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이 시작되는 무렵이었다. 축구경기가 있다며 직접 가서 보면 재미있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남편이 제안했다. '그냥 텔레비전으로 보지.. 어차피 그게 그거야..' '가서 보나 집에서 보나 똑같잖아, 뭘 굳이..'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속으로 구시렁구시렁거렸다. 표를 예매하기 위해 알아보았으나 마침 개막전 경기라서 많은 사람들이 보러 갔는지 표도 구하지 못했다.
'뭐야 왜 이리 관심들이 많은 거지? k리그가 이렇게 인기가 많았다고? 1부 리그도 아니고 k2리그인데???'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놀라운 사실을 인정하면서 표도 구하지 못한 개막전날 경기장 근처로 슬슬 내려가 보았다. 우리 집은 경기장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산책하듯이 가본 경기장 주변은 축제의 분위기로 가득했다.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 간식을 들고 바삐 들어가는 사람들, 이벤트 참여로 긴 줄까지... 활기차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나까지 설렘이 느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응원소리와 골인을 해서 환호하는 소리까지... 마침 내가 갔던 시간에 골이 들어가서 멀리서도 환호의 소리에 나도 소리를 지르고 싶어 졌다. '아~ 들어가서 직관하고 싶다!!!'
그리고 부지런히 다음경기 예매일정을 알아보았다. 그리곤 온 식구가 총 출동해 경기를 관람했다. 이후 나의 일정은 축구경기관람이 일 순위가 되었다. 미리 일정을 알아보고 표를 예매하고 되도록이면 축구스케줄이 우선이 되도록 했다. 경기에 관심 없는 첫찌와 셋찌는 집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냈지만 나보다 더 열정적인 둘찌와 남편이 함께했다. 저녁에 일을 하는 나는 평일 경기는 함께 할 수 없었지만 경기가 있는 주말은 시원한 물을 들고 경기장으로 신나게, 발걸음도 가볍게 걸어가고 있었다.
이때가 시작이었나 보다. 축구에 대한 나의 작은 관심이 시작된 것은... 그리고 지금 나는 보는 축구가 아닌 내가 움직이는 축구를 하며 활력소를 얻고 있다. 물론 보는 축구를 잊은 건 아니다. 보며 즐기며 응원하며 나의 사십 대 후반을 더 열심히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