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루도 걷지 않는 날은 없다. 만약 우리가 걸을 수 없다면, 걸을 수 없다는 것 그 자체로 삶을 영위하는데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인간의 위대한 의지로 걸을 수 없는 장애를 극복해가며 살아 내지만 말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선천적으로 또는 불의의 사고로 걸을 수 없는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 어려움을 걸을 수 있는 내가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걸을 수 있고, 걸을 수 없는 것을 겪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걸을 수 없는 사람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는 사회적 차원의 의도적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걸을 수 없는 어려움 이해는 우리를 장애에 대한 의도적인 노력이 부족한 사회에서 벗어나, 의도적 노력이 많은 사회로 갈 수 있게 해주는 출발이다. 장애에 대한 의도적 노력이 많은 사회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걸을 수 있는 축복을 받은 우리는 걷기를 통해서 많은 효능을 볼 수 있다. 첫 번째 효능으로 당연히 건강을 꼽을 수 있다. 걷기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만큼 우리의 건강을 지켜 줄 수 있어, 현대인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두 번째 효능은 걷는 동안이 집중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걷고 있는 동안은 그 어떤 상황보다도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평소 잘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들도 걷는 동안 정리가 많이 되고, 해결 방안이 떠 오르기도 한다. 세 번째 효능은 몸의 리프레쉬를 통해서 마음의 리프레쉬도 가능하다. 걷기로 내 신체의 모든 기관들이 활력을 띄게 되면 이것이 마음도 활력으로 이끈다. 마음의 활력이 생기면 내 마음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떨쳐 낼 수 있어 마음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이외에도 걷기는 같이 걷는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높일 수도 있고, 나의 기억력 증진 등 많은 효능을 볼 수 있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너무 고마운 것이다.
이렇게 효능이 큰 것이 걷기인데, 우리가 길을 걸을 때 자주 보게 되는 것이 '천천히(SLOW)' 팻말이다. 길이 굽었거나, 평탄하더라도 다른 길을 만나는 지점이나, 장애물이 있는 곳, 횡단보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천천히(SLOW)'라는 팻말이 있다. 이 팻말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주변을 잘 살피면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 팻말을 무시하고 주변을 잘 살피는 것을 게을리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고, 실제 사고가 많이 난다. 내가 목표한 지점으로 걸어가는 동안 걷고 있는 다른 사람도 살펴야 하고, 굽어서 길의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것에도 대비해야 하고, 움푹 파였거나 솟아난 돌부리도 조심해야 한다. 또한, 전체적인 페이스도 조절해 가면서 걸어야 목표한 지점에 무사하게 도착할 수 있다. 계속 빨리 걸어갈 수만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조직생활도 걷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생활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천천히(SLOW)' 팻말도 잘 살펴야 한다. 무시하고 정주행을 한다고 해서 목표한 지점에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팻말을 잘 살피지 않으면 도착하기 전에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조직생활에서 '천천히(SLOW)' 팻말을 만나게 되면 속도도 좀 줄이고, 주변도 찬찬히 살펴야 한다. 그것이 결국은 조직생활에서 목적한 곳에 더 빨리 무사하게 도착하게 한다.
조직생활 중에 만나는 '천천히(SLOW)'의 팻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 길이 평탄하고 장애물도 없어 보여 걸음에 속도를 낸다. 하지만, '패인 곳 조심'이라는 팻말을 못 보고 지나쳤다. 조직에서 나의 성과가 좋고, 상사로 부터 인정도 받아 두려울 것이 없고, 추진력 있게 일을 처리해 나간다. 내 판단에 자신이 있고, 안 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평탄한 길을 만난 것이다. 이때 걸음의 속도가 빨라서 팻말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주변을 돌아보고, 찬찬히 살피는 것을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내 판단에 문제가 없는지, 나의 성과 창출이 다른 부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굽은 길을 만났을 때는 앞에 어떤 것이 있을지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천천히 앞을 확인하고 가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은 일을 수행할 때 확실치 않은 것에 대해서 추측과 예단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 것과 같다. 시간이 촉박하다, 그럴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으로 추측해서 판단을 하게 되면 그것은 굽은 길을 만났을 때 천천히를 무시하고 계속 걷는 것과 같다.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는데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걷는 동안 놓치지 말아야 할 팻말이 또 있다. 물 마실 수 있는 곳,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에 대한 팻말이다. 아무리 건강에 좋은 걷기라고 하더라도 적당한 휴식과 보충이 따르지 않는 무리하게 걷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조직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생활에도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도 있을 것이다. 오르막에서는 숨 고를 시간이 필요하고, 내리막에서는 가속되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생활에 과부하가 걸려서 내가 목적하는 곳에 도착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할 줄 알아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천천히 가면 다른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패배한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조직생활에서의 목적지 도착은 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각자의 목적한 그곳에 도착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 누군가가 내가 목적한 그곳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다를 깨닫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