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by 카이

버스를 타고 대구에서 동서울까지 3시간 30분,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동서울에서 부평까지 1시간 30분, 총 5시간이나 걸리는 이 멀고, 지루한 길을 기꺼이 달려가는 이유는 젊은 시절 같은 꿈을 꾸었던 벗들을 보러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같이 있을 땐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겨났는지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함께 어울려 다녔었다. 힘들고 짜증 날 때마다 홀로 외롭지 않도록 서로의 곁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었던 그 미친(?) 녀석들. 그 녀석들을 만나러 가는 중이다.


이제 마흔이 넘어 다시 만날 테지만, 20대 후반의 젊음이 머물렀을 때와 같이 서로를 향해 거침없이 육두문자를 날리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양아치처럼 걸진 말들을 떠들어 재낄 생각에 벌써부터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우리의 시간 계획에 적힌 단 한 줄의 아름다운 여섯 글자,

무자비한 음주


그저 오늘만은 10여 년 전 그날로 돌아가 이런저런 체면은 개한테나 줘버리고, 우리가 그 개가 되어 질펀하게 놀아보련다. 길바닥을 휘저으며 개처럼 기어서 집에 들어가더라도 함께이면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지금 나는 버스로 가장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그 미친(?) 녀석들을 만나러 달려가는 중이다. 타임머신치곤 속도가 꽤나 느린 편이지만,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로 데려다줄 것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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