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거 뭐야?"
"응, 콩국수 만들려고"
물속에 잠긴 노란 콩들은 한참을 그곳에 있다가 냄비로 들어갔다.
잠시 후 푹 삶아진 콩들은 통통해진 모습이었다.
뜨거운 한 김이 날아가게 식혀둔 콩을 엄마는 믹서기에 한국자씩 넣어 콩국물을 만들었다.
어린 나는 옆에 앉아서 노란 콩을 하나씩 주워 먹던 기억이 난다.
푹 삶아진 노란 콩은 고소하니 맛있었다.
믹서기에 갈려진 콩은 구수한 두유가 되어있었다.
"먹어봐! 몸에 좋은 거야!!"
소금을 살짝 넣은 콩국물은 따뜻하고 맛있었다.
하얗고 길쭉한 국수도 물에 들어가 부드럽게 삶아졌다.
엄마는 국수를 한 줌 담고는 그곳에 콩국물과 얼음까지 넣어 시원한 콩국수를 완성했다.
참 희한했다. 콩을 쏙쏙 건져먹으면서, 콩국물도 잘 먹으면서, 콩국수로 변신한 음식은 싫어했다. 국수를 특별히 싫어하는 것도 아니면서 국수와 콩국물이 만나면 싫었다. 분명히 잘 먹던 콩국인데도 고개를 돌렸다.
할 수 없이 엄마는... 다른 가족은 콩국으로... 내 음식은 밥을 따로 차려야 했다.
콩국수를 만드느라 든 시간과 과정은 꽤 컸다.
미리 콩을 불려야 하고, 삶고, 믹서에 갈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안 먹고 밥타령이라니! 아휴!
그 더운 여름에 엄마는 이런 과정들을 하나하나 거쳐가면서 만드셨다.
그 시절에도 콩국수를 파는 곳이 있지 않았을까?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나가서 값을 지불하면 편안하게 시원하게 먹을 콩국수를 엄마는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늘 정성껏 만드셨다.
콩국수뿐만 아니라 냉면도 그렇다.
더위를 물리치는 시원한 냉면도 엄마의 육수 만들기부터 시작되었다.
일일이 야채와 멸치들을 다듬어 끓여 육수를 내었다. 그리고 면을 삶아 씻어낸 뒤 시원하게 만들어둔 육수에 부어서 냉면을 만들어 내였다.
냉면이나 콩국수 모두 아빠가 좋아하시던 음식이었다. 더운 여름에 힘들게 일하시고 난 뒤 엄마가 만들어주신 시원한 콩국수나 냉면은 아빠의 최애 음식이었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매년 여름 빠지지 않고 콩국수와 냉면을 만들었다. 냉장고엔 콩국과 냉면육수가 늘 비치되어 있었다. 물론 입 짧은 철없는 딸내미의 반찬들도 따로 준비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참 이상하게도 이젠 여름이 되면 콩국수와 냉면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 먹지 않던 이 음식들은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먹게 되었다.
최애음식까지는 아니지만 "이 집이 맛집이래!!" 하면 찾아가서 먹어보기까지 한다.
엄마가 아시면 다시 한번 등짝 스매싱을 날리지 않을까?
"이놈의 지지배 그렇게 엄마를 고생시켜 놓고! 진작에 먹지 쫌!!!"
그래서인지 냉면이나 콩국수를 먹을 때면 엄마생각이 난다. 이제는 먹을 수 없는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들어간 콩국수와 냉면을... 그때 많이 먹어둘걸..
지금은 겨울이 되어가는데 왜 이 음식들이 먹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