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레 신경외과로 향했다.. 그날은 사람들도 많아서 한참을 앉아 기다렸다가 내 순서가 되었다.
아픈 다리를 겨우겨우 끌고 병원으로 들어서자 의사 선생님의 놀란 표정이 보였다. 초음파를 본 종아리는 처참했다. 근육과 힘줄이 연결된 부분이 끊어져서 나는 제대로 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끊어진 부분에 피가 고여서 있었다. 친절한 의사 선생님은 현재 내 다리의 상태를 상세히 알려주셨다. 그리고 본인의 경험담까지 함께 덧붙여서 이야기해 주셨다. 족구를 좋아하던 의사 선생님도 예전에 나와 같이 다리를 다쳤고, 다 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슬픈 이야기까지... 의학적으로 다 낫는데 4주가 걸린다고 하지만 이후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다시 다칠 수 있고 그러면 더 오랜 시간 동안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힘이 빠져버렸다
깁스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의사 선생님도 깁스는 불편하고 힘들어서 3일 만에 떼어버렸다고 해 나도 고개를 젓고 물리치료만 받은 뒤에 병원을 나왔다. 이렇게 축구의 시작에 찬물을 붓는 일이 생기다니
"아! 망했어. 좀 더 몸 좀 풀고 움직일걸... 천천히 움직일걸." 앞선 의욕에 다친 다리를 보면 한숨만 나왔다.
그동안 축구가 아닌 다른 운동을 해본 적도 있었다. 혼자서 공원 달리기도 해 보고 계단 오르내리기도 해 보았다
하지만 혼자 하는 운동은 한계가 있었다. 당연히 운동은 작심 3일이 되기 일쑤였고 별다른 효과도 없었다. 큰 마음을 먹고 강제성을 가져보고자 문화센터에 줌바강의를 등록하기도 했다. 줌바를 들으면서 사람이 몸으로 할 수 있는 동작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에 감탄만 연발했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한바탕 움직이고 나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정말 잘하는 분들은 맨 앞줄에서 리듬을 타면서 움직였고, 나는 어정쩡하게 따라 하면서 맨 뒷줄에서 바삐 몸을 움직였다. 몇 번 수업을 들었지만 자꾸자꾸 비교만 될 뿐 늘지 않는 실력에 속이 상하기도 해 그만 중도에 해지를 하고 그만두었다. 아파트 안 요가교실이나 필라테스 강의도 들어보았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고르고 고른 와인빛 매트를 들고 운동복으로 요가교실에 들어섰을 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와 달리 다른 분들은 딱 붙는 탑과 레깅스를 입고 아주 우아하게, 동작들을 해내고 있었다. 나도 따라 하려고 애썼지만 굳어있는 몸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호흡도 같이 하려니 이도저도 되지 않았다.
'아이고아이고' 곡소리를 내면서 따라 해보려고 했지만 40년이 넘게 굳어있는 몸은 따라 하기를 거부했다. 슬프지만 이것도 몇 달을 해보다가 결국은 그만두었다.
내가 하는 일은 컴퓨터 앞에 앉아하는 일이다. 나의 손목과 어깨는 아프다고 늘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리는 늘 조용했다. 한참을 앉아있으면서 나의 다리는 힘들었을까? 편안했을까? 하지만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있다가 일어나는 나의 모습이 점점 슬로모션이 되어가고 있었다. 일어나서 걸어갈 때 다리가 무거워짐이 느껴지자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그대로 굳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함께 하자 무엇이든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우리 동네에 내가 가능한 시간대에 축구교실이 있다는 함께 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카페글을 보자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