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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와 나 -6

기생충? 도스도옙스키는 그저 웃지요.

by Younggi Seo




나는 지금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당신이 이것을 듣고 싶어 하든 않든 간에, 어째서 내가 벌레조차도 될 수 없었는지를. 벌레가 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은 아니었다는 것을 당신 앞에 엄숙히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벌레가 될 수 있는 영광조차도 나에게는 없었다. 당신께 맹세컨대,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이것은 병이다. 진짜 완전한 병이다. 인간의 일상생활에는 평범한 인간의 의식만으로도 충분하다. 즉 불행한 19세기에 태어나 살고 있는, 그것도 이 지구 상에서 가장 추상적이고 계획된 도시(도시는 인위적으로 계획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빼쩨르부르그에 사는, 이중의 불행을 짊어진 지식인들은 그들 몫으로 주어진 의식량의 2분의 1, 4분의 1만으로 충분하단 말이다. 소위 능력 있는 사람들과 실무자들이 사는 데 필요한 정도의 의식이라면 충분할 것이다. 나는 당신이, 내가 이 모든 것을 실무자들을 비꼬기 위한 나 자신의 교만 때문에 그 장교 녀석처럼 불쾌한 칼 소리를 절그럭거리며 쓰고 있다고 생각하리라는 것을 장담한다. 그러나, 누가 자신의 병에 대해 허세를 부릴 수 있으며, 더군다나 그것으로 교만을 부릴 수 있겠는가?
그런데, 내가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누구나 그렇게 자신의 병에 대해 허세를 부리고 있고, 아마도 내가 그들보다 더 심할지도 모르는데......

- 도스토옙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나는 이제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 영화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졌는지 유튜브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비록 감독의 영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봉준호 감독을 통역해주는 20살의 풋풋한 소녀 통역가의 미모에 끌려 알게 되었지만. 그리고 아직 기생충을 보지는 못했지만, 사실 앞으로도 볼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런 류의 멜로 스릴러라면 봉준호 감독은 음... 도스토옙스키의 발치가 아니라 저만치 아래의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이다. 국뽕에 취해서 대한민국 화 대한민국 찬 하는 것보다야 낮지 않나?



당신이 부자가 되고 싶거나 공부를 잘하고 싶고 그리고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면, 당신의 뇌를 통제하면 된다고 시중에 널린 심리학과 관련된 책들이 입을 떠벌리며 말하고 있을 테다. 마치 당신이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직전의 우울증 환자 대하듯이 말이다.



현대인은 모두 정신질환을 가진 일종의 자기만의 독방에 감금된 생쥐처럼 묘사하는 그런 처방인 듯 처방 아닌 듯(출판됐으니 처방류다!)한 책보다 전편에도 말했듯이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으로부터의 수기’나 아니면 자본주의 시대에 발간된 샐린저의 ‘호밀밭 파수꾼’을 보면 중간중간 작가들이 시도하는 두뇌의 충격요법에 의해 혹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자연 치유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간혹 나는 죽어도 소설류나 읽으며 시간 때우기 싫다는 학자 타입류의 사람은 ‘켄 로빈슨’이라는 영국인 교수가 설교하는 유튜브 영상을 추천한다. 참고로 그 영상은 전 세계 모든 유명 연사 중 가장 높은 조회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편 이후로는 이 시리즈의 1편에서도 예고했듯이 한국 교육이 왜 사라져야 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하겠다. 정확하게는 학생들에게 서열을 세우는(수직적인 위계질서에 편향하는) 습관을 길러줌으로써 사회에서도 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으로 사람을 좌우로 안 살피고 위아래로만 살피게 만드는, 이 파충류 단계의 뇌를 방치시키고만 있는 교육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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