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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Apr 22. 2020

심리적 안전감이란?

[커넥트북] 최고의 팀은 어떻게 다른가, 두려움 없는 조직

회의 시간에 팀장님이 '이번엔 이렇게 해보자' 하는데, 

저러면 큰일 날 것 같은데...

속으로 생각만 하고 말은 못 하고. 나머지 팀원들도 누가 좀 말려봐 눈치만 보는 상황 겪으신 적 없으신가요?

침묵은 어떻게 조직을 갉아먹는가, 오늘은 심리적 안전감을 다룬 두 책,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와 '두려움 없는 조직'을 이어서 리뷰해 보고자 합니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먼저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입니다. 이 책은 대니얼 코일이 썼습니다. 원래는 기자이고, 뉴욕타임스 커버스토리를 바탕으로 ‘탤런트 코드’를 써서 유명해졌죠. 학자는 아니지만, 자료를 조사하고 또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생생한 사례들로 책을 씁니다. 기자 출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인 것 같아요. 탤런트코드가 뇌, 미엘린에 대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탁월한 성과를 낸 개인의 훈련법을 다뤘다면, 이 책은 왜 어떤 팀은 개인의 합보다 큰 성과를 내고, 어떤 팀은 그렇지 못한 지, 조직의 소통을 다룬 책입니다. 


참고로 이 책 원래 제목은 Culture Code입니다. 개인은 탤런트 코드, 조직은 컬처 코드. 그런데 탤런트 코드는 번역서도 그 이름 그대로 나왔고, 컬처 코드는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제목이 바뀌었죠. 구글 같은 IT 기업뿐만 아니라 NBA 농구팀, 네이비씰, 심지어 보석 도둑단까지, 긴밀한 협업이 어떻게 탁월한 성과로 이어지는지 최고의 팀의 비밀을 알려드립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 세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안전한가

당신은 얼마나 취약한가

우리의 이야기가 있는가


첫 파트 '나는 이곳에서 안전한가'가 오늘 주제인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속 신호’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나옵니다. MIT 휴먼다이내믹스연구소 샌디 펜틀랜드 교수의 연구 이야기로 시작하는데요, 연구 주제가 사람들 사이의 교류, 즉 말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목소리 크기, 서로 말을 끊은 횟수, 목소리 패턴의 유사성 같은 내용이에요. 이런 원초적인 신호들이 주는 메시지는 ‘이곳이 지금 안전한가’입니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그 시작은 거창한 제도나 협업 규칙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 사소한 표정, 눈빛, 목소리 이런 것들이라는 거죠. 


펜틀랜드 교수는 탁월한 팀이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구성원들이 비슷한 비중으로 발언과 청취를 분담한다.
자주 시선을 맞추며 대화와 제스처에 활력이 넘친다.
의사소통을 리더와의 대화로 한정하지 않고 서로 직접 소통한다.
팀 안에서 별도의 대화 채널을 확보한다.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한다. 팀 외부로 나가 활동하며, 팀으로 복귀해 습득한 정보를 나눈다.


우리는 안전하고, 서로 이어져있다. 이어서 구글의 애드워즈 개발 사례, 제1차 세계대전 중의 크리스마스 정전 협정, 미국 공군 등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소속 신호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을 강조해요. 우리가 이어져 있는가? 우리는 안전한가? 우리는 미래를 공유하는가? 여러분의 팀은 어떻습니까? 팀원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시나요?


이야기는 NBA로 넘어갑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 NBA 현역 최고령, 최장수 감독이죠. NBA에서 다섯 번이나 우승했고, 국내 농구팬들은 제일 쓸데없는 게 샌안토니오 걱정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합니다. 선수층으로 보면 탑급이라고 할 수 없는데, 시즌 초에 부진한 것 같다가도 시즌이 끝날 땐 항상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있기 때문이죠. 

