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PDF?... 영어 발음에 관한 몇 가지 꿀팁
금일부터는 필자 본인을 잘 나타내 주는 에피소드를 하나씩 긁적여 보려고 한다. 그 가운데 영어 회화 시에 원어민이 조언해 준 팁들을 곁들여서 말이다.
본인이 정보보안 업계로 직종 전환을 할 무렵, 정보보안 산업기사라는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고 어느 지방대에서 개발 보안(Secure coding)과 연계한 정부 권장 프레임 워크(Spring) 개발자 과정을 이수하고 있었다. 우연찮게 고려대 연암 캠퍼스 내의 산학협력 건물에 있는 한 무선 보안 전문업체(지금은 외부로 옮겼다.)로부터 면접의 기회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뽑는 자리는 악성코드 분석 담당자였다.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들어섰는데도 사립대답게 깨끗하고 잘 깎은 잔디밭과 그리고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불케 하는(가보진 못했지만) 최첨단 건물과 조화롭지 못한 고딕풍의 건물들로 미국 주립대 같이(미국에서 가장 멋진 교정을 가졌다는 시애틀의 워싱턴대 같은?) 돈으로 도배한 느낌이 전해졌다. 대학도 자본주의의 산실로 바뀐 지 오래되었지만 인서울 대학교에 악착같이 들어가려는 학생들에게 '취업도 문제없고! 캠퍼스의 낭만도 동시에 느껴라!'라고 넌지시 전달하고 싶은 건지 대한민국은 역시 ‘배달의 민족’이다(중의적 표현임!).
어쨌든 본인은 그 업체에 면접 보러 가기 전에 회사 사이트를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면접관이 어떠한 성향의 인재를 원할지 곰곰이 생각했었다. 사이트의 내용 중 눈에 띄는 동영상이 하나 보였는데, 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직원이 직접 무선 해킹을 시연하는 장면이었다. 후드티를 입고 출근하자마자 회의실에 앉아서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뭔가를 타이핑하는 모습이 해커(물론 기업의 화이트해커)였다.
한국의 어느 기업이 그래도 아직까지 면접 석상에서 후드티를 입고 나타나는 것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어느 누가 후드티를 입고 면접 석상에 드러내겠는가? 바로 필자다.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문성을 나타내는 98%라고 본인을 최대한 해커처럼 보이게 한 의도였지만, 그 날 이후 지방대에서 듣고 있던 개발자 과정에 계속 참여할 수 있었다.
일단 면접을 보자는 업체에서 보내는 시그널은 당사자에게 호감이 있다는 뜻이다. 면접 간에 임기응변보다 그 사람의 첫인상과 그리고 함께 보는 피면접자들과의 상대적 평가에 따라 합격이 결정된다. 하지만 지금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필자는 그 당시 면접 내용을 스니핑(녹음)했다...), 본인이 그 회의실에 후드티와 파란색 면바지를 입고 들어섰을 때 면접관이 나의 이력서를 잘못 가져왔다며 머뭇거리고 있을 때, 본인은 가져온 MS 서피스를 책상 위에 놓고 뭔가를 타이핑했었는데 그 모습이 그 면접관에게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고만은 추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문장이 너무 길어서 파싱(분석)을 잘해야 이해되실 거다).
일단 면접관은 속으로 ‘뭐... 뭐...’ 하시면서 가늠하기 힘든 이 피면접자의 실력(소프트 스킬이나 하드(업무) 스킬을 얘기하는 게 아님)을 테스트해봐야겠다고 느껴졌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 던진 질문이 굉장히 셌다. “이제 거의 애플리케이션 보안이 대세인데, 네트워크 보안은 그래도 중요한 건가요?” 그때까지 정보보안기사가 아닌 산업기사를 타깃으로 공부를 해왔었기에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네트워크 보안 지식을 다 쏟아부어도 이론적 지식의 한계가 내비쳐졌지만, 다행히 답변은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질문으로 쉘 스크립트는 어느 정도 하는지, 리눅스 커널은 어떻게 동작하는지 묻다가 갑자기 ‘윈도 PE’가 뭐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었다.
보안기사 실기 출제문제였으며 사실 해커라면 윈도 취약점 분석 시에 기초로 쓰이는 DLL 파일 헤더라는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더욱 가관이었다.
PDF 파일요?
복장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내공의 소유자라는 것이 한순간에 노출되었다; 한편 필자가 영어회화 전문학원에 상주하다시피 할 때(이 학원은 학원 내에서 영어로만 말하고 읽고 쓰는 규칙이 있어서 영어를 생활화하자는 취지였다), 독일어를 전공한 미국인을 통해 인터뷰를 자주 가졌었다. 그 여성 네이티브는 겉으로 보이기에도 게르만족의 딱딱함이 느껴지는 외모였지만, 본인이 한 번씩 그녀가 지적해준 교정 발음을 여러 번 내뱉으면 해맑은 유치원생을 바라보듯 많이 웃었다. 그런 몇 가지 지적 사항 중 하나가 한국인은 보통 영어 단어 뒤에 붙는 ‘-ed’ 발음을 안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 또한 한때 원어민도 빨리 발음하면 묻혀가는 음으로만 생각했었다.
영어 발음 시에 R과 L 발음은 영어 발음을 어느 정도 굴리기 시작하면 집착하면서: stoped, changed, finished, watched 혹은 right, excellent! 등 뒤에 ed나 t로 끝나는 단어들의 발음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이게 우물 안 개구리식 대한민국 영어의 콩글리시다). 이게 그 사람의 학력 수준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산성이면 붉은색으로, 염기성이면 파란색으로 변하는 테스트 용지)와 같다고 한다. 처음에 그 원어민의 얘기를 반신반의하였다. 이를테면 아래 문장을 발음 하기를,
‘You’re right! Good! I’ll send a card.”
/유어 롸잇! 굿! 아일 센더 카~ㄷ(안들림)/
라고 네이티브들도 하지 않나 했지만, 미드에서든 영화에서든 그들이 말하는 소리에 집중하면 끄트머리 발음이 크지는 않지만 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한국인들은 finished/피니쉳/, stoped/스탙/, watched/와칟/ 하면서 끝발음을 무시한다.
하지만 차라라 끝까지 /피니쉬드, 스탑드, 와치드/라고 명료하게 발음하는 것이 원어민이 듣기에는 교육 수준을 평균 이하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영향력 있는 소리인 것이다(반스, 2014).
참고로 ‘finished’는 단어 하나가 1음절이므로 한국말 어조로 /피-니-쉬-드/가 아니다. 걍- 한 번에 /피니시t/이다(네이버 사전 검색해서 발음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watched’는 2음절의 단어이므로 /와-치d/이다. 영어단어는 한국말과 다르게 자음과 모음의 한 뭉치가 하나의 음절단위가 아니다. 그래서 악센트와 리듬감(억양)이 회화 시에는 가장 중요하지만, 위의 끝발음은 차라리 한국의 된장 발음을 고수해야 한다.
아, 한 가지 더, ‘월’을 뜻하는 month의 복수 형태인 months에서 끝에 's'는 묵음이다. 2 months는 그냥 /two month/로 발음한다.
그럼 연습 겸 발췌한 아래 문장을 발음해보자.
1.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Could you hold on for a minute?
2. 다음 주는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질 거예요.
Next week it will be cold, with a lot of wind.
3. 우리 동네에 있는 한국 식당의 음식은 맛있다.
The food is great at a Korean restaurant in my neighborhood.
참조 및 발췌ㅣ
윌리엄 A. 반스. (2014). 영어 스피킹 기적의 영어코칭 30. (초판 pp. 193-198). 서울: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