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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글 Apr 05. 2019

다음 그림책을 향해서

혼자 있고 싶을 때 읽는 그림책

이미 작업을 끝낸 그림책과 내년에 낼 그림책은 에너지 넘치고 상상이 넘쳐나는 어린이에 관한 이야기다.

생각만 해도 용기백배하게 되고 끝없는 자유가 느껴져서 속이 확 트이는 느낌이다.

그리는 나에게 더없이 행복을 주는 이야기.  티 없이 밝고 씩씩한 세상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천방지축의 유아기에서 나이가 들어 10대에 들어선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고 싶다. 


지금은 성인이 되고 안정적인 자아가 자리 잡았지만 어렸을 때 나는 내 타고난 성격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 가만히 들어보면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뻔한 열등감이라지.


어렸을 때의 나는 혼자 있기를 싫어하지 않았고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경쟁심이 강해서  마음 한편에 사교적인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은 분명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교적이지 않은 내가 사교적인 척할 때면 나는 항상 과했다. ㅋ

스스로가 마음에 안 들었고 좋아하는 친구(차분하고 조그 조근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항상 부러웠다.)의 말투나 행동거지를 따라 해 보는 건 나만 아는 취미생활이었다.


나는 혼자 있기 좋아하는 내향적인 어린이에 관해서 그리고 싶다. 이 이야기를 통해 일차적으로는 나를 닮은 알밤이에게, 그리고 어린 시절의 나와 비슷한 다른 어린이들에게도 너는 언제나 옳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에너지가 넘치는 이 전 그림책의 주인공보다는 나이가 많겠지. 그리고 조용할 것이고 에너지 넘치는 친구와는 또 다른 매력을 만들어야 한다. 

수줍음을 타지만 용감하다거나 

마음 깊숙한 곳에 보물을 묻어놨다거나

까칠하지만 쓰레기는 반드시 쓰레기통에 버린다던가

조용하지만 가끔 기똥찬 농담을 한다던가 


주제를 생각하며 그냥 문뜩 떠오른 그림 작업 방식도 있기는 하지만 이건 스토리 짜면서 구성해 봐야겠다.


내향성에 대한 공부도 시작했다.

그림 그린다고 한동안 못 간 도서관 오랜만에 가서 책을 검색해 봤더니 여러 권이 나오는데 그중에 두 가지가 마음에 든다.

수전 케인이 지은 콰이어트, 이정화가 쓴 내성적 아이의 힘.


먼저 콰이어트를 읽고 있다.

반신반의했는데 참 좋은 책이다.

내향성에 대해 사실적이고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내가 내향성에 대해 헷갈려했던 문제들을 확실히 정리해 준다. 

그리고 나는 꽤 바깥세상에 대해 또 타인에 대해 무심하고 둔한 편이어서 양향성이지 않을까 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나의 타고난 기질은 확실히 내향성이 맞더라.

추측건대 나에게는 바깥세상의 자극이 너무 강하게 다가오는데 궁금증은 많고 하니 스스로 무뎌지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낯선 사람을 만나도, 새로운 환경에 가도 별로 긴장하지 않는 편인데 돌이켜보니 10대 때는 새 학기 때 줄곧 불면증에 시달리고는 했다.     


스웨덴에서 만났던 대만 친구의 이야기도 생각났다.

친구가 말하기를 어렸을 때 너무 말이 없어서 자기 부모님 소원이 자기가 말을 많이 하는 거라고 했었던,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사교적인 다정한 친구.  


아이가 조용조용하면 정말로 부모님들은 쩔쩔맨다. 나 또한 알밤이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시킬 때 계속 내 무릎에 앉는 알밤이를 불안한 마음에 빨리 무리들 속으로 들어가 보라고 떠밀었던 것 같다. 알밤이는 분명히 내 성격을 닮았는데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새까맣게 까먹고는 세 살배기의 사회생활을 벌써부터 재촉했다. 아이가 지멋대로인것만큼 부모 또한 아이 입장에서 보면 멍청하고 지멋대로일 때가 많다. 


당신은 언제나 내가 글을 쓸 때 옆에 앉아 있고 싶다고 말했죠. 내 말 잘 들어요. 그러면 나는 전혀 쓸 수가 없어요. 글쓰기란 자신을 과도하게 다는 뜻이에요. 그 궁극의 자기표현과 투항, 그 순간에 한 인간이 다른 사람과 관계한다면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처럼 느끼고 따라서 제정신인 한 언제나 그런 일에서 움츠러들게 돼요... 바로 그래서 글을 쓸 때는 결고 충분히 혼자일 수도 없고, 글을 쓸 때는 결코 충분히 고요할 수도 없고, 심지어 밤조차 충분히 밤이 아닌 거예요.


음... 책 어딘가에서 본 이 글귀는 매력적이기는한데 공감이 썩 가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 구절 보면서 책과 혼자 있음을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봤다.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읽는 용도의 책 말고 세상을 향한 포근한 방패로써의 책. 

책 속에는 몸을 숨긴 수줍은 아무개가 숨어있고.

글과 그림으로 말을 거는 거지.

그것 말고도.

낮잠 잘 때는 베개로 쓰고.

비올 때는 우산으로 쓰고.

햇빛 따가울 때는 양산으로 쓰고.

라면 먹을 때는 냄비받침으로 쓰고. 

책 뒤에 숨어서 친구들을 관찰하다가

책을 으스러지게 껴안고는 구석에 있는 한 친구에게 다가가고.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너무 상징적이려나???


당황할 때 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얼굴을 붉히고, 눈을 돌리는 아이.


225페이지에서 본 이 구절은 장 자크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도 생각난다.


내향성의 힘에 대해 생각하다가 토끼와 거북이도 생각이 났는데 너무 경쟁구도라 동시대적이지 못해요.  


아직 다 못 읽었음. 재밌으니 계속 읽어보고 다음 시간에 다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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