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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Jun 17. 2018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결과뿐?

결과 지상주의 세상에서 논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촌평

지금까지 시청했던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는 채널이 대개 두 개가 전부여서 전후반전을 바꿔가며 시청했다. 각 방송사의 해설위원으로 나온 전직 축구 선수 안정환과 이영표가 공통으로 '제언 명령'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축구 경기 내용은 경기를 치를 당시에만 중요하고 결국 결과만으로 평가받는다.



저 말이 왜 지금 미국의 닌자(NINJA: No Income No Job American, 수익도 없고 직업도 없는 미국 청년을 부르는 호칭어) 세대들이나 과거부터 15년 간 역대 실업률이 가장 높은 한국의 청년들에게는 일상의 표어와 같은 비운의 메시지로 들리는 것일까? 그러니 청년들은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는 거 아닌가? 학력, 학벌, 스펙 등 모두 결과만을 묻는 회사에서, 사회에서 청년들이 내세울 것은 결국 결과뿐인 이 사회가 지금 펼쳐지고 있는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세계와 동일한 시스템을 가진 세상이나 다름없다.



'졌잘싸'라는 줄임말이 있다. "졌어도 잘 싸웠어!"라는 말을 줄인 걸로 어제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축구 경기를 치른 아이슬란드 팀(비기기까지 했다.)이나 그저께 프랑스와 선전한 호주팀 혹은 우루과이와 아쉬운 패배를 남긴 이집트와 같이 경기 전 피파 랭킹이나 객관적인 전력으로 뒤진다는 팀의 경기 내용이 좋았을 때 가리키는 준말이다.



특히 이집트는 올해의 EPL 선수상을 수상한 유럽 명문팀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가 빠진 가운데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내용 면에서는 오히려 승리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쉽게 후반 막바지에 선취골을 내줘 우루과이에게 승점을 내줬다.


이집트의 감독은 국민 영웅으로까지 인기 주가가 치솟은 살라가 100% 출전 가능하다고 경기 전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살라는 후반 우루과이에게 한 골을 내주기까지 교체 투입하지 못한 채 팀의 패배를 벤치에서 끝까지 지켜보았다. 감독이 살라의 몸상태가 100% 출전 가능하다고 말한 것은 살라를 가리켜서 출전 가능하다고 얘기한 것이 아니라, 살라가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이집트는 살라가 경기에서 뛸 때와의 전력으로 상대와 붙을 수 있다고 가리킨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루과이는 이집트에서 살라를 집중 마크할 작전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살라의 공백으로 상대에게 여유 있는 전략 구상을 넘겨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은 살라를 가리키면서 말한 것처럼 보였지만(마치 컴퓨터 C언어에서의 포인터), 사실 작전 상 살라가 라인업(주전 투입) 했을 때의 전력(포인터가 가리키는 팀의 현주소)을 이집트는 우루과이 전에서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뜻으로 전력 유출을 감춘 것 같다.




한국이 3:1 혹은 2:1로 진다.



글의 요지는 한국 축구의 월드컵 촌평이다. 이제 한국의 첫 상대와의 월드컵 본선 경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상대 국가는 스웨덴이다. 한국이 3:1 아니면 2:1로 진다고 예측한다. 왜냐하면 그 근거가 스웨덴을 염두에 두고 평가전을 치른 세르비아와의 경기 내용에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의 비공개 평가전이었던 스웨덴과 비슷한 전력과 피파랭킹 순위인 세네갈에게도 2:0으로 졌다. 하지만 한국은 스웨덴의 짠물 수비와 주공격 루트인 역습에 대한 대비를 평가전 이후 어떻게 준비했느냐에 따라서 나의 예측과는 달라질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 기간이 너무 짧지 않았나? 겨우 1, 2주 정도로 팀의 수비 포메이션을 포백에서 본래의 쓰리백으로 전환해가며 수비수들의 적응력을 키웠다는 것이 주전 멤버가 수시로 바뀌었던 국가대표팀의 훈련으로 인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더군다나 한국이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먹은 두 골 다 수비 뒷공간의 빠른 역습으로 전개되면서 뚫린 포백 수비 라인의 구멍이 실점 원인이었다. 바로 한 골 만회해서 동점을 만들었지만 똑같은 상대의 역습에 수비 라인이 무너짐으로써 다시 실점을 당했다. 당시 기성용 선수 말대로 상대에게 압도당한 경기였다.


스웨덴은 세르비아처럼 발이 빠른 팀이 아니라는 전력 분석이 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경기장의 3만 명의 스웨덴 관중의 응원으로 인해 위축될 수 있는 분위기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패스를 해야 한다. 그래서 발이 빠르고 느리고의 문제가 아니고, 팀원 간의 패스 경로가 이미 수많은 연습으로 발맞춰져 있어야 그런 압박된 경기장 분위기 속에서도 준비된 플레이를 전개해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본인도 한 소리 거들어 봤습니다! 신태용 감독을 난 사람으로 선수들이 만들어 주기를 기원합니다.


월드컵은 수비가 강한 팀이 본선 이상으로 가는데 유리할 것이라는 말을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 감독에게 들었다. 한국은 매 월드컵마다 지적받는 게 수비라인, 수비의 구멍, 수비 아닌가! 그런데 월드컵에서 수완을 거두었고 국민들을 기쁘게 해줬었던 두 해설위원 양반들이 경기는 어차피 결과로 평가받고 남는 것은 결과이기 때문에 '졌잘싸'는 의미 없다고 말한 것을 보고 속으로 아니꼬웠다.


월드컵 피파 랭킹의 산출에 경기 스코어가 가장 크게 집계되는 요인일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이 어떠한 상대와의 경기를 치러서 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하려면 축구의 기본기라고 생각하는 수비와 체력 그리고 개인 기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지 않고 이기려면 최소한 실점을 하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골을 넣는 게(곧 플러스 결과만을 내놓는 게) 가장 중요한 것처럼 얘기하는 축구 해설위원을 보고 지금 그 경기를 보고 있는 한국의 청년들은 '축구는 골부터 넣고 봐야 된다는 결과 지상주의'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점수에서 지지 않으려면 상대의 공격을 막는데 주력하고 동시에 준비된 플레이에 이은 골로 연결시키는 확률을 높여야 한다. 한국과 같은 조인 독일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독일처럼 수비의 부진으로 전반에 실점을 하고 후반에 아무리 파상 공격을 퍼붓고 진 경기만을 보더라도 수비 진영이 뒷받쳐 주지 않으며 공격력이 막강하더라도 결과는 상대에게 뒤진다는 것을 보았다. 한국은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고 수비와 견제에 집중하고 한 발 더 뛰어서 운 좋게 골로 연결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예상과 달리 꼬여버린 조 순위에서 독일의 제물로 한국이 될 것인가, 스웨덴이 될 것인가가 곧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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