스퍼스는 회식을 굉장히 자주 합니다. 아,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회식 싫어하는데, 식사를 자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선수들 고향을 다 알고,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어떤 와인을 좋아하는지 포포비치 감독이 다 수첩에 적어놓는다고 해요. 선수들과 같이 밥 먹을 식당을 포포비치가 직접 고른답니다. 감독 집에 와인 저장고가 있고, 심지어 자기 명의의 포도밭도 있습니다. 경기에서 패배한 다음 날인데, 누가 뭘 잘못했고, 실수했고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다 같이 투표권법 제정 50주년 CNN 다큐멘터리를 봤대요. 그리고 선수들끼리 서로 어떻게 생각했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시리아 전쟁, 인종차별, 동성 결혼, 테러리즘 같은 주제들로 감독이랑 선수들이 대화를 한대요. 그게 농구랑 무슨 상관이지 싶은데, 그게 농구에 영향을 줍니다. NBA를 보면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될 때마다 ‘이건 그냥 비즈니스다’란 인터뷰를 자주 하거든요. 그런데 스퍼스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신호. 그게 경쟁력의 비밀인 거죠.


책의 두 번째 부분은 '당신은 얼마나 취약한가'입니다. 이번엔 비행기 조종실입니다. 1989년, 덴버에서 시카고로 가던 유나이티드 항공 여객기의 꼬리엔진이 폭발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고장이 일어날 확률이 10억 분의 1 밖에 안되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훈련을 받은 조종사가 없다는 거였죠. 기장과 부기장, 그리고 우연히 비행기에 승객으로 있던 조종사 훈련 교관까지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비행기를 고장 난 자동항법 운전이 아니라 수동 운전으로 어찌어찌 인근 공항에 착륙시키고 승객 285명을 살려냅니다. 


대니얼 코일은 이 세 명 사이의 대화에 주목합니다. 이런 위기상황, 혼란 상황에서 우리는 보통 리더는 흔들리면 안 된다,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명확하게 지시를 내리고 상황을 통제하는 모습, 이런 카리스마를 떠올리죠. 그런데 이 셋 사이의 대화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어를 어떻게든 내려” 이런 말투가 아니라, “기어를 어떻게 내리죠? 의견 있어요?” 이런 개방형 질문들, 그리고 내가 기장이지만 솔직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신호들을 보냅니다. 이렇게 자신을 낮추는 소통으로 집단의 수행 능력은 오히려 더 올라가는 것이 최고의 팀의 두 번째 비밀입니다. 참고로 이 사고 후에 비행 시뮬레이터에 똑같은 상황을 재현해놓고 베테랑 조종사들이 승객을 살려낼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해봤는데 28번 모두 실패했다고 하네요.


이어서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 네이비씰의 훈련법과 사후 평가 대화법, 뉴욕의 코미디 극단, 또 핑크 팬더라고 불리며 도쿄, 파리, 두바이, 런던 등 전 세계에서 보석을 훔친 도둑단 같은 사례들이 나옵니다. 나중에 이 도둑단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왔다는데요, 세르비아에서 자발적으로 모집되고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었다고 해요. 도둑질을 위해서 특별히 고용되고 훈련된 조직이 아니라, 전쟁의 아픔을 겪고 나서 생존을 위해 밀수를 하던 친구들이 주축이 되어 점점 규모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장소 물색, 보석 탈취, 운반, 서로 역할을 나눠 맡고, 이런 팀마다 리더가 있긴 하지만 리더가 명령을 내리진 않습니다. 간단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데 가장 중요한 건 서로 의지한다는 거예요. 영화감독이 이 도둑단에 소속되어있던 사람들을 몇 명 인터뷰했는데, “내가 실수하면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지고 우리는 끝장이다” 이런 상호 의존성이 아주 강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취약성은 나도 잘 모르겠다, 나 혼자서 할 수 없다, 서로가 필요하다, 이런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그러려면, 앞서 이야기한 심리적 안전감, 소속 신호가 전제가 되어야죠. 나는 여기 소속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어야, 취약함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온 건 아니고 읽다가 떠오른 사례가 있었어요. 농구팬들은 NBA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지난 1415 시즌부터 1819 시즌까지 5년 연속으로 NBA 파이널에 진출해서 세 번 우승했죠. 그런데 작년에 시즌 중에, 골든스테이트에서만 쭉 선수 생활을 해온 드레이먼드 그린이라는 선수가, 3년 전에 이적해온 리그 최고의 선수인 케빈 듀란트에게 ‘우린 너 필요 없다, 너 없이도 우승한 적 있다’ 이런 발언을 합니다. 이건 팀 케미스트리를 엄청나게 해치는 발언입니다. 작년에 파이널에서 골든스테이트가 우승을 못했죠. 클레이 탐슨과 케빈 듀란트가 연달아 부상을 당하면서 진 것도 있지만, 드레이먼드 그린의 발언에서부터 이미 우리는 원팀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있었을 것 같아요. 우승도 못했고, 시즌 후에 케빈 듀란트가 이적해 버리고, 코로나로 시즌 중단이 되기 전까지 골든스테이트가 꼴찌입니다. 물론 부상자가 많고, 드래프트에서 좋은 순번을 받으려고 일부러 지는 탱킹 영향도 있지만, 작년 파이널 진출 팀이 올해 꼴찌를 하고 있어요.


