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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Dec 21. 2016

창업하기 전에 스스로 물어봐야 할 질문

사업 준비 말고 리더가 될 준비는 하셨습니까?

우선 아직 창업을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이런 제목의 글을 쓰는 것이 앞뒤가 안 맞긴 하지만, 창업을 다이빙에 비유하자면 나는 다이빙대 위에 올라가보긴 한 것 같다. 창업을 굳이 다이빙에 비유한 이유는 직접 겪어보니 다이빙대 밑에서 위를 바라보며 상상한 광경이랑 다이빙대 위에서 아래를 보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더라. 밑에서 볼 때는 아래에 어차피 물도 있겠다 그냥 쉽게 폼 잡고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정작 떨리는 얇은 판때기 위에 몸을 의지하고 아래를 쳐다보면 밑에서 남들이 뭐라고 손가락질하든 엉금엉금 기어서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어이쿠 엉금엉금...



나는 중국 주재원 생활 중에 너무너무 창업이 하고 싶어서 몇 달 동안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회사에 휴직을 신청했었다. 같이 창업하려고 했던 회사 후배와 의견을 나누면서 대학 동기가 추천해준 react-native로 끄적끄적 앱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몇 년 만에 다시 하는 코딩이긴 하지만 어쨌든 무언가 만들어지고는 있었다.  


그런데 어쨌든 나는 이제 결혼하고 유치원 다니는 딸이 있는 사람이고, 그 당시 우리 가족이 지내던 집은 월세가 거의 200만 원이었다. 그런 식으로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정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라. 물론 휴직하기 전에 언제까지 얼마가 들지 미리 계산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그런데 계산 상에서 돈이 없어지는 것과 정말 내 통장에서 돈이 없어지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중국에서 창업할까, 한국에서 창업할까, 무슨 사업을 할까, 누구랑 할까 그렇게 고민하며 한동안 여기저기 직접 창업했거나 스타트업 경영진으로 합류한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러 다녔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내가 창업을 잠시 뒤로 미루게 된 멘토의 이야기가 있어 공유하려고 한다.






창업엔 아이디어, 사람, 돈이 필요하다. 그중에 제일 우선순위는 사람이고 제일 나중이 돈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책들이) 창업에 저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다. 사실 나는 저 세 가지 중에 하나도 제대로 해결이 안 된 채로 창업 준비에 들어갔으니 좀 무모하긴 했다.


그런데 돈은 아이디어가 좋고 팀 구성이 좋으면 어떻게든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심지어 아이디어조차 창업자가 미리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이 이미 아이디어가 있을 수도 있고, 같이 회의를 하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 해보고 정할 수도 있지 않은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여기까지는 아마 대부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가 좁혀졌으니 이제 답은 쉽다. 이런저런 모임에 나가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에 네트워크를 쌓고, 그중에 실력도 있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찾으면 된다.



사장은 그 회사에서 제일 바보가 하는 거야.


초한지에 보면 유방이 천하를 통일한 후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장량(張良)과 같은 책략을 쓸 수는 없다. 또 소하(蕭何)처럼 꼼꼼히 행정을 살피고,
군량을 보급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한신(韓信)처럼 무용과 전략이 뛰어나 싸움을 이길 수도 없다.
하지만 나는 이런 셋을 제대로 쓸 줄 안다.

반면 항우(項羽)는 자신의 휘하의 범증(范增) 한 사람도 제대로 기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천하를 얻은 것이고, 항우는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유방이 항우보다 더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유방은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쓸 줄 알았고, 항우는 자기가 조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것이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조언을 구하러 다니다가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어느 분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사장은 그 회사에서 제일 바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


그 형이 바보라서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자기가 회사에서 가장 뛰어나야 하고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빛나고 팀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사장이 자기가 제일 똑똑하다고 믿고, 자기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조직엔 그 사장보다 못난 사람들만 다닐 수밖에 없다. 이런 조직에 어쩌다 사장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직원으로 들어왔다고 하자. 직원들이 이 사람을 따르기 시작한다. 그럼 자기가 제일 빛나야 하는 사장은 알게 모르게 그 사람을 질투하고, 견제하며, 흠집을 찾으려 한다. 자기가 지분이 훨씬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자기 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하며,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키면서 자기 발로 회사를 그만두게 만든다. 그리고 직원들은 다 안다. 사장님이 왜 저러는지...


심지어 요즘은 교회들마저 부목사가 담임목사보다 설교를 잘하면 안 된다라는 진심 섞인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교인들 사이에 부목사가 담임목사보다 설교를 잘하더라는 소문이 돌면 담임목사가 위협을 느끼고 그 부목사를 쫓아낸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지만 인간은 그런 나약한 존재다.




특히 자기가 능력 있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이런 유형이 많다. 팀원일 때 유능하다고 칭찬받던 사람이 자기가 팀장이 되면 자기 조직을 자기보다 못난 사람들로만 채워 놓는다. 자기보다 잘난 사람이 면접을 보러 오면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서 떨어뜨리고, 더 최악은 어쩔 수 없이 뽑은 후에 충분한 권한을 안 주거나 여러 가지 제약을 걸어 그 사람이 제대로 일하지 못하게 만든다.


제대로 된 리더는 자기보다 나은 사람들을 모으고, 그 사람들을 더 성장시켜서 결국 조직이 성장하게 만든다. 쪼잔한 리더는 자기의 잠재적 경쟁자들을 떡잎부터 알아보고 잘라버린다. 결국 리더의 권력욕이 조직 전체를 좀먹게 하는 것이다.






다이빙 이야기 나온 김에 잠깐 삼천포로 뛰어들면,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에 이런 분위기가 아주 팽배하다.


그걸 확인하고 싶으면 우선 자기 회사의 임원 리스트를 놓고, 그분들이 임원을 몇 년 동안 했는지 옆에 써보라. (공정하게 하기 위해 회장님이랑 회장님 가족/친척은 빼자) 그리고 적당한 구간으로 잘라서 그래프로 그려보라. 예를 들어 임원 1~2년 차 15명, 3~4년 차 8명, 5~6년 차 5명 이런 식이다.


어떤 모양이 나올 것 같은가?


아마 위로 갈수록 살아남기 힘들 테니까 인원 수가 exponential 하게 감소하는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많은 회사들이 실제로 그려보면 이런 모양이 나온다.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된다면,




저기(?) 있어야 할 사람들 어디 갔을까? 






다시 이 글의 원래 제목으로 돌아가면, 창업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당신보다 잘난 사람을 뽑아서 부하로 두고 일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습니까?



겸손하게 "나는 원래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어서 당연히 괜찮아요"라고 생각한다면, 거짓말이다. 남들에게는 그렇게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인생을 걸고 창업을 고민할 정도의 사람 중에 자기만의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없다.




나이 서른넷 먹고 쪽팔린 이야기지만, 아직 마음속 깊은 곳의 초딩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으면 좋겠다'라고 외치고 있어서 아직 때가 아닌가 보다 하고 일단 다이빙대에서 내려왔다.


다음번에 다이빙대 위에 섰을 땐 좀 더 성숙해 있었으면 좋겠다. 그땐 무서워도 꼭 뛸 거다. 설마 죽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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