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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Mar 26. 2020

영어, 영어, 영어 그래서?

문장 구성원리(추상화 및 분류) 학습과 귀납적 추론(유추)의 연속인 영어




예전에 사이버보안침해대응센터에서 근무할 때였다. 당시에 함께 근무하였던 PL(프로젝트 리더)가 나에게 조언이랍시며 한 얘기가 영어가 수학보다 더 쓸모가 많다고 한 기억이 난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상사는 경북대의 공대를 다니다 재수해서 부산대 컴퓨터 공학과에 들어간, 학창시절부터 수학을 좋아한 이공계 인재였다. 얼마나 좋아했었으면 ‘수학의 정석’ 수리 I(지금의 공통수학에서 심화 편성된 수학 과목보다 난도가 어려웠음)의 연습문제까지 샅샅이 풀었다고 자랑했겠는가. 하지만 결론은 수학보다 영어를 더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게 지금 와서 후회된다는 더욱 와닿는 한풀이였다(?).



그분의 경력만 보자면 그 당시 공공기관에서 침해대응 한답시며 나와 수다 떨고 있어야할 처지는 아니었다. 나와 같은 부산을 연고지로 끼는 공통사항이 있어서 처음에 대화가 순조로웠으나, 본인이 그를 판단하기에는 거품이 많이 낀 커리어였다. 그분이 비록 개발직군에 속한 경력이 없는 관리적 보안 분야에 계속 속해서(국방부 산하 기관에서 한국 인터넷 진흥원 KISA 소속으로 수년간 보안 인증 수립을 하는 직책을 담당하였다고 들음), 지금 IT 트렌드에 비쳐서는 그분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적었다. 그래서 나와 근무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포항시청의 주무관으로 이직하였다(사실 뭐, 이게 제일 보직이다).



그 가운데 그분이 한 조언 중에 ‘영어 > 수학’ 말고도 가슴에 와 닿았던 게 하나 더 있다. 컴공과에서 졸업을 앞두고 닷컴 열풍이 한창일 때라, 학우들 대부분은 외국계나 대기업에서 서로 모시러 가려했었다는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자신이 쌓은 IT 경력에서 이렇게 빨리 퇴직 걱정을 해야 할 줄은 몰랐다는 말씀이었다(이건 지금도 정말 와닿는 말이기에 필자가 왜 우물 안 개구리식 영어학습에 대해 비판하고자 하는 이 글의 취지를 알아줬으면 한다). 그때 그 상사의 나이가 아마도 마흔 중반 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깐 전역한 남자가 대학 졸업 후 약 15년 정도 지나면 슬슬 IT 경력의 종지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 한국의 정보통신 시장 현실이다. 마흔 중반이라면 가장 활발히 돈벌이를 하고 있고 슬하의 자녀에게 들어갈 돈이 가장 많은 연령대가 보통인데도 말이다.



그러니 그분이 괜히 수학 말고 영어라는 말을 한 게 아니었다. 영어만 확실히 잘하면 세계 어디에 나가서도 먹고살 수 있다며 나에게 지금 하는 업무보다 영어, 영어! 를 내심 외쳐셨던 거다. 누가 모르나? 그렇다고 본인이 그분의 조언 덕택에 영어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다고 이 글을 긁적인 것은 아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분 말마따나 영어가 수학보다 한 개인의 일생을 바꾸는 데 더 큰 역할을 하기는 하나, 습득의 문제에 있어서 점수로만 환원시키기에는 쉬울지 몰라도 영미권 국가에서 먹고살 정도로 하려면 수학보다 투자비용(시간)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 투자비용을 돈으로만 따져서는 수학만큼 금방 습득될 거라고 판단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내에서 요구하는 공인 영어 시험의 점수를 따기 위한 ‘매몰비용’에 해당한다. 그렇게 투자하면 고득점이라는 점수라는 결과물은 획득할 줄 몰라도, 배운 영어의 용도는 곧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럼 영어가 수학보다 왜 더욱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만 어디 가서 원어민이 ‘어, 쟤는 원어민 아니었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겠는가? 어떤 학습에 있어서 그 근간의 형성에 대한 원리의 학습은 영어보다 수학이 더욱 방대하다. 더욱이 수학은 그러한 원리에서 앞의 논리에 해당되는 내용에 대한 학습이 없으면 진도 빼기는 불가하다. 하지만 영어는 원어민도 잘 모르는 그러한 근간에 대한 원리 학습은 그다지 많지 않을뿐더러, 이 학습만을 잘 다져놓으면 응용할 수 있는 것은 작문, 독해, 말하기, 청해까지 모든 영역이 가능하다. 하지만 난제는 응용은 둘째치고 외국인이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습득하는 것은 원어민과 달리 일상이 한국어이기 때문에 항상 영어식 사고와 논리의 전개에 대한 연습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수학은 어차피 수학자가 될 깜냥이 아닌 이상 문제 풀 때만 수학적 논리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면 된다. 하지만 영어는 언제든 써먹을 수 있는 준비상태가 되어 있어야 하므로(시험 영어가 아닌 영미권 국가에서 자국민도 취업 못하는 마당에 동양인이 취업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국어만큼 일상화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 두뇌의 인지 구두쇠적인 특징인 귀찮은 것을 멀리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를 추구하는 데에는 영어보다 수학이 어울린다. 만약 자신이 토익 700점 이상 획득할 정도로는 게으르지 않다는 사람이라면(본인은 이렇게 반짝 열혈 공부하는 데에는 게을렀다), 토익 점수 고득점 따놓는 게(요즘은 800점 이상도 점수로 안 본다고 카더라), 국내에서 먹고사는 데는 지장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글로벌 시대에 외국에 한 번 나가서 멋지게 살아볼(본인의 소셜 페이지에 뿜. 뿜. 해볼) 요량이라면, 영어에 대한 접근 순서는 따로 있고 겨우 토익 점수 꽤나 올렸다고 혈안인 대한민국 촌구석의 영어 뻥튀기 학습은 지양해야 한다. 안 그래? 장그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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