여러분 팀은 어떻습니까? 서로를 의지하고 있나요? 그리고 나도 잘 모르겠다,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신호를 동료들한테 보낼 수 있나요? 아니면 너 필요 없어, 나 혼자서 할 수 있어, 이런 신호를 보내고 있나요? 심리적 안전감, 취약성 이 두 키워드는 요즘 조직문화에 대한 책을 보면 굉장히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미국에서도 물론 화두이고,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이 부분에 워낙 약했었기 때문에, 일부러 출판사들이 이런 내용의 책들을 더 적극적으로 국내에 번역본을 내는 것 같기도 해요.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세 번째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는가’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키워드는 고목적 환경, high-purpose environment입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집중하고 노력하는 환경, 우리의 현주소는 여기고,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저기다. 이런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는 것이죠.

오래전 사례지만, 1982년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먹은 사람들 7명이 죽습니다. 누군가 독극물을 주입한 거죠. 타이레놀을 생산하는 존슨앤드존슨은 난리가 납니다. 그때 FBI와 FDA는 시카고 지역에서만 타이레놀을 회수하라고 권고했다고 해요. 그런데 CEO였던 제임스 버크는 손해를 무릅쓰고 미국 전역에서 타이레놀을 수거합니다. 왜냐하면 존슨앤드존슨의 크레도, 사훈에 고객, 직원, 커뮤니티, 주주 순서로 우선순위가 매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 간호사, 환자를 비롯한 고객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거죠. 그런데 그런 결정 이후에 망할 줄 알았던 타이레놀의 시장 점유율이 예전보다 더 높게 올라갑니다.


고목적 환경이란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죠. 이 부분에서 다음 책 ‘두려움 없는 조직’의 저자 에이미 에드먼슨의 연구 결과도 인용됩니다. 새로운 시술 기술을 빠르게 배우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의 차이는, 결국 의사와 간호사, 마취사 같은 수술 팀원들이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연구였죠. 새로운 시술이 환자와 병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프레이밍 하고, 각각의 역할이 팀의 성공에 왜 중요한지 설명하고, 미리 세밀하게 리허설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수술 후에 과정을 돌이켜 보면서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다섯 가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사례가 정말 많이 나와요. 본문 내용뿐만 아니라 세 파트가 끝날 때마다 ‘최고들의 행동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조언들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다양한 조직들의 사례가 나옵니다. 역시 기자라서 그런지 사례 조사는 엄청나게 한 것 같아요.



두려움 없는 조직

두 번째 책은 두려움 없는 조직입니다. 하버드 교수인 에이미 에드먼슨이 쓴 책이에요. 제가 이 이름을 처음 들은 건 구글의 Project Aristotle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프로젝트 설명이 잘 나와 있습니다. 프로젝트 리더였던 줄리아 로조프스키는 구글에서 성과를 내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데이터로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맡는데요, 취미가 비슷해야 하나? 회사 밖에서 자주 만나야 하나? 학업 배경이 비슷해야 하나? 다 같이 외향적이거나 다 같이 내향적이어야 하나? 구글의 180개 팀을 여러 가지 변수로 팀들을 분석해 보는데, 패턴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심리학자들이 ‘group norm’, 집단의 암묵적인 규범에 대해 연구한 내용들을 발견하는데요, 여기서 힌트를 얻어서 각 팀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여기서 좋은 팀이 보이는 두 가지 행동 패턴을 발견합니다.


