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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Jun 26. 2021

최강의 조직

벤 호로위츠 지음

이 책의 저자는 벤 호로위츠입니다. '하드씽'이라는 책을 쓴 경영 철학가이자, 성공한 CEO였고, 지금은 업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벤처캐피털의 공동창업자입니다. 벤은 실리콘그래픽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여 넷스케이프로 이직하면서 마크 안드레센을 만나죠. 넷스케이프는 최초의 인터넷 브라우저이기도 하고, 쿠키(cookie)처럼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인터넷의 기술 규약 거의 대부분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넷스케이프가 AOL에 인수된 이후에 넷스케이프를 만든 거기서 만난 마크 앤드레센과 함께 라우드클라우드라는 회사를 창업합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클라우드 기술의 시초입니다. IT 버블이 터져 회사에 현금이 없던 위기 상황에서 벤 호로위츠는 라우드클라우드를 상장시킵니다. 이후엔 라우드클라우드의 핵심 기술을 가지고 옵스웨어라는 회사를 분사시키고, 나머지 부분을 EDS에 $63.5 million에 매각합니다. 옵스웨어의 CEO로서 다시 회사를 키운 벤 호로위츠는 옵스웨어를 HP에 $1.6 billion에 매각합니다. 이후에 마크 안드레센과 함께 a16z라고도 불리는 벤처캐피털 회사 안드레센 호로위츠를 창업하죠. 이 과정에서 벤 호로위츠가 얼마나 많은 위기와 아픔과 스트레스를 겪었는지는 이전 책인 ‘하드씽’에 자세하게 나와있습니다. 저도 창업하기 전에 ‘하드씽’을 읽었다가 3년 만에 exit 하고 다시 읽어보았는데 느낌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하드씽이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책이라면, 이 책은 벤 호로위츠가 역사상의 여러 리더들을 조직문화 관점에서 비춰보며 인사이트를 정리한 책입니다. 과거 인물의 행적과 현재 사례들을 계속 오고 가면서 자기만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 리더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교훈을 줍니다.


첫 번째 인물은 투생 루베르튀르입니다. 생소한 이름이죠? 루베르튀르는 아이티의 노예 혁명을 이끈 리더입니다. 아이티는 전 세계에서 노예 혁명이 유일하게 성공한 국가이며, 루베르튀르는 미국의 노예제도 폐지론자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몇 년 후 남북전쟁이 일어나며 미국도 노예제도를 폐지하게 되죠. 루베르튀르에게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단순 명료해서 기억하기 쉬우면서, 사람들에게 ‘왜?’라는 질문이 나올 만큼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규칙을 세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규칙은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구성원들이 거의 매일 같이 맞닥뜨릴만한 것이어야 하죠. 


루베르튀르의 규칙은 결혼한 장교들은 후처를 둘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사들 사이에서 약탈과 강간이 하나의 규범으로 자리 잡은 마당에 장교들에게 결혼 서약을 존중하라는 규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렸겠죠. 모든 구성원들이 ‘왜?’라고 물을 때 대답이 중요합니다. 모두가 그 대답을 기억할 것이고, 새로운 구성원들에게 그 이유를 전해줄 것이니까요. 루베르튀르의 대답은 “우리 군대에서는 귀관의 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귀관이 혼인 서약을 지킬 거라고 믿을 수 없다면, 귀관이 우리에게 하는 약속을 지킬 거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였습니다. 이를 통해 정직과 충성의 문화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또한 루베르튀르는 조직의 강점에 집중하고, 성공을 부르는 복장을 하고, 외부 리더를 적절히 활용하고, 문화적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결정을 내리고, 언행을 일치시키며, 윤리를 명백히 하는 리더였습니다. 이러한 교훈들과 함께,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완벽한 결합에만 집중한 스티브 잡스, 열 페이지에 달하는 복장 규정을 ‘적절하게 입어라’ 두 마디로 줄인 GM의 최초 여성 CEO 메리 배라, 회사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IT 기업에서 재택근무를 없앤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같은 사례를 보여줍니다. 옵스웨어의 성장을 위해 전투적인 세일즈 임원을 영입했던 자신의 사례도 포함되어 있죠.


이어서 범죄를 오히려 부추기는 교도소에서 생존하고 문화를 바꾸기 위해 갱단의 리더가 된 샤카 샹고르, 정복한 지역의 병사를 자기 군대에 편입시키고 똑같은 기회를 제공한 칭기즈칸,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행동강령으로 정의된 일본 사무라이들의 무사도, 오나라 왕 합려가 아끼던 후궁의 목을 쳐 일벌백계를 보인 손무(‘손자병법’의 저자) 등의 사례가 나옵니다. 


각 사례의 교훈들과 함께, 너무 경쟁적인 문화가 회사에 해를 끼친 우버, 맥도널드의 첫 흑인 CEO인 돈 톰슨, 피드백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공감’에서 ‘협업’으로 문화적인 초점을 옮긴 슬랙의 CEO 스튜어트 버터필드, 회사의 운명이 걸린 소니와의 큰 계약을 앞두고 어디까지 진실을 공개해야 할지 고민했던 옥타의 CEO 매키넌 같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사실 이 책에는 짧은 사례가 몇십 개는 나와서, 읽고 나서 어떤 사례가 어느 챕터에 있었는지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예요.


여러 교훈들을 정리한 문화 점검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자신에게 충실한 문화를 설계하라   

     문화 오리엔테이션의 중요성을 기억하라   

     파격적인 규칙을 세워라   

     외부의 리더를 활용하라   

     본보기 교훈을 보여줘라   

     윤리를 명백히 하라   

     문화적 행동 강령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라   

     언행을 일치시켜라   

     우선순위를 명백히 보여주는 결정을 하라   


제 생각에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What you do is who you are’, ‘당신의 행동이 당신을 정의한다’입니다. 아무리 조직의 핵심가치를 잘 정의해도, 리더가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사람들은 결국 리더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고 따라 하기 마련이니까요. 번역본은 ‘최강의 조직’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지만, 저는 원제가 더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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