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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연두 Jul 18. 2024

남편은 회장님이었습니다

9년 전,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연고가 있어 이사한 건 아니었다. 신도시이고 아파트도 깨끗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모두 도보권에 있어 학교를 다니기 편한 곳이었다. 남편의 회사도 가까워 그만하면 되었다 생각이 들었다. 이사를 하고 보통의 날들이 지나가고 있을 때즈음, 엘리베이터 안에 작은 안내문을 발견했다. 

<0월 0일 토요일 오전 풋살을 같이 하실 분을 모집합니다>

아파트 안에 작은 풋살장에서 함께 풋살 할 남자어른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남편과 함께 안내문을 보고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가서 운동해 보는 건 어때?”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인지라 무료하기도 하고, 운동도 부족했다. 주 1회 정도 부담 없이 운동하는 건 괜찮을 것 같아 권해보았다. 남편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용기를 내어 참석을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무척이나 어색했다고 한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운동을 좋아한다는 작은 교집합으로 토요일 아침 운동이 시작되었다. 

처음 공하나로 시작되었던 조기축구 모임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운동이 계속되면서 점차 연락처도 주고받고 친해지기 시작했다. 


작은 풋살장에서 하던 모임은 점차 입소문과 함께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해 풋살장에서 더 이상경기를 하기 힘들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주변 운동장과 경기장도 알아보아야 하고, 매 경기 팀도 나누어야 했으며 각종 준비물을 챙겨야 할 사람이 필요해졌다. 결국 조기축구는 멋진 이름도, 그리고 이끌어나가는 운영진이 필요했고 추천을 받아 투표가 이루어졌다.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열심히 나가던 남편은 그곳에서 ‘회장’이라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더 열심히 더 열성적으로 유니폼도 만들고, 규칙도 만들며 활동을 했다. 그 이후 벌써 8년의 시간이 흘렀다. 남편은 1대, 2대 회장을 맡아서 팀을 이끌었고, 현재도 꾸준히 활동 중이며, ‘다시 또 회장을 해볼까?’ 하는 야망을 내비치기도 한다.     


뒤돌아보니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을 축구를 한 남편이었다. 중간중간 다리를 다치거나, 일이 생기거나 할 때는 제외하고는 토요일 아침을 축구로 시작한다. 더운 여름에는 덥기 전에 해야 한다며 새벽부터 일어나 나가기도 하고, 비소식이 있는 날에도 뛸 수 있다며 축구화를 챙겨서 나간다. 처음엔 그런 남편을 지켜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취미일 뿐인데 그냥 빠져도 되는 건데 왜 그리 열심히인지... 내가 막상 접하고 나니 한번 빠져야 할 때마다 엄청 속상하고 가고 싶고 뛰지 못해 아쉬움이 커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축구를 하다 보니 동네 지인들도 알게 되어 힘들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기도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수다를 떨며 맥주를 한잔 마시기도 하면서 우리의 생활이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함께 축구의 매력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자기야 "나는 조기축구의 회장도 좋지만... 재벌회장은 어떨까? 힘들겠지"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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