첫째는 ‘팀의 구성원이 대화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비슷하다’입니다. 모든 대화마다 모두 똑같이 발언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기간을 두고 팀에서 오고 간 대화를 분석해보면 팀원마다 이야기한 시간의 비율이 안 좋은 팀에 비해서 편차가 적다는 거죠.


둘째는 좋은 팀의 ‘사회적 민감도(social sensitivity)가 평균적으로 높았다’는 겁니다. 사회적 민감도는 서로의 목소리 톤이나 눈빛에서 어떤 감정 상태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채는 능력입니다. 이걸 측정하는 방법으로 사람의 눈만 보여주고 어떤 감정인지 맞추는 테스트가 있다고 해요. 좋은 팀은 이 점수가 평균보다 높았다고 합니다. 아까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이야기했던 신호를 잘 캐치하는 거죠. 


참고로 뉴욕타임스에는 프로젝트 결론이 두 가지가 나오는데, 구글이 re:work 블로그에 직접 밝힌 원칙은 다섯 가지이고, 그중 제일 첫 번째이자 나머지 네 가지 원칙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 심리적 안전감입니다. 그리고 눈치채셨겠지만 Project Aristotle 팀이 참고한 연구 중에 에이미 에드먼슨의 연구도 있었죠. 이 책에도 구글 이야기가 나옵니다.



잠깐만 옆으로 새자면, 이 책이 나온 시점이 진짜 아쉬웠어요. 에이미 에드먼슨 이름은 여러 곳에서 나오거든요.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도 있고, 아까 2016년 뉴욕타임스 기사도 있고, 그 기사를 쓴 찰스 두히그가 쓴 1등의 습관에도 나오고, 아무튼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책은 다 에이미 에드먼슨의 연구 결과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작 에이미 에드먼슨이 쓴 책이 없는 거예요. 그러다 이 책이 나왔는데, ‘에이미 에드먼슨이 이런 연구를 했다’, ‘또 이런 사례도 있다’ 하는 이야기를 먼저 하도 봤더니, 정작 당사자가 책을 썼는데 임팩트가 덜한 거죠. 약간 스포일러 다 보고 영화를 보는 느낌?


이 책도 세 부분, 세 질문으로 되어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조직은 안전한가?

두려움 없는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

최고의 조직은 어떻게 혁신을 거듭하는가?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똑똑하고, 능력 있고,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비치길 원합니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대인관계 위험’, interpersonal risks라고 하는데요, 결과적으로 무지해 보이기 싫어서 질문하지 않고, 무능력해 보이기 싫어서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일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 반대 의견을 내지 않게 되죠. 


이런 맥락에서, 저자 에이미 에드먼슨은 ‘심리적 안전감’은 ‘대인관계의 위험으로부터 근무 환경이 안전하다고 믿는 마음’이라고 정의합니다. 어떤 의견을 말해도 무시당하거나, 질책당하거나, 징계받지 않는다는 믿음이죠. 심리적 안전감은 구성원이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며,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때야 비로소 생깁니다. 이런 조직에서는 ‘아주 짧지만 결정적인 침묵의 순간’, 팀원들이 이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중요한 아이디어나 심각한 문제가 그냥 묻혀지는 순간이 사라집니다.

이 표에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조직의 암묵적 규칙이 몇 가지 나오는데요, 상사가 관여한 업무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마라,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말하지 마라, 상사의 상사가 함께 있을 때는 문제를 제기하지 마라, 여러 분의 조직도 이렇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두려움 없는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는 세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토대 만들기입니다. 여기서는 실패와 불확실성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다시 짜고, 일의 목적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다루는 여러 책들을 보면, 구글 같은 회사들이 실패를 강조하고, 심지어 축하한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실패에도 유형이 있는데요, 우선 예방 가능한 실패입니다. 규칙과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집중하지 않거나, 기술이 부족해서 생기는 사고들이죠. 그다음은 복합적 실패입니다. 여러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병원이나, 우주왕복선이나, 이런 복잡한 시스템에서 발생하기 쉽죠. 마지막은 창조적 실패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다 발생하는 실패죠. 이 중에서 예방 가능한 실패와 복합적 실패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창조적 실패는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실패는 실패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것, 또 실패하는 게 두려워 온전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 일의 목적을 강조하면서, 고객을 위해, 나아가 인류를 위해 직원들의 업무가 왜 중요한지 상기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짧게 언급되어 있네요.


