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부터 완성까지
샨티 출판사에서 '내 직업 내가 만든다' 이후 한번 더 연락 주셨다.
이번에 '당당한 환자 생활'이라는 책으로 의뢰서를 받았을 때에는 저번과는 달리 편집자님의 요구가 꽤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었다.
일단 전달해야 될 핵심 요지는 환자와 의료팀 간의 탄탄한 유대관계 속에서 환자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병을 치료해 나간다는 것.
사실 구체적인 이미지 요소들에 대한 요구가 적혀 있었으나 일단 그림 그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책 표지에 들어갔을 때 핵심이 잘 보이는 이미지, 어느 정도는 개성이 드러나는 구도와 형태로 시선을 끌 수 있는 이미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림책 작업을 하다 보니 상징적인 이미지 요소 하나하나를 조합하는 것보다는 이미지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풍기는 전체 분위기나 형태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단어보다는 문장에 집중한다고나 할까 말까. ㅋ
그런데 일단 환자라는 것 자체가 정보성이 너무 많아서 스케치하는데 분위기가 영 유연하고 재미있게 잘 안 나오는 거다. 그러다가 첫 번째 스케치가 완성되고 형태가 마음에 들어 옳타커니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두 번째, 세 번째도 완성.
그리고는 출판사에서는 밝은 분위기를 선호하셔서 2번으로 채택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책이 만들어졌을 때 1번이 더 눈에 띌 것 같아 아쉬웠지만...
그리고는 의뢰서에 들어 있던 이미지 요소들을 2번에 다시 넣기를 원하셨고,
한 뭉탱이로 끝나는 그림을 좋아하는 나는 요렇게...
하지만 불편해 보인다는 의견으로 다시 수정.
좁은 침대를 넓히고 보호자 아줌마 팔 걷어내고 꽃이 너무 대칭이라 흐트러 뜨리기.
첫 번째 의뢰서에 들어있던 팻말 요소 추가 투입.
여기부터는 스피디한 의견교환에 의해 핸드폰으로 촬영해서 전달.
보호자분이 너무 기대셔서 수정.
보호자분이 너무 떨어져 계셔서 수정.
최종 스케치랍니다.
아.. 처음보다 조금 평범해져서 아쉬웠다.
수정을 두 번 이상 거치다 보면 그림이 약간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 또한 귀가 얇은 사람이라 중간중간에 내 의견이 맞는지 아닌지 헷갈려서 원하시는 대로 진행하는 편인데 내 의견을 피력하는게 결과물에 도움이 되는지 이건 앞으로도 고민해봐야 할 듯하다.
그리고 채색 전달.
파스텔톤을 원하셔서 솜사탕 같은 느낌으로 배경 있고 없고로 전달.
나름 귀여워서 마음에 들었다.
요렇게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샨티 출판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