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상명 Jun 23. 2020

어떤 상사(上司)를 원하는가?

Manager

상사(上司)란 말보다는 관리자, 매니저, 보스(Boss)라는 말이 더 친숙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조직 생활을 하게 되면 원하든 원치 않든 반드시 만나는 것이 상사이다. 내가 오너(Owner)인 경우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사가 있는 경우가 상사가 없는 경우보다 훨씬 일하기가 쉽고,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다. 왜 그럴까? 내가 내린 결정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상사가 지기 때문이다. 상사가 있으므로 해서 나는 책임으로부터 상당한 부분 자유로울 수 있다. 상사를 나의 바람막이, 방패로 삼아서 일하는 것은 전쟁 중에 튼튼한 성곽 안에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도 있겠다. 상사가 있으므로 해서 나의 안전과 성장이 가능한데, 이렇듯 상사를 만나는 것은 나의 조직 생활에 너무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내가 상사를 선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대개의 경우 나의 뜻과는 상관없이 결정된다. 그래서, 상사와 마음이 잘 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상사가 나의 장점을 잘 살려줄 수도 있고, 단점을 부각할 수도 있다. 훌륭한 상사를 만나는 것을 직장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직장인들이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퇴근 후에 상사를 주제로 삼아 술자리를 가지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직장인의 운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선택해서 들어간 조직인데 상사는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아이러니하다 할 수 있겠다.


조직 내에서 누구나 상사가 있지만, 나도 누군가의 상사, 선배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상사의 모습은 내가 지향해야 하는 나의 모습과 동일하다. 내가 바라는 상사의 모습을 통해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준비돼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자.


직장인의 유형을 멍부, 멍게, 똑게, 똑부로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상사의 유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첫 번째 유형은 굉장히 부지런하고, 열심히 하고, 철두철미한 유형이다. 이 경우 부하직원들은 대개 '꼰대'라고도 부를 것이다. 여기에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하나는 상사 자신의 승진과 성과 창출에 Focus 한다. '나의 성과가 그가 속해 있는 조직의 성과다'라고 하면서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일을 잘할 것을 독려한다. 그 경우 대부분 전체(일의 목적, 목표, 과정, 결과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부하직원들 입장에서는 전체에 대한 설명 없이 지시받는 것 중심으로 일 해야 하는 것에 동기부여가 부족하다. 또 하나는 상사 자신의 승진과 성과 창출에 Focus 하지만, 부하직원 일 하나하나를 직접 챙기면서 Feedback도 준다. 부하직원들 입장에서는 모든 일을 직접 챙기고 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어렵다. 그래도 이일을 왜 해야 하는지 전체에 대한 설명과 과정에 대한 Feedback이 있기 때문에 공감이 있고, 동기부여가 된다.


두 번째 유형은 상사 본인이 열심히 하는 유형이다. 담당자 시절에는 본인이 담당했던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완수해냈다. 그러한 성과를 조직으로부터 인정받았다. 팀을 맡은 이후에도 어떤 일이든지 본인이 해결하려고 한다. 팀원들에게 일을 분배하고, 팀원들의 일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본인이 다 하려고 하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의 상사는 대개 연구개발 부문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연구개발자는 관리자가 돼서는 안 되고, 연구개발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명분에서 비롯된다.


세 번째 유형은 선생님 같은 유형이다. 부하직원들은 항상 가르쳐야 하는 부족한 존재로 생각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치려 한다. 내가 담당자였을 때는 이런 자세로 일 했다. 이 일은 이렇게 해야 되고, 문서 작성에는 이런 단어를 사용해고, 지적과 가르침이 끝이 없다. 부하 직원들이 보기에는 팀장으로서 주어진 일은 언제 하는지가 궁금할 정도이다. 아마 본인도 사원 시절 본인의 상사로부터 하나하나씩 지도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네 번째 유형은 부하직원 일에 대해서 크게 관여를 안 하는 유형이다. 좋게 평가하면 자율 관리형이라고 할까? 일의 진행 과정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결과에 대해서만 챙기고, 평가를 한다. 결과가 좋은 경우 모든 것이 좋다. 결과가 좋지 못한 경우는 대부분 담당자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경우 부하직원들은 자율적으로 일하라고 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을 다 질 수 없기 때문에 상사에게 자발적으로 중간 과정에 대해서 보고를 하고 컨펌을 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아니, 그것이 필요하다.


다섯 번째 유형은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유형이다. 일의 추진 과정에는 반드시 중간중간 의사 결정해야 하는 사안들이 많이 있게 마련인데, 이때마다 생각 좀 해 보자, 검토해 보겠다, 유관부서 검토의견을 받아보자, 과거 선례를 찾아보자 등 수많은 이유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미룬다. 신중함이라고 생각하지만 과도한 자원의 투입,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버리 수가 없다. 대부분 이런 경우는 상사가 일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자신이 없는 경우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의사결정에 대한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도 있다.


여섯 번째 유형은 일을 안 하는 상사의 유형이다. 대외관계 등에만 신경 쓰고, 팀 내부일은 부하직원들에게 맡겨 놓으며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모든 일은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팀장은 대외 관계, 협력 등에 신경을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팀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의  실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섯 가지 상사의 유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러한 상사의 유형은 부하직원 입장에서 살펴본 것이다.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상사의 다른 일이 있는지, 어려움은 무엇인지, 일에 대한 책임과 일을 풀어 갈려는 대안을 고민하고 Plan B를 생각했는지는 잘 모를 수 있다. 상사의 입장에 있기 전에는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섯 가지 유형에 대한 평가는 여기에 없다. 각각 장단점이 있고, 조직 문화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섯 가지 상사의 유형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몫으로 남긴다. 누구든지 완벽할 수는 없다. 부족한 점이 있다. 그래도 부하직원 입장에서 '상사가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하는 것은 캐치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학에 처음 들어가 선배를 만났을 때 'A선배'는 존경스럽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되는데, 'B선배'는 가능한 한 가까이하고 싶지 않고, 보고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 드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던 경험이 다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B선배'가 졸업할 때까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조직에서의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상사가 되는 것이 금방이다. 내가 가능한 한 피하고 싶고, 따를 것이 없는 상사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 되는 것이 금방이다.


'어떤 상사(上司)를 원하는가?'

부하직원들의 롤 모델이 되는 상사가 내가 원하는 상사의 모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부하(部下), 팀원을 원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