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 이승훈 선수 논란을 보며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은 내게는 여러모로 기묘한 올림픽이었다. 시작 전부터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이 일더니 기묘한 유교 드래곤이 등장했고... 김연아가 사라진 자리를 생전 처음 보는 스포츠 컬링의 '팀 킴'이 채워줬다. 하지만 내게 가장 의아했던 건 김보름, 이승훈 선수와 관련된 논란이었다. 지금은 #미투 운동으로 쏙 들어간 것 같지만...
김보름 선수는 팀 종목인 '팀'추월에서 마치 경기 규칙을 잊은 듯 노선영 선수를 뒤에 남겨두고 박지우 선수와 함께 결승선에 먼저 들어와 버렸다. 거기서 끝났으면 모르겠는데 인터뷰에서 마치 노선영 선수를 왕따 시킨 것 같은 인상을 주어서 비난을 받았다. 이승훈 선수는 매스스타트에서 첫 금메달을 땄지만, 정재원 선수가 페이스메이커 역할로 희생되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었다. 매스스타트는 엄연히 개인 종목이기 때문이다. 한쪽은 팀 종목에서 개인플레이를 했다고 비난을 받았고, 한쪽은 개인 종목에서 팀 플레이를 했다고 논란을 일으켰다. (엄밀히 말하면 이승훈 선수가 팀 플레이를 했다기 보단 빙상연맹이 그렇게 지시한 거겠지만...)
김보름 선수는 팀 추월에서 마치 개인의 기록이 중요한 것처럼 플레이를 해서 욕을 먹었다. 그런데 만약 팀 추월이 '제일 먼저 들어온 선수'의 기록을 재는 것이었거나, '세 선수의 기록의 합'을 재는 것이었다면 김보름 선수의 플레이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누군가의 행동이 바람직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는 이 게임이 팀 종목인가 개인 종목인가 뿐만 아니라 점수를 계산하는 규칙도 중요하다.
스포츠 경기는 팀 종목인지 개인 종목인지,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매우 명확하다. 그런데 훨씬 애매한 문제가 있다.
직장 생활은 팀 종목인가, 개인 종목인가?
직장 생활에서 참 그지 같은 부분은 다들 개인 종목을 뛰고 있으면서 말로는 팀 종목 인척 하는 것이다. ㅇㅈ? 회사를 진정 팀 종목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오너 밖에 없다. 그 사람에게는 팀의 성과가 곧 개인의 성과요 개인의 성과가 팀의 성과니까. 나머지는 다들 자기 KPI를 들고 개인플레이를 하고 있다.
항상 적은 내부에 있다. 고객사 하고는 이야기가 끝났는데 내부에서 진행이 안된다. 매출을 두고 옆 부서와 몇 퍼센트씩 나눠먹을지 가지고 몇 날 며칠을 날린다. ㅅㅂ 고객이 돈을 준다는데 회사 안에서 교통정리가 안돼서 계약을 못한다. 차라리 경쟁사랑 싸우는 거면 이기든 지든 정리가 깔끔한데 내부의 적끼리 개ㅅㄲ 소ㅅㄲ 너 그렇게 살지마 싸운다.
차라리 대놓고 다 같이 개인플레이를 하면 다행인데 또 경영진들은 한 번씩 사람들을 모아놓고 팀워크가 어쩌고 회사의 성장이 어쩌고... 그럼 평가도 그런 식으로 하든지 개인끼리 경쟁하게 제도를 만들어놓고 너네들 서로 사이좋게 지내 한마디 하면 다인지? 어느 장단에 춤출지 모르게 만들어놓고는 팀을 위해 개인의 실적을 희생하면 바보가 되고 팀을 쌩까고 개인플레이하면 싸가지 없는 ㅅㄲ가 된다.
개인이 열심히 일하게 만들면 전체도 저절로 좋아지겠지 싶다면 오산이다. 인도에서 코브라를 줄이기 위해 코브라 시체를 가져오면 상금을 주기로 했다. 결과는? 사람들이 상금을 받기 위해 코브라 농장을 만들었다. 제도가 의도대로 돌아가지 않자 정부는 상금을 없앴다. 사람들은 코브라 농장을 때려치우고 그동안 키우던 코브라를 다 풀어줬다. 회사에 코브라들이 판을 친다. 코브라 농장 주인들은 임원이 된다.
이번에 약간 놀랐던 점은 미리 정해진 작전을 통해 금메달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희생된 선수가 있었음을 지적하는 의견이 '우리나라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우린 항상 조직을 위해 개인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사람들 아니던가?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합리화되던 사람들 아니던가? 웬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금메달을 땄는데도 뭐라 그러지?
조직을 위해 개인의 손해를 감수하는 프레임에 사람들이 지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