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벌써 11월이 끝나가는구나!!"
부엌이 싫은 내가 소위 말하는 '돌밥돌밥'을 해야 하는 시기인 '방학'이 이제!!!! 돌아오고 있다.
서서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때이다.
연초가 되면 새 달력에 동그라미로 일 년의 행사들을 미리 적어놓는다.
아이들마다 학교가 다르기에 학사일정도 다르게 나온다.
막내만 학교 가는 날, 큰애만 쉬는 날... 그래도 올해는 둘째가 고1이 되면서 첫쨰와 같아졌기에 학사일정도 조금은 수월해졌다. 작년과 재작년은 세 아이들의 학교급이 모두 달랐다. 초등학교 막내와 중학교 둘째, 고등학생 첫째까지...
하루하루 달력을 잘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초등학교에 있는 재량휴일과 중학교는 달랐고, 수능날 쉬는 고등학생과 쉬지 않는 중학생은 달랐다. 방학일정도 하루이틀씩 차이가 나서 확인 후에 아침에 깨워야 할 녀석을 잘 챙겨야 했다.
"에고! 애가 셋이니 애미노릇하기 쉽지 않네"
투덜대듯 남편에게 하소연했다.
방학이 돌아오면 점심에 먹을 식단도 함께 적어두려고 한다. 매번 식단을 짤 때마다 무엇을 더 넣어야 할지 머리를 몇 번 쥐어짜주어야 한다.
입 짧고, 취향이 다른 세 녀석을 모두 맞추는 건 난제이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은 다행히 길지 않다지만 겨울방학은 두 달이나 된다.
그 긴 방학 동안 부엌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어쩔 땐 나도 모르게 예민해지게 된다.
학기 중에 급식으로 해결됨은 너무 감사한 일이다. 고작 두 달의 방학에도 뭘 먹여야 할지 허덕이는 나인데...
"이러면 안 되겠다"
이렇게 고민고민만 하지 말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때이다.
요즘 럭키비키라는 밈이 유행이던데!!
"그래! 그래도 우리 애들을 내가 직접 점심을 해줄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지! 내가 없다면..."
맞다! 내가 점심을 해주지 못했을 때가 있었다.
언제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막내가 태어나기 전이었던 것 같다. 두 딸아이들이 아직 어렸지만 나도 일을 나가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날그날 먹을 음식을 알려주고 나가면 두 아이가 차리고 치우는 역할을 해야만 했다.
어린 두 아이가 하기엔 쉽지 않았다.
돌아와 보면 부엌은 엉망이었다. 먹고 난 그릇들은 싱크대에서 이리저리 뒹굴고, 바닥과 식탁 위에는 흘린 음식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곤 서로가 오늘 밥 차리는 일을 더 많이 했다면서 내일은 밥 차리기 싫다고, 치우기도 싫다고 투덜거렸다.
그렇지만 배가 고프니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둘이서 해결해야 했다.
안쓰럽고 걱정되었지만 주변에 도와줄 친척도 부모님도 계시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런 힘든 방학을 지나고 나서 내가 막내를 갖게 되고, 직업을 바꾸어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두 아이들이 차리던 밥상은 끝이 났다.
"다행이야!"
계속 그런 시간들이 지속되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도 나도 힘들었을 것 같다. 주변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매번 점심을 시켜주기도 하고, 나오기 전에 도시락을 싸두고 온다고도 한다. 바쁜 아침에 점심까지 준비하고 나온다면 나도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조금 힘들지만 일도 하면서 밥도 차려줄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그래도 내 아이들에게 따뜻한 점심밥도 차려줄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해본다.
완벽한 전업주부도 아닌, 그렇다고 출근하는 워킹맘도 아닌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라고! 그러니 너무 힘들어하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의 방학을 대비해야겠다.
"지금의 나는 완전 럭키비키한 상태야! 매일 혼자 먹던 점심도 방학 때는 아이들과 함께 먹으니 더 맛있을 거야"
"요리를 잘못하는 엄마지만 우리 즐거운 방학맞이를 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