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글쓰기 정교화 수업 - 3
지금까지 주요 영작 원리는 아래와 같다.
문장이 시작하는 부분은 독자가 알만한 친숙한 정보로 시작하고, 문미에는 글쓴이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담는다.
몇 가지 주요 행위자를 '주어/화제'로 삼는다. 이 주체를 다음 문장의 문두 핵심어 자리('주어'+동사)의 행위자로 반복한다.
간혹 행위자가 바뀌는 경우, 수동태를 사용해서 기존의 행위자를 계속 행위의 주체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영작의 원리를 실제로 적용하려면, 떠오른 아이디어(한국어식 사고)를 영어로 작문부터 해야 하기 때문에 단 번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대부분의 지식은 본인이 일찍이 스스로 터득해서 배운 게 아니라서 누군가의 이론으로 먼저 습득해야 한다. 그래서 계속해서 써보는 수밖에 없다. 이게 '습관'이다.
영어식 사고 순서를 기반으로 한 영작 원리를 먼저 습득이라도 해놓으면, 영어 텍스트를 볼 때(독해) 자신의 '영작 프레임'에 맞춰서 글을 음미할 수 있다. 이 프레임이라 함은 글의 탄탄한 구성력이다. 아래 두 가지의 기준이 글을 음미하는데, 잘 쓴 글인지 못 쓴 글인지 가늠할 수 있다.
문장이 끝을 맺고 다음 문장이 시작되는 방식 : 표층결속성(-> Cohesion, 응집성)
단락을 구성하는 문장들의 첫머리에 나타나는 패턴 : 심층결속성(-> Coherence, 통일성)
그리고 교정할 때 역시, 조셉 윌리암스의 '스타일'(한국어판)이라는 영작 바이블에서 제시한 대로 응집성을 진단하기 위한 교정 방법(100페이지)과 글의 구성력을 진단하기 위한 교정 방법(174페이지)을 참고하면 영작의 프레임을 완성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영작 프레임이 독해나 청해를 할 때, 다음에 나올 말(정보의 우선수위)을 예측(이것이 이 브런치북의 최종목적)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번 시간은 앞서 언급했었던 수식어구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이 수식어구도 남이 쓴 글을 보고 교정하는 차원에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다듬을 때 활용 가능하다. 특히, '스타일'에서 언급한 대로 관계사 절을 쓰지 않고 긴 글을 쓸 때나 등위구문을 만드는 일반적인 원칙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나온 영작시험(아이엘츠) 대비용 책을 보면, 이 수식어구를 통사론(Syntax)으로 퉁쳐서 다루고 있다. 통사론 자체가 영어를 학습하는데, 단어들이 모여 문장을 이루는 규칙과, 문장 구조의 원리를 연구하는 이론인데 수식어구가 문장을 길지만 쉽게 읽힐 수 있도록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식(modifier)이라는 용어는 토익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지겹도록 들어봤을 전치, 후치수식 등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영작에서 문장을 단문 형태로만 쓰면 수식어구는 앞에서 형용사로 뒤에서는 관계사나 부사로 명사를 꾸며주는 역할로만 한정 지을 수 있다.
그렇지만 수식어구는 긴 문장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쓰기 위해, 관계사절을 쓰지 않고(구로 바꿔서) 연결할 때도 쓰인다. 분사구문(부사절에서 주절로 이어지는 복문)도 대표적인 수식어구다. 분사는 원어민이 가장 선호하는 형용사로, 단어나 구의 형태를 가진다. 한국인이 보통 영작할 때 조건문(If~)이나 부사절(When~)을 남발하는 까닭이 이 분사구표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설경'을 snow-covered landscape라 하거나, '생명 유지 장치'를 life-sustaining devices, '친환경 제품'을 eco-friendly production이라 하여, 과거/현재분사 모두 그 앞에 해당 주어를 가져와 구체적인 수식을 할 수 있다.
'미국식 영작문'을 지은 최정숙 선생님이 말하기를 원어민들이 분사로 명사를 꾸며주는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구체적인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그래서 서론 쓰고 본론으로 넘어가서 글을 쓸 타이밍에는 단문 위주의 평이한 문장을 접속사(메타디스코스*)로 이어서 독자에게 지루함을 주기보다, 이 수식어구를 활용한 복문을 만들어 문장의 변화를 줄 수 있다.
어제 친선경기로 치른 브라질과의 국가대표 축구 경기에서 한국이 쓰리백 수비전술 카드를 꺼내서 줄곧 유지한 것이 후반까지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었다. 전술에서 세밀한 변화만큼 중요한 것이 영작에서 문장의 기술, 즉 수식어를 얼마나 잘 사용해서 복문으로 자연스럽게 전개할 수 있느냐이다. 본격적인 수식어구를 통한 영작 기술은 다음 편에서 살펴보겠다.
* 메타디스코스(Metadiscourse) : '스타일' 저서에서 노련한 작가들은 특별한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콤마(,) / 접속사(but, however, moreover, another, therefore, consequently) 등 앞, 뒤 문장의 결속력이 약하면 이러한 전환어구(Signal words)를 남발한다. 중요한 것은 접속사가 아니라, 문장 속 명제들의 논리적 흐름이다. 되도록이면 접속사는 한 페이지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최대한 적게 쓰는 것이 좋다. 문장 자체가 논리적이고 일관성 있게 배열되어 있으면 접속사는 거추장스러운 장식에 불과하다(Williams, 2018).
참고 서적(Reference books)
1. 스타일(2018; 조셉 윌리암스, 조셉 비접)
2. 완벽한 공부법(2017; 고영성, 신영준)
3.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말하고 쓰는 법(최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