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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Jul 04. 2021

탁월한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김성준 지음

책 표지에 ‘10여 년간 기업 임원을 탐구한 국내 최고 피플 데이터 분석가의 데이터가 증명한 탁월한 리더의 비밀’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성준 교수님입니다. 롯데인재개발원, SK그룹 리더십개발센터에서 리더 진단과 평가, 피플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셨고, 지금은 국민대학교 겸임 교수로 계십니다. 저도 조직문화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꽤 오래전에 교수님을 알게 되었고, 제 첫 책 ‘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에 추천사도 써주셨어요 :)



리더십이라 하면서 그냥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거나, 한 회사에서의 실무 경험을 일반화시켜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달리, 김성준 교수님은 다양한 회사들의 조직문화 자문 역할을 하시면서 얻은 데이터로 꾸준히 논문을 쓰시는 분입니다. 이 책은 그런 ‘검증된’ 인사이트가 모여있습니다. 그렇다고 분석적이고 딱딱한 내용은 절대 아닙니다. 수많은 리더들을 인터뷰하며 모은 사례들이 적재적소에 들어있어, ‘아 그렇지, 그런 사람들 있지’하며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중간에 몇 가지 인사이트만 요약해 드립니다.


진실의 순간에 리더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트위터, 블로그 등의 소셜미디어에서 ‘상사’, ‘팀장’, ‘임원’, ‘리더’, ‘리더십’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문장들을 찾아보니 몇 가지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먼저 상황이 제시된다   

     그 상황에서 상사가 어떤 행동을 한다   

     그리고 부하인 ‘나’의 반응이 있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려는데 상사가 막말을 한다든지, 쉬는 날인데 별 일 아닌 걸로 회사에 출근시킨다든지, 결혼 준비로 정신없을 때 회식에 빠진다고 뭐라 한다든지, 이런 케이스들입니다.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은 원래 마케팅에서 많이 사용되는 개념이지만 리더십에도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습니다.


안리특, 안타까운 리더의 특성을 찾아서

상사-동료-구성원이 리더를 평가한 다면 서베이 점수를 활용해서 리더들을 다섯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이렇게 나눴을 때 하위 20% 그룹(점수가 가장 낮은 그룹)과 20~40% 그룹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한 결과입니다. 최악의 리더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볼 수 있겠죠. 상사의 강점과 약점을 기술한 주관식 데이터로 감성 분석(sentiment analytics)을 해보니 다음과 같은 차이가 도출되었습니다.  

     책임을 남에게 전가한다   

     개인 이익을 조직 이익보다 앞서 추구한다   

     모욕적인 언사를 하고 말과 행동이 따로 논다   

     감정적으로 업무에 임한다   

     개인 친분이나 선호가 심하게 드러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사이트의 내용도 좋지만 어떻게 데이터를 모으고 연구했는지가 흥미롭습니다. 설문을 받아 조직별로, 직급별로 평균 점수를 보고,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질문들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는 게 대부분 회사들 수준인데, 이 책에는 키워드 빈도와 공출(co-occurrence), 키워드 트렌드 분석, 감성 분석(sentiment analysis), 토픽 모델링 등 다양한 분석 기법이 등장하는데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런 분석을 어떻게 하는 건지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실 겁니다.


본문 내용들을 종합하여 마지막 7장에서는 탁월한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각 장에서 이미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제시했다면, 여기서는 좀 더 직접적으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바뀔 수 있다, 유한성을 자각하자   

     리더로서 진실의 순간을 연습하자   

     안리특에서 배우자   

     환경에 대한 가정을 검토해 보자   

     구성원에 대한 가정을 검토해보자   

     성과-사람관리에 대한 가정을 검토해보자   


저자는 ‘리더라면 이렇게 해야 해’하는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보다,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과 주변 환경, 팀원들에 대해 어떤 암묵적인 가정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돌이켜보게 합니다. 가정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말과 행동도 달라지겠지요. 저는 이 부분도 다른 리더십 책들과 확실히 다른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주관이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다는 게 과정에서의 차이라면, 정답보다 질문을 제시한다는 게 결론에서의 차이 같아요.


이 책을 읽고 저도 팀원들에게 받는 피드백 내용을 조금 고쳐보았습니다.



Section 1은 More, Start, Stop입니다. 제가 하는 행동이나 말 중에 더 늘려야 할 것, 앞으로 시작해야 할 것, 줄이거나 멈춰야 할 것에 대해 물어봅니다. 원래 ‘경쟁 가치 접근법’(Competing Values Approach)과 딥 체인지’(deep change)로 유명한 로버트 퀸의 책에서 봤던 내용인데, ‘규칙 없음’ 책을 보니 넷플릭스에서도 이 질문으로 실명 피드백을 하고 있더군요. 작년에는 이 MSS만으로 피드백을 받았었습니다. 


Section 2가 이 책에 나온 ‘안리특’ 질문입니다. 혹시나 해서 넣은 거지만 역시(?) 응답이 없었습니다(section 1은 필수, section 2는 선택으로 했습니다). 평소 팀원들이 저를 두려워하거나 할 말 못 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믿기 때문에 제가 최악의 리더는 아니라고 멋대로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나중에 안 좋은 리더가 되어 질문에 나온 행동을 실제로 한다면 제 팀원들이 솔직하게 답을 해줄까 싶긴 합니다. 저 자신을 위한 안전장치 같은 느낌으로 넣어둔 질문인데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분기마다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지만 section 2는 이대로 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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