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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Dec 21. 2017

Micromanage가 필요할 때

어느 선부터가 마이크로매니지인가

온워드(Onward)를 읽어보면 하워드 슐츠가 기울어져가던 스타벅스를 어떻게 회생시켰는지 생생한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성공에 취한 자만심, 핵심을 벗어난 다각화, 매장 수 확장을 중시하는 경영방식의 부작용으로 동일매장 성장률이 꺾이기 시작한 상황. 게다가 이사회 회장에서 CEO 복귀를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 세계가 서브프라임 사태라는 최악의 경제상황에 직면한다.


핵심가치에 집중하고 본질을 다시 살리려는 창업자이자 CEO 하워드 슐츠, 그런데 그가 취한 행동들을 쭉 들여다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건 너무 마이크로매니지 하는 것 아닌가?



이 브런치에서 압도적으로 조회수, 공유수가 많은 글은 바로 micromanager에 대한 글이다. 그 글을 보시고 이 브런치를 구독하게 되신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애초에 그 글의 의도는 마이크로매니지(-ge)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일을 그렇게 관리하려 하는 마이크로매니저(-ger)가 나쁘다는 것이다. 댓글로 여러 의견을 나누다 몇 가지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마이크로매니지가 필요할 때가 있더라'는 것과 '어디까지가 마이크로매니지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하워드 슐츠의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이 정리된 것이 있어 어떤 상황에서 마이크로매니지가 필요할지 나눠보고자 한다.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바뀌었을 때, 혹은 회복해야 할 때


스타벅스의 키워드는 '관계', 그리고 '경험'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하워드 슐츠가 이사회로 물러난 후 어느 순간부터 매출과 성장만을 추구하게 되었다. 최고의 커피를 제공한다는 원칙이 무너지고, 매장에서 음반 등 너무 넓은 영역으로 진출했으며, 매장 확산 속도만큼 좋은 바리스타를 키워내지 못하게 되었다.


하워드 슐츠는 복귀 후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한다.

하루 동안 모든 매장 문을 닫고 전 직원에게 커피 만드는 교육을 시킨다

치즈 냄새로 커피 향을 덮어버리는 원인인 아침 샌드위치를 없앤다

더 낮은 높이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온다(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면서 고객과 눈을 마주칠 수 있게)


스타벅스 규모의 회사 CEO가 간섭하기엔 자잘한 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을 바꾸려면 입으로 떠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분간은 리더가 모든 일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어떤 회사가 수년간 A라는 가치 및 목표를 추구하다 이제 B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하자. 우선 최고경영진이 B를 아무리 강조해도 중간 관리자들은 불안하다. B를 하려고 A를 소홀히 했다가 언제 갑자기 질책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진이 B라고 한다고 A 위주로 짜여진 회사의 모든 평가/보상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렵다. 그러니 조직의 많은 중간 관리자들이 최고경영진이 B를 외쳐도 원래 중요하게 여기던 A를 쫓는다. 게다가 일하는 프로세스와 온갖 매뉴얼들이 A에 맞춰져 있을 것이므로 진정으로 B를 추구하려면 모든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이 조금씩 바뀌어야 한다. 어마어마한 노력이 드는 작업이다.


그러니 조직의 방향을 바꾸려면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아야 한다. 조직은 한번 굴러가기 시작하면 그 방향을 유지하려는 어마어마한 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 방향을 바꾸기는 정말 쉽지 않으며, 그래서 대부분의 혁신 프로젝트들이 자리를 잡는데 실패하곤 한다. 역으로 한번 B라는 방향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마이크로매니지 하지 않아도 그리로 굴러가게 될 것이다.



여러 팀/부서의 결과물이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야 할 때


부서 간의 협업이 특히 중요할 때가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브랜드의 flagshop을 오픈할 때이다. 매장을 제대로 오픈하려면 상품, 인테리어, VMD를 비롯해 사전 홍보 및 오픈 당일 마케팅, 매장 직원들의 동선 및 역할, 창고관리, IT 인프라 등 수많은 요소들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즉, 각 부서의 담당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이나 전체적인 조율과 협업이 필수적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가 각 부서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세부적인 내용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


온워드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나오는데, 하워드 슐츠가 신제품 출시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포장 디자인을 완전히 새로 하기로 결정하는 장면이다. 물론 디자인 팀에서도 나름 고생해서 준비한 것이었지만, 다른 요소들과 충분히 align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하워드는 외부 디자인 업체와 전면 재작업을 결정하게 된다.


