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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람 Jul 31. 2020

삼신할머니~ 한 번만 더!

아이를 잃은 슬픔

우리네 삶 속에는 무수히 많은 날들이 존재합니다. 어느 날은 해가 쨍쨍한 날처럼 화창한 날이 있고 또 어느 날은 잔뜩 먹구름이 낀 것처럼 흐린 날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흐린 날의 기억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오늘의 민원인은 유산의 아픔을 겪은 일에 관련하여 유사산 휴가 급여 신청 문의를 하셨던 분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문의사항을 물어보니 낮은 음성으로 여성분이 힘없이 문의사항을 이야기합니다. 얼마 전에 임신 7개월 차에 유산을 했고 관련 사안으로 유사산 휴가 급여 신청이 가능한지를 문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도 큰아이를 낳고 유산한 경험이 있었기에 같은 여자로서 아이를 잃은 슬픔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슬픔을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었죠. 목소리를 낮춰 답변을 드리고자 먼저 말을 건넸습니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제가 뭐라 위로를 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많이 힘드실 텐데 괜찮으신가요?


이 말을 들은 그녀는 아이를 잃은 슬픔에 복받쳤는지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울면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결혼 후 3년 만에 첫 임신을 했을   직장에서 프로젝트 업무를 맡고 있던 터라 일에 몰두하다 그만 유산이 된 경험이 있었고, 이번이 두 번째 임신이었는데 7개월 만에 또 유산이 되었다며 슬퍼했습니다. 이번만은 꼭 뱃속 태아를 지켜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죠. 태아그녀 뱃속에 착 달라붙어  한 몸처럼 지내다가 태어나기를 소망하며 '찰떡이'라는 태명도 지어줬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리 유산되었다며 속상한 맘을 전하며 자책을 하더라고요. 첫아이 유산 후 임신이라서 조심 또 조심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아기의 임신 소식을 접했을 때 승진 대상자였지만 태중 아이를 지키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에 회사에서 하는 업무도 과감하게 줄이고 승진보다 뱃속 태아를 지키는 일에 더 몰두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다며 맘 아파했습니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고 아직도 뱃속에선 아기가 꼬물대며 살아있을 것만 같은데 현실에서 아기가 유산되고 없으니 슬픈 맘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냥 그녀의 아픔을 들어주는 것 외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말하는 내용을 공감해주며 들어줄 뿐이었죠. 제게도 유산의 경험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유산이 된 건 스스로의 잘 못이 아니니 자책하지 마세요! 저도 이전에 유산되었을 때 그 모든 게 제 잘못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가슴 아픈 날이 계속될 것만 같았지만 또다시 살아지는 게 인생인 것 같아요. 동굴 속 같던 그 아픔에서 빠져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두 번째 유산이라 더 힘드시겠지만 휴가 기간 동안에 선생님께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한 가지 해보세요! 떠나보낸 아기들에게 편지를 써보셔도 되고, 몸이 좀 회복되면 남편과 함께 아픔을 치유하는 여행을 해보셔도 될 것 같아요. 지금은 휴가기간 동안 몸을 먼저 챙기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그래야 다른 아기 천사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을 거예요.


가 해줄 수 있었던 건 그녀와 같은 아픔을 겪었던 일들을 통해 맘을 위로해주는 것뿐이었죠. 그녀의 슬픔을 공감할 수 있었기에 많이도 맘이 아려 왔습니다. 그녀에게 다른 아기천사가 빨리 찾아와 주기를 기도해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참으로 맘 아팠습니다. 삼신할머니께 '그녀에게 아기천사를 꼭 다시 점지해주세요!'라고 맘으로 전할 뿐이었죠. 그녀도 제 맘을 이해했는지 유사산 급여 신청  절차를 마저 다 안내받고 나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감해줘서 고맙다며 전화를 종료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늘 좋은 날만 지속되진 않습니다. 롤러코스터와 같아서 좋은 날도 있을 것이고 더러는 암흑 같은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녀의 슬픔을 함께 공감해준 것 외에는 제가 해줄 수 있는 위로는 없었죠. 이렇듯 슬픈 일이 있을 땐 누군가의 따뜻한 공감이 당사자의 아픈 맘을 줄여 줄 수 있습니다. 그녀에게 부디 아기천사가 빨리 찾아와 주길 기원해봅니다.


그녀와 통화하면서 제가 찾은 인생의 지혜는 슬픔을 겪는 누군가에서 따뜻한 공감을 나눠보자! 였습니다. 삶을 살면서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 조차 위로의 말을 건네받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오히려 낯 모르는 사람이 건네주는 따뜻한 공감의 말 한마디로 용기 내어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나와 같은 아픔을 겪었던 누군가의 위로가 더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요즘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더욱더 타인을 배려하며 따뜻한 공감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래야 우리네 인생길이 따뜻한 동행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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