두 번째 단계는 참여 유도하기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상황적 겸손’과 ‘적극적 질문’이 중요합니다. 리더가 모든 정답을 아는 것처럼 군림하는 분위기에서는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어요. 2000년대, 파산 직전의 제록스를 극적으로 회생시킨 CEO 앤 멀케이는 Master of I Don’t Know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했기 때문이죠. 리더가 모르면 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는가, 앤 멀케이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강의에서, 리더가 모르는 점을 인정하면 직원들은 오히려 자신감을 얻는다고 강조합니다. 정답을 모른다는 태도를 가지면, 질문을 해야겠죠. 효과적인 질문에는 열 가지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단계가 생산적으로 반응하기입니다.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목소리를 낸 직원에게 생산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 감사 표현하기, 실패라는 오명 제거하기, 위반 행위에 엄격히 조치하기 같은 것들입니다. 앞서 실패에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했습니다. 창조적 실패를 장려하고, 예방 가능한 실패나 복합적 실패는 피해야 하죠. 자 그렇다면 예방 가능한 실패나 복합적 실패는 비판하고, 징계하고 끝낼 일이냐, 그렇진 않습니다.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직원들이 실패를 숨기고, 같은 실수가 반복될 수도 있고, 실패를 통해서 학습을 증진하고, 시스템적인 보완이 일어날 수도 있죠. 물론 위반 행위에는 단호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2017년에 구글의 한 엔지니어가 구글의 다양성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쓴 게 유출되었습니다.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언급하면서, 구글에서 여성 엔지니어의 연봉이 남성보다 낮은 게 그 증거다라고 이야기해서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죠. 구글 내부뿐만 아니라 수백만 외부 고객까지 글을 읽어 버렸죠. 이 엔지니어는 해고되었습니다. 실패에 생산적으로 반응한다는 게 위반 행위를 용서해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걸 계기로 회사의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지고 부족한 부분이 보완되는 것이 생산적인 반응이죠.


심리적 안전감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늘 동의해주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서로 친절하게 대하는데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환경도, 대인관계에서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겠죠. 그리고 원래 말이 많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 꼭 심리적으로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또 신뢰와 심리적 안전감은 공통점이 많지만 레벨이 좀 다른데요, 신뢰감이 이 사람은 신뢰할 만한데 저 사람은 그렇지 않다, 특정 개인에 대한 감정이라면, 심리적 안전감은 조직에 대한 감정입니다. 또 신뢰감은 장기적인 반응과 관계가 있다면, 심리적 안전감은 내가 지금 이 말을 했을 때 어떤 반응이 올지 좀 더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반응과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앞서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강조했던, 소속 신호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심리적 안전감이 성과의 기준을 낮추지는 않습니다. 일 못해도 괜찮은 조직이랑 착각하시면 안 됩니다.


이 책의 세 번째 질문, 최고의 조직은 어떻게 혁신을 거듭하는가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은 한번 만든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만들기보다 무너지는 게 더 쉽죠. 그래서 리더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솔직한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또 이걸 제도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난 시간 피드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기억하시나요? 여기서 다시 픽사가 등장합니다. 브레인트러스트, 픽사의 주요 리더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제작 중인 영화를 함께 보고, 영화감독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시간이죠.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요, 평가 내용이 건설적이어야 한다, 평가의 대상은 제작진이 아닌 영화로 한정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제작진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개인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또 브레인트러스트에서 나온 의견은 제안일 뿐, 반드시 지켜야 할 지시사항은 아닙니다. 또 브레인트러스트는 흠을 들춰내는 과정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감독의 비전과 목표를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시간이죠. 


참고로 브레인트러스트는 정말 많은 책에서 언급되는 제도입니다. 심리적 안전감, 솔직함의 문화를 만들고 싶은 리더라면 꼭 한번 파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픽사가 디즈니에 인수된 다음에 픽사 CEO 에드 캣멀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CEO도 겸하거든요. 그러면서 픽사의 브레인 트러스트가 디즈니로 이식된 게 스토리 트러스트입니다. 스토리 트러스트로 대박이 난 게 겨울왕국이에요. 이 책 말고도 에드 캣멀이 직접 쓴 창의성을 지휘하라, 저번에 소개해드린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찰스 두히그의 1등의 습관 등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심리적 안전감을 드러내는 몇 가지 표현이 나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해요."
"제가 실수했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뭐 도울 건 없나요?"
"어떤 부분이 힘든가요?"
"어떤 부분이 고민이죠?"

