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가 다르다.
이전에 한 번 고객사에 출장을 나간 후, 회사로 복귀하려는 차였다. 두 명의 동료를 필자의 차에 태우고 주차장에서 출발할 때, 동료 한 명이 왈, ‘우회전한 뒤에 가다가 다시 우회전하면 큰 대로가 나온다.‘고 언질 했다. 그래서 주차장에서 차가 나갈 때, 오른쪽으로 차를 돌리려고 하니, 갑자기 동료가 아니, 왜 여기서 오른쪽으로 돌리냐고 물어서, 엥? 주차장에서 나간(좌회전) 이후에, 우회전을 시작하라는 말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로 간의 좌표가 다르니 처음부터 의사소통 불발이 되었다. 필자는 기준이 주차장에서 출발할 때부터였고, 그 동료는 주차장을 나설 때 어차피 좌측으로 차가 나갈 테니 나간 후부터의 방향을 알려준 것이다.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디를 좌표의 시발점으로 두느냐의 차이로 발생한 의견 불일치였다.
그러려니 하고, 메타세쿼이아 대로까지 차를 몰고 나가면서, 파이썬이 요즘 대세이기 한데 현수막에 보인 자이썬(아마도 자바와 파이썬을 함께 쓰는 패키지 라이브러리)이 뭘까하며 화제를 돌렸다. 아래 영상의 교수는 필자가 하버드 온라인 강좌인 ‘개인정보 데이터 프라이버시‘ 코스에서도 본 적이 있는 앤드류 응 교수다. 그는 코세라(Cousera)라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든 장본인으로 스탠퍼드 대학에서 줄곧 개발자 겸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인물이다.
교수의 말을 세 마디로 정리하면,
1) 앞으로 코딩은 기본(기준 좌표)이고 제품 기획을 할 줄 아는 PM 겸 엔지니어가 살아남는다.
2) 코딩만 할 줄 아는 천재적인 프로그래머의 역량보다 동료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면서 제품 개발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는 공감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3) 여전히 AI로 뭔가 에이전틱하게(Agent 모드 말고), 개발하는 능력은 필수다.
이전에 몸담았던 회사의 대표 말마따나, 한국에서 가장 역량이 높다는 개발자들이 있는 집단이라도 특정 프로젝트의 인원을 전원 물갈이 하면 본인이 개발하지 않은 소스 코드를 해석하는 게 더 힘들기 때문에, 차라리 AI에게 코딩이나 디버깅을 맡겨버리는 것이 경제적이고, 개발자들은 바이브 코딩(당시에는 로우 코드가 대세였다.)을 하는 게 더 필요한 역량일까? 그 대표와 앤드류 응 교수랑 ‘기준 좌표‘가 다르다. 앤드류 응 교수는 기본적으로 소스코드를 분석할 줄 아는 것부터 시작해서 바이브 코딩이든 에이전틱 AI를 활용해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AI가 개발하는 코딩 수준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고의 개발자들 집단보다 무서울 정도로 빨리 진전(머신러닝에 필요한 소스 코드를 전부 다 생성해 내고도 남는다)한다는 말의 이면에는 더 이상 인간이 코딩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다. 그보다 인간은 이제 개발에 앞서 기획과 설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여기에 역량을 포지셔닝하는 게 앞으로 개발자들이 생존하는 길이라 것을 말하려는 거다.
결국,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가 이제는 상향식(Bottom up)의 특정 도메인의 전문역량을 키우는 것보다, 특정 도메인 지식을 가지고 워크플로우로 만들어서 AI가 알아서 자동으로 개발하고 스스로 업데이트하는 프로세스(에이전틱 AI*)를 인간이 설계하고 이 프로세스를 변경(유지보수)하는 역할에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시대라는 말을 한 거다.
기준 좌표가 다르니,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코딩은 할 필요 없다’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도입부에 언급한 의사소통의 불일치 사례와 같다. 코딩은 기본이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플러스알파는 더욱 기본인 시대인 것이다. 필자는 일전에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보면서 미래 시대로 가더라도, 열차 안에서 케이블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서 두드러진 송강호의 역할이 인상적이었다.
한낱 케이블이라도 그 설국열차를 설계한 아키텍트가 기본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하는 전체 시스템 구조의 일부(소스 코드)라고 본다면, 그 케이블 한 가닥 한 가닥을 전혀 만질 줄 모른 상태에서는 설국열차의 전체 시스템의 설계와 운행 이후의 유지보수는 불가능하다. 결국 소를 지키기 위한 외양간의 보수는 인간의 능력인 것이다. 소도 못 지키는 마당에 외양간만 무한정 만들다 보면, 이게 과연 남는 장사일지 아닐지 누가 가늠하는가?
*에이전틱 AI 워크플로우 참조
0) https://sendbird.com/ko/blog/what-is-agentic-ai
1) https://brunch.co.kr/@aimmm/5
2) https://www.ibm.com/kr-ko/think/topics/agentic-workflo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