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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연두 Jul 11. 2024

마음만은 손흥민입니다만..

톡톡톡... 조심스럽게 채팅을 건넸다. 

낯가림이 있는 내가 축구교실이 있다고 글을 올린 분에게 말을걸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몇 가지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았다장소는 어디인지대략의 나이대는 어떻게 되는지그리고 나와 같은 초보도 참여가 가능한지...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지만 떨림과 걱정이 앞서 바로 간다고 말하지 못하고 다음에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정말 단순하게 축구는 골만 넣으면 되는 경기라고 생각했나 보다. 알고 있는 축구용어라고는 골인~, 슈퍼세이브, 코너킥 정도가 다였다. 그런 쉬운 운동이라면 내가 도전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돌이켜보면 아주 심각한 착각과 오만 속에 있었던 것 같다.(모든 축구인 여러분들 무지무지 죄송합니다) 어찌할지 한 달 정도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축구교실에 나가 보기로 했다.

 '한 번만 딱한 번만 나가봐야지'

한 번만 참여해도 괜찮다는 채팅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몸도 마음도 가볍게 집을 나서게 되었다.

내가 가게 된 축구교실은 야외구장과 실내구장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가기로 한날 비소식이 있어서 수업은 실내구장에서 진행되었다.

축구화도 없이 운동화에 물과 수건을 달랑 들고 간 축구교실에서는 신입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거기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커피 한잔을 마시고는 가볍게 몸을 풀고  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나는 새로운 나의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뭐 원래 빠르고 날쌔고 유연하지는 않았지만 이건 너무한 거잖아"


정말 요즘 아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접두사 개-를 붙이는 게 정확했다내 발은 개발이 확실했다분명히 나의 마음은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손흥민이었지만 나의 몸은 제멋대로 움직이며  축구교실 수업 내내 저질체력을 제대로 뽐내고 돌아왔다. 빨갛게 달아올라 고구마가 되어버린 얼굴과 이제는 내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 두 다리까지... 축구화도 아닌 운동화를 신고 실내구장을 한 시간이 넘게 뛰어다녔다. 평소 천 걸음도 채 걷지 않던 다리로. 

돌아오는 길은 힘들었다무거운 다리를 힘겹게 끌고 돌아왔지만 마음은 가벼웠다왜인 거지 왜 이리 재미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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