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ggi Seo Apr 19. 2021

현대판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시리즈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4 에피소드 5까지 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정말) 할 일 없이 빈둥거리던 때에 소설가를 지망하는 시기가 있었다. 그때에 어느 교회에 나가곤 했는데, 여느 자매님 댁에서 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유타주가 나올 때 잠깐 언급한 몰몬교를 지금은 믿지도 않고, 그때도 무신론자였지만 여하튼 그 모임에서 질문 하나 던졌다. ‘소설가가 되려면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도 사실적으로 적을 수 있어야 하겠지만 현실성(개연성)이 떨어질 텐데 세상에는 직접 해볼 수 없는 일이 아주 많지 않습니까? 이를테면 현재 저 같은 경우에는 여자와의 성관계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소설에서 표현하기에는 힘들 것 같은데 이런 것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언급했던 한 20대 소설가 지망생이 섹스에 관해서 묻자 주위에 있던 한 명의 누나는 맞장구를 쳐주기도 했지만, 멀리서 바라보던 그 종교의 형제자매들의 반응은 서로 눈치보기 바빴다(이것이 나와 그들 간의 서로소 관계일까).


갑자기 그때의 생각이 떠오른 까닭은 ‘프리즌 브레이크’ 시리즈를 3주에 걸쳐 주말 양 이틀간 시즌 4까지 쭈욱 보면서 깨달은 게 있어서였다. 이 미드의 작가가 만약 혼자서 이 시나리오를 써내려 갔다면, 과연 이 드라마의 캐릭터에서 어느 만큼 개연성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을 해보았을까에서 시작된 물음을 쫓아가면서 말이다.



이 미드의 작가는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경험을 저지르지는 못했을 거다. 대부분의 호러 및 스릴러물 작가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프리즌 브레이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본성을 작가도 역시 가질 수 있을 가능성은 있었기에 이러한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작가가 이 미드, 도스토옙스키의 ‘카리마조프의 형제’의 현대판이라고 볼만한 이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본성은 모든 인간의 본성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마이클의 몇 수를 내다보고 탈출을 그려낼 수 있는 예지 감각도, 티백의 소수 성장애로 인해 여성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접근할 수 있는 성적인 감각도, 마혼과 같이 정신병을 앓고 범죄자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심리 모두 인간의 추악한 본성만이 아니라, 생존하고자 하는 본능에서 비롯된 모든 인간의 감추어진 심리를 그려낸 것 같았다. 어릴 적 학대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는 캐릭터들이지만 비단 세상에 모든 인류가 어릴 적에 어떠한 환경에 노출되었느냐에 따라서 사회에 부적응하느냐 아니면 남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으로 탈바꿈하느냐로 달리한다.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의 본성의 합이 역시 한 인간의 본성에 모두 존재하지만 발현만 안된 거라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니깐 누군가에 의해 쉽게 바뀔 수 있는 공통된 인간의 본성의 씨앗은 개인마다 다른 두려움으로 인해 단지 묶여있는 거라면 말이다. 작가는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을 통제하는 교도관도 수감자가 되면 똑같은 폐인이 될 뿐이고 권력에 눈에 먼 대통령도 자신의 비밀을 폭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수감자들보다 더한 살인 누명 죄를 다른 이들에게 지을 수 있고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또한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인간의 지위나 보이는 권력은 단지 그 인간의 본성을 가리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본성을 드려내기가 두려운 것은 어떤 개인에게는 양심일 수도 있고, 어떤 개인에게는 신이라는 보이지 않는 절대 권력자일 수도 있고, 어떤 개인에게는 타인에 대한 시선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사회라는 제도권 문화가 좀 더 획일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유교의 인본주의가 필요할 수도 있고 서양 근대 철학자, 베이컨의 ‘경험주의'나 데카르트의 '이성주의’ 혹은 칸트의 '실천적 이성'이 필요할 수도 있는 데 이런 무형의 존재나 개념을 묶은 것을 인간은 ‘철학’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서양의 모든 학문은 종교, 그러니깐 기독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앞서 말한 철학 역시 서양에서는 기독교라는 종교에서 파생된 하나의 학문에 불과할 수도 있으나, 좀 더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철학은 있는 그대로의 본성[뇌에서 변연계나 뇌간]을 가리기 위해 하나의 방패[뇌에서 전전두엽에 해당]로 사회를 존속시키기 위한 윤리적 잣대로 만들었다.



마치 컴퓨터 시스템에서 처음 개발한 오퍼레이팅 시스템[OS] 코드로 작성된 커널이라는 핵심을 그대로 방치해버리면 사용자[일반 User] 그것을 건드려 초기의 상태를 유지할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리눅스나 유닉스 그리고 윈도  모든 시스템의 OS 배포하기 전에는 이러한 시스템의 중심 토대는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여러 가지 제약사항을 걸어둬야 하듯이, 이러한 제약이 바로 철학이라는 고상한 명판으로 점철되어 인간의 사회에서도 대물림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