조리, 차가 많이 없는 곳으로만 달리니 막힘없이 즐겁게 운전할 수 있었다.

청년들의 취업문제도 이와 같아 보인다. 한 군데로만 몰리면 모두가 힘들다. 좀 돌아가더라도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그렇게 각 분야마다 분배가 잘 되어야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청년들에게, 이제라도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주길 부탁한다.

또다시 출발선에 그대들을 세우기가 미안하다만, 그대들이 새로이 도전한다면 우리 어른들은 기꺼이 그대들의 내비게이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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