리더 분들은 꼭 기억하시고, 이 표현들을 직접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어 보기


자, 오늘 두 권의 책을 리뷰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두려움 없는 조직’.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세 가지 질문을 제시했어요. 나는 이곳에서 안전한가,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이야기죠. 두 번째는 당신은 얼마나 취약한가, 취약성에 대한 부분이구요, 마지막으로 우리의 이야기가 있는가.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에서 중요한 것으로 소속 신호, 목소리 크기, 눈빛, 말을 끊은 횟수, 목소리 패턴,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죠. 그리고 취약성 이야기를 할 때에도, 신호의 이름은 따로 없었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나 혼자서 할 수 없다, 서로가 필요하다, 이런 서로 의지하는 관계라는 신호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도 세 가지 질문이 있었어요. 지금 당신의 조직은 안전한가? 두려움 없는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 최고의 조직은 어떻게 혁신을 거듭하는가? 첫 질문은 심리적 안전감이 대체 무엇인지, 대인관계의 위험, interpersonal risks를 들면서 설명했구요, 두 번째 질문, 심리적으로 안전한 조직을 만드는 법으로 토대 만들기, 참여 유도하기, 생산적으로 반응하기가 있었습니다. 토대 만들기에서는 프레임 다시 짜기, 일의 목적을 강조하기가 있었구요, 참여 유도하기에 ‘상황적 겸손’과 ‘적극적 질문’이 있었어요. 마지막 생산적으로 반응하기는 조직에서 실패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었죠. 세 번째 질문, 최고의 조직은 어떻게 혁신을 거듭하는가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을 무너뜨리지 않고 유지하는 방법, 솔직함을 제도로 만드는 사례가 담겨 있었습니다.


자, 결국 이 두 책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해요. 우선 첫째는 심리적 안전감, 취약성, 공동의 목적과 가치관,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병렬 관계로 나옵니다.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는 심리적으로 안전한 조직을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로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 목적을 강조하는 것을 들죠. 나머지 개념들을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큰 컨셉 안에 들어있는 보조적인 개념으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 취약성, 목적의식, 이 세 가지가 정확히 무슨 관계냐 한다면 관점의 차이가 조금 있지만 두 책 모두 이 세 가지가 다 중요하다 강조하고 있는 건 명확한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신호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눈빛, 목소리, 표정, 이런 우리가 수시로 주고받는 사소한 신호들이 회사의 인사제도나 이런 거창한 것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사람을 제재할 수 있는 제도나 정책이 필요한 거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좀 더 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구요, 여러분들이 만약 리더의 입장이라면, 회사의 인사제도나 정책보다 여러분들이 오늘 팀원들에게 어떤 눈빛과 표정과 리액션을 보냈는지가, 여러분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거예요. 창조적인 실패는 괜찮다,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 연결된 한 조직이다 작은 신호들을 끊임없이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상황적 겸손’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가 이 ‘상황적 겸손’,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인데, 특히 지금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개념 같습니다. 리더이지만 나도 혼란스럽다, 결정하기 어렵다,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선 참 보기 힘든 상황이죠. 기업에서도 그렇고, 정치로 가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다들 자기가 맞다고만 하고,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질 않습니다.


아,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저는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읽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이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안전하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두 가지는 뉘앙스가 다르죠. 엄밀히 말하면 안전감이 맞는데, ‘안전감’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지 않기 때문에 안정감으로 번역한 것 같아요. 참고로 2년 전에 쓴 제 책에도 ‘심리적 안정감’으로 나와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안전감’으로 쓰는 게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튼, 이 영상이 심리적으로 안전한 조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커넥트북은 책과 책을 이어서 해석해보는 시간입니다. 제가 평소에 책을 읽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올리고 있으며, 영상이 아닌 글로 읽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브런치에도 같이 대본을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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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조직문화와 OKR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성과관리 협업툴 '얼라인업'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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