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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Jul 30. 2017

이 사람하고는 일 못하겠다 싶을 때

저성과자 vs 썩은 사과

좋은 관리자는 사람들의 장점을 본다


나의 첫 직장은 어떤 전략 컨설팅 회사였다.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일반 기업보다는 좀 더 자주 팀원들이 바뀐다.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할 때마다 멤버도 조금씩 바뀌고, 업계 자체가 다른 회사들보다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또 사람들마다 프로젝트에 대한 선호도도 있어서 고객사의 업종에 따라, 프로젝트 내용에 따라 관심 있는 컨설턴트들이 이합집산 하기도 한다.


컨설팅도 종류가 여러 가지로 세분화되긴 하지만, 서너 명 내외의 인원이 같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것 같다. 인원이 얼마 없다 보니 한 명 한 명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줘야 하고, 서로 간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그래서 가끔 골치 아픈 상황도 발생하는데, PM이 팀원을 가려서 받는 것이다. 여느 회사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컨설팅에서는 훨씬 더 드러내 놓고 팀원에 대한 호불호가 존재했었고, 어느 프로젝트에서도 데려가지 않으려는 팀원은 스스로 압박감을 느끼고 그만두거나 권고사직까지 이어지기도 했었다.


사실 첫 직장을 구하면서 컨설팅 회사를 선호했던 이유 중 하나가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기 싫어서'였다. 나름 괜찮은 대학을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똑똑한 것과는 상관없이 팀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항상 프리라이더가 생겼었다. 복학생 학번빨(?)로 주로 팀장을 맡았던 나는 누군가가 게을러서, 혹은 그냥 학점과 평판에 관심이 없어서 다른 팀원들이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상황이 싫었고, 나중에 회사에 가더라도 그런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똑똑하면서 리더십 있고 자존심이 강한 (= 묻어가지 않을) 사람들이 모인 곳이 어디일까 생각해보니 컨설팅이 남은 것이다.


  

그 시절 어느 PM분이 해줬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분도 한때는 팀원을 가려서 받는 것으로 유명(?)했던 분이었다. 예전에는 열 명 정도의 인력 풀이 있으면 그중에 자신이 데려다 쓰고 싶은 사람이 세 명이 채 될까 말까 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금은 적어도 절반, 많으면 일곱 명 정도는 일을 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그분이 그동안 기른 것은 무엇일까? 이상한 사람들을 참아주는 인내심? 아니면 현실에 타협하고 사람에 대한 자신의 눈높이를 낮춘 것일까? 아니다. 그분이 기른 것은 결국 남에게서 장점을 찾아내는 능력이었다. 어설픈 관리자는 일을 제대로 나눠서 적합한 팀원들에게 맡기지 못하기 때문에 두루두루 잘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들은 저것을 잘하는 사람에게 이것을 맡겨놓고 나중에 ‘이것도 제대로 못해?’ 할 사람들이다.


반면 좋은 관리자는 사람들이 무엇을 잘하는지를 찾아서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당신과 같은 시기에 같은 팀에서 같이 일하는 관계에 있다는 이야기는, 직장생활 연차는 다를지라도 당신과 비슷한 수준의 역량과 경력을 보고 당신을 뽑았던 사람들(이나 그 사람들과 비슷한 채용팀 후배들)이 뽑았다는 뜻일 것이다. 누구나 장점은 있다. 만약 같이 일하기 싫은 팀원이 있다면, 그 사람의 단점을 무조건 탓하기 전에, 내가 그 사람의 장점을 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사람 보는 눈도 피드백해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닌 사람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많은 반론들이 들어온다.

"아니다. 정말 겪어보면 저절로 욕이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팀 성과를 저해하는 사람을 빨리 걸러내는 것이 인사의 핵심 중 하나다." 


100% 동의한다.


조직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사람들을 '썩은 사과'에 비유한 글을 얼마 전 읽었다. 썩은 사과는 자기가 썩은 것뿐만이 문제가 아니라, 주변에 있는 다른 멀쩡한 사과를 썩게 하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조직의 썩은 사과는 조직문화를 망치고,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자들이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팀원들을 쥐어짜는 사람들, 거짓말하는 사람들, 남의 성과를 가로채는 사람들 등이 대표적인 썩은 사과이며, 물론 심각한 무능력도 썩은 사과의 한 부류이기는 하다.


단, 앞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일 못하는 사람 = 썩은 사과'라고 섣불리 단정 짓지는 말자는 것이다


일을 못한다고 소문이 난 사람 중에는 실제로 일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사와의 업무 스타일이 차이가 있거나 맡은 업무가 익숙지 않아서 그러한 경우도 꽤 존재한다. 그래서 성과가 별로였던 사람이 다른 팀으로 옮겨간 뒤에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생기고 (물론 많지는 않다), 그 반대의 케이스도 발생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인사팀은 어떤 사람이 조직에서 기대치보다 성과를 못 내고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내보내려고 하기보다 좀 더 적성에 맞을만한 다른 부서로 몇 번 이동시켜보며 새로운 기회를 주고 관찰한다. (내보내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쉽지 않을뿐더러, 그 사람을 채용한 비용, 내보내는 비용, 대체할 사람을 뽑는 비용을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새로 이동할 팀의 팀장이 이 사람에 대한 소문을 미리 듣고선 이 사람은 일 못하는 사람이라고 선입견을 가져버리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대부분 기대를 받은 만큼까지만 성과를 내기 때문에, 그 사람은 아마 새로운 부서에서도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다. 기회가 사람을 두 번 죽이는 확인사살로 바뀐 것이다. 이것은 그 사람도, 당신도, 회사도 모두 지는 싸움이다.


일을 잘하는지만 놓고 썩은 사과라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나는 직장생활 동안 일을 잘하고 빠르게 승진을 해왔지만 조직의 문화는 망가뜨리는, 그래서 후배 직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신입사원들이 1년도 채 못 가서 퇴사하게 만드는 썩은 사과를 더 많이 만났다. 일을 못하는 사람보다 일 잘하는 썩은 사과가 조직에 훨씬 더 치명상을 입힌다. 그 사람이 내는 성과에 홀려서 계속 방치하다가 (방치가 아니라 오히려 상을 준다) 조직이 완전히 곪은 후에야 상황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썩은 사과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성과를 내고 조직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보면서 '성공하려면 나도 저렇게 해야지'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렇게 다 같이 썩는 것이다. 조직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정리하자면, 이 사람과는 일 못하겠다 싶을 때는 도대체 그 사람의 어떤 면이 문제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자. 그 사람의 성과가 문제라면 내가 그 사람의 장점을 찾으려고 고민해봤는지 돌이켜보자. 혹시 편견을 가지고 단점만 바라본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자.


그 사람이 썩은 사과라면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썩은 사과는 같이 일 못하겠다 싶은 사람 중에도 있지만 일 잘하는 사람 사이에 더 많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혹시 내가 아끼는 직원 때문에 다른 직원들이 회사 못 다니겠다고 하지는 않는지 잘 살펴보자.







* 이 글은 네이버 비즈니스인사이트에 기고했던 글을 재편집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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