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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10시간전

'항상성'의 이론

한국인에게 영어 공부는 왜 항상 제자리걸음일까?

 

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


이 책은 두고두고 보면서 곱씹을수록 저자가 대단한 인사이트를 던져주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의 중심생각은 아래와 같고, 키워드는 '항상성'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이라도 짧은 시간 동안의 교육(indoctrination, 세뇌나 주입)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자람 사람들의 사고방식대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의 특성(본래 하던 대로 하려는 습성)상, 사고방식의 전환은 곧 다시 원래 문화권의 사고방식대로 하려고 한다. 이것은 원시시대 때부터 가져오는 인류의 습관이라고 하기에 바꾸기가(아예 다른 문화권의 나라로 이민 가서 정착하지 않는 이상) 힘들다.


Self-reinforcing(자기 강화 학습 = 본래로 되돌아가려는 뇌 항상성)이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동양인인 한국인이 서양인의 언어습관이나 사고방식대로 내뱉는 영어를 공부하려면, 불가피하게 누락하곤 하는 것을 짚어주는 책이 앞서 언급한 '생각의 지도(The Geography of thought, Richard Nisbett)'이다.



인지과정(cognitive processes)을 영어를 사용할 때 알맞은 사고방식(서양인의 사물의 속성대로 분류하는 규칙성을 만들어 같은 속성을 지닌 사물들을 묶어버리면서 인과관계를 내세우는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 펑크 나는 것을 먼저 메우느냐, 아니면 우리식 사고방식(동양인의 사건의 맥락을 먼저 살피고 주변 상황과의 관계를 통해 인과관계를 내세우는 사고방식)으로 영어를 공부하느냐의 차이에 따라서 양비양사론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이 책을 쓴 교수가 지적한 (본인이 지도한) 똑똑한 동양 학생들이 막상 논문을 쓰면, 논리라곤 찾아볼 수 없는 글의 구조를 보고 실망한다는 대목을 먼저 살펴보는 게,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는 첫 번째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연구 아이디어의 개괄적인 소개】


1) 연구 아이디어의 개괄적인 소개

2) 관련 이론 기술

3) 구체적인 가설(입증되지 않은 본인의 주장) 기술

4) 연구 방법 및 그 정당성 기술

5) 연구 결과 제시

6) 연구 결과가 본인의 가설을 지지하는 주장을 전개

7) 다른 대안 주장들에 대한 반박

8) 기본 이론에 대한 재언급

9) 보다 큰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 언급



리처드 니스벳 교수가 이 대목에서 언급한 논문의 전개과정은 서양인(대학원생)들이 논문을 쓰기 전에 이미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의 제2의 천성으로 자리 잡았을 만큼 당연하게 여기는 '서양식 사고방식'(필자는 이것을 언어의 '추론'방식으로도 생각함.)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글의 구조로 논문을 작성해야만, 교수님 뿐만 아니라 영어권 국가에서 교육받은 사람들(대학원생 수준)은 논문의 가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다.

【관련 이론 기술



그러면 평범한 동양인들도 서양인들이 평상시 사고하는 방식으로 동일하게 여기는 위의 구조대로 논문뿐만 아니라, 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이 쓴 글을 ‘구조화(글의 배경 살피기)‘해서 이해하면 훨씬 더 수월하지 않을까? 이를 테면, 본인이 평소 원어민이 쓴 글(특히 비문학 소재)이나 기사문을 위의 논리적 구조대로 이입해서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면, 내용에서 모르는 어휘가 남발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무엇을 얘기하려는 지(맥락)와 행간(저자가 말하려는 바)을 이해하는 데는 쉽지 않을까?【구체적인 가설 기술】



우선 비문학 소재의 글이 대부분인 대표적인 영어권 국가(영국)에서 만든 영어 시험인 아이엘츠의 리딩 지문 한 개를 실험군으로 삼아서 테스트해 봤다. 총 8개의 문단으로 나뉜 지문이었는데, 앞서 언급한 9가지의 전개과정 중 8가지만 각 문단별로 매칭시켜서 이러한 내용이 언급되었나 확인하면서 독해했다. 그리고 제시된 문제 14문제를 풀었는데, 가장 어려운 난이도를 출제되는 순서에 포진한 지문임이었음에도 불과하고 한 문제만을 틀렸다('아으~ 감이 좋네.')


이틀 더 시간 내서 어려운 지문 2개를 더 선별해 똑같이 수행했는데, 2개의 지문 중 한 개는 1문제를 틀렸고 나머지 한 개는 5문제를 틀렸다. 확률적으로 서양식 사고방식이 내재된 '논리적 전개과정'을 염두에 두고 비문학 소재의 독해문제를 풀었는데 정답률이 더 높은지는 좀 더 검증해 봐야겠지만, 확실한 것은 지문에서 등장하는 생소한 단어들을 굳이 해석하지 않더라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 문장 전체를 독해하는 데는 대세에 영향이 없었다는 거다. 【연구 방법 및 그 정당성 기술】



이쯤 해서 필자의 가설을 지지하는 주장을 전개하려면, 필자가 아이엘츠 독해지문을 만점을 받은 이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백 퍼센트의 정답률을 기록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어야 할 텐데 전제가 이미 틀렸기(만점 받은 이력이 있음) 때문에 본인의 연구 아이디어에 대한 논리적 전개는 여기서 접겠다.



영어를 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처럼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이것도 하나의 가설!). 단지 동양인의 사고방식을 활용(구조화해서 문장 간의 관계를 통해 맥락부터 잡는 연습)해서 서양인의 제2의 천성처럼 굳혀진 논리적 전개방식대로 행간(글의 중심 줄기)을 쫓는다면, 좀 더 수월하게 영어를 이해할 수 있다. 거꾸로 글의 중심 줄기에 해당하는 내가 말하려는 바를 서양의 논리적 전개방식대로 말하는 연습(결론 -> 세부맥락)을 하면서, 상황까지 살피는 동양인의 사고습관을 잠깐 등한시한다면 영어권 국가에 굳이 가지 않더라도 영어를 인풋하고 아웃풋 하는 데 수월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이 좀 긴가? 영어라는 블록들을 하나하나씩(어휘 공부 따로, 구문 공부 따로, 말하기 공부 따로, 듣기 공부 따로, 쓰기 공부 따로 하는 한국에서의 영어공부 패턴)  나(한국인)에게 맞게 끼우려고 할 때, 영어는 자연스럽게 옆으로 새어나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한국어라는 언어가 습득되는 환경에 최적화된 동양인의 사고방식 틀에는 이러한 블록들이 끼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를 사용할 때 필요한 사고방식으로 본인의 사고 과정을 개조하거나(항상성으로 인해 잠시동안만 가능), 아니면 영어 자체를 한국인이 주로 하는 사고방식에서도 영어의 블록들이 끼워 맞출 수 있게끔 큰 그림을 먼저 보고 세부사항을 이해하는(Top-down) 동양인이 주로 하는 사고방식('구조화')을 사용해야 한다.



이 글의 결론(한국인의 사고방식대로 가자면,)은 '교육은 교육대상자마다 다르게 가져가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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