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중입니다
"탁탁 탁탁탁~~!!"
쉴 새 없이 자판을 두드린다. 두 눈은 모니터를 응시 중이다. 머릿속 내용을 손끝에 모두 담아내는 모습이 멋져 보인다. 그동안 내가 생각한 작가들의 글 쓰는 모습이다. 물론 이런 모습은 나에게만 보인 큰 착각이라는 건 잠깐의 경험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저절로 영감이 떠오르고, 키보드에 손을 얹으면 자연스레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줄 알았다. 분명 티브이 속 작가들의 모습이 그랬고, 유튜브 속 영상의 브이로그들이 그랬다. 긴 시간을 꼼짝도 않고 앉아서는 경쾌한 자판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움직이고 자판을 쳐나갔다. 그리고 완성된 원고들을 출판사에 보내면 원고 완성!!! 이건 순전히 나의 눈에 보인 일부분의 모습일 뿐!! 대부분의 작가들은 글이 잘 나오지 않아서 머리를 부여잡고, 책상을 두드리고, 한숨을 쉬고, 이리저리 몸을 뒤틀면서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지 않을까??
글쓰기가 쉬웠다면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쉬운 일은 하나도 없는데 그 쉬운 법칙을 나는 잊고 있었다. 아니면 알면서도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걸까?
그렇지!! 나는 아주 큰 착각에 빠져있었다. 어릴 때 일기 쓰기와 독후감 쓰기가 다였던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읽히는 무언가를 쓰려고 하다니.. 웹소설은커녕 기본적인 글쓰기 실력도 없었으면서 감히 웹소설씩이나 쓰겠다고 덤비다니!
웹소설을 쓰려면 많은 웹소설들을 읽는 게 다가 아니었다. 현재 웹소설 시장의 트렌드를 볼 줄 알아야 하고, 내가 쓰는 소설 속 인물의 직업에 대한 탐구과정도 필요하다. 각각의 인물들이 결국엔 연관성을 가지고 있고, 개연성이 있어야 독자들도 읽으면서 납득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풍부한 상상력과 상식, 다양한 지식까지..
설레발치면서 나섰던 모습이 살짝 부끄러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짧게나마 써두었던 나의 끼적거림 들을 돌아보니 손발이 오글거리고 웃음만 나서 더 읽을 수도 없었다.
"그래 처음엔 다 그런 거야"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읽고 나서 지우려고 했다가 그만두었다.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헤밍웨이의 말이 여기에 맞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작은 쓰레기들은 한글 파일 속에 잘 보관 중이다. 언젠가 다시 볼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나의 웹소설 도전기는 시들해졌다.
누군가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닌데 하려던 목표가 사라지자 무언가 빠져버린 듯 아쉬운 마음이었다. 매번 작법서들을 찾던 도서관에서 나는 좀 더 다양한 책들을 만나게 되었다. 시야를 넓히자 웹소설만큼이나 재미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런치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와 무언가 다르게 느껴지는 곳.
읽다 보니 다음 편을 꼭 읽어야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곳.
사람들이 사는 다양한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해 주는 곳.
나도 한 번쯤은 글을 써보고 싶은 곳.
그리고 지금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