Flagshop, 신제품, 초기 브랜딩, 모두 하나만 잘못되어도 전체의 완성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아기를 키울 때처럼 모든 걸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마이크로매니지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관점의 차이


무엇이 '사소한' 것인지에 대해 리더와 팀원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짐 콜린스의 '성공하는 기업들의 7가지 습관'에는 '플라이휠을 돌린다'는 표현이 있다. 기업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쌓여서 거대한 플라이휠을 돌리게 되고, 그것이 누적되면 관성이 붙어 엄청난 힘을 내게 된다는 의미다. 톰 피터스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사소한(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들만 모아서 '리틀빅씽(The Little Big Things)'이라는 책을 썼다. 그 책의 첫 챕터는 이렇게 시작한다. "반짝이는 화장실을 만들어라"


이전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룹 최고 경영진의 지시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현지에서 모객 하는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현지 담당자들에게 보여줄 관광 프로그램 소개 브로슈어 디자인을 경영자분이 직접 보고 컨펌했다. 그냥 컨펌 수준이 아니고, 디자이너를 본인 방에 앉혀놓고 몇 시간씩 고치셨다. 


그렇게 만든 브로슈어를 들고 중국 출장을 가서 기업 담당자들을 만났다.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현지에서 브로슈어를 몇 군데 수정하였는데, 출장에서 돌아왔더니 난리가 났다. 왜 디자인도 모르는 과장이 브로슈어를 고쳤냐고 그분이 노발대발하신 것이었다.


그때는 사실 혼나면서도 저분이 대체 왜 저러실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백 프로 이해가 가진 않는다) 다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브로슈어가 신사업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전부였다. 관광상품이라 가뜩이나 실체가 없으니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호텔과 여러 관광코스들을 최대한 매력적으로 편집하는 것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키였던 것이다.


아마 마이크로매니저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이 관점의 차이가 가장 클 것이다. 아무리 관점의 차이가 있다지만 '모든 것'을 다 들여다보려 하는 관리자는 마이크로매니저가 맞다. 명확한 선을 그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 기준은 '이 일이 왜 사소하지 않고 중요한지에 대해 조직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은 '기획은 못해도 되니 오타는 내지 말아라'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핏 보면 그 높으신 분이 오타나 체크하고 있나 싶지만 '이용자가 보는 페이지에 실수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그의 철학을 들으면 네이버가 왜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관련기사 : 아웃스탠딩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경영어록 10선)



전시상황


기업에서 전시가 아닌 때가 있겠느냐만 다분히 상대적인 이야기다.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은 늘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당장 이번 달 월급을 못 줄 것 같다거나, 제품 문제로 치명적인 계약 건들을 놓쳤다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하워드 슐츠도 스타벅스의 동일매장 성장률이 빠르게 꺾이고 있던 2007년에 CEO로 복귀했고, 그로부터 1년이 채 되지 않아 서브프라임 사태가 닥친다. 4달러를 주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정신 못 차린 취급을 당하는 상황에서 스타벅스는 전시상황에 돌입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경영진 일부는 교체되었고, 처음으로 부실매장 문 수백 개를 닫고, 대규모 구조조정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혁신 어젠다를 추진하는데, 모든 어젠다는 하워드 슐츠가 직접 택하거나 외부에서 데려온 사람들이, 하워드에게 직접 수시로 보고하면서 이루어진다. 전시에서는 총알 한발 한 발이 중요하고, 속도 또한 중요하다. 평소엔 실패해도 괜찮을 일들이 전시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일이 되고, 중간 관리자들에게 믿고 맡겼을만한 일도 중간보고를 생략하고 CEO가 직접 챙겨야 할 일이 될 수 있다.


망할뻔한 옵스웨어를 회생시켜 hp에 매각한 와이 콤비네이터의 벤 호로위츠. 그가 쓴 하드씽(Hard Thing about Hard Things)에는 평시의 CEO와 전시의 CEO가 어떻게 다른지 정리되어 있다. 


평시에 리더는 현재의 기회를 넓히고 극대화해야 한다. 그래서 달성 가능한 다양한 목적에 기여할 수 있는 광범위한 창의성을 장려하는 테크닉을 사용한다. 
그러나 전시에는 총에 탄환이 단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표를 명중시켜야 한다. 전시에 회사의 생존은 사활을 건 목표를 철저히 고수하고 긴밀히 협력하는 데 달려 있다.
평시 CEO는 큰 그림에 역점을 두고 세부적인 결정은 직원들이 할 수 있게 권한을 위임한다. 전시 CEO는 가고자 하는 주된 방향에 방해가 된다면 깨알만 한 사항까지도 신경 쓴다.
평시 CEO는 노력과 창의성이 수반된다면 회사의 계획에서 벗어나더라도 용인하려 한다. 전시 CEO는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는 관리(managing)와 방임(not managing)과 마이크로매니지(micromanaging)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양 극단 사이의 스펙트럼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방임하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반면 마이크로매니지는 황금 알을 낳지 않는다고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황금 알을 낳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알을 못 낳게 될 공산이 크다.





『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 종이책으로도 출판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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