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인가?
우연히 이모티콘에 관심이 생겼다.
이모티콘을 직접 그려서 만들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책을 사서 공부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그림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인지라 그냥 그때 반짝 관심으로 끝나버렸다.
요즘 들어 인스타그램을 하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영상이 있었는데, 바로 그림을 그려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영상이었다.
집에서도 가능,
똥손도 가능,
한번 그려두기만 하면 돈이 되고,
월세까지 벌 수 있다는.....
혹한다 혹해!!!! 끌린다 끌려!!!!
광고라는 걸 알면서도 어느새 손은 영상을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마음은 회사를 그만두고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생각만 해도 천국이었다.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니 마냥 어려운 일만은 아니었다. 이미 그림을 그리면서 꽤 번듯한 수익을 얻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에 귀가 팔랑거렸다.
회사를 다니면서 수입이 생기고, 부업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수입이 생기고...
이건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구나!! 자 자~~ 팔로우 꾹!
팔로우를 하고 다른 영상들을 찾아보았지만, 혼자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판매해서 수입을 얻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어디서 그림을 그리고, 무엇으로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어디에 판매해야 하는지 자세한 걸 알려면 팔로우만으로는 어려웠다.
강의를 듣거나, 책을 사서 읽거나, dm을 보내야 했다.
막연했던 그때 근처 가까이 배움터에서 [디지털 드로잉] 강의가 있다고 한다.
"그래~~ 배우러 가보자"
도전하려고 생각했지만, 필요한 준비물이 있었다.
나에겐 없는 비싼 디지털 문물, 아이패드.
실망하려던 찰나... 핸드폰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말에 눈이 갔다.
뛰어난 성능을 아니지만, 전화는 잘 터지는 나의 공짜폰.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자주보이는 인스타툰들,
카카오톡을 하면서 사용하는 이모티콘들,
블로그를 하면서 사용하는 스티커들...
일을 하면서 사용하는 미리 캔버스....
이렇게나 디지털 드로잉의 활용방법이 무궁무진하다니!!!! 얏호
"그러면 나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는구나"
김칫국을 한 사발 마시고 나서, 착각의 늪에 들어갔다.
지금 아이패드는 없지만, 첫 수업을 다녀와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 뒤로 나는 석 달 동안 디지털 드로잉수업을 배웠다. 무척이나 재미있고 알찬 수업이었다. 이해하기 쉽게 잘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문제는 나였다.
한 회 한 회씩 강의를 들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패드를 가지고 왔다.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
핸드폰과 다이소 펜슬!!
장비의 차이는 점점 넘사벽이 되어갔다.
넓은 패드에 섬세함을 자랑하는 애플펜슬의 성능은 반짝거리면서 원하는 그림을 멋지게 완성해주고 있었다.
좁은 핸드폰에 펜 부분이 납작한 다이소 천 원 펜슬은 갈수록 앞부분이 너덜거려서 몇 번 새 펜을 구매해야 했다. 새 펜을 구매했지만 이번엔 프로그램의 문제인지, 아니면 핸드폰의 문제인지... 화면의 오른쪽 위부분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몇 번씩 반복해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 결국은 설명을 놓쳐버렸다.
어느 정도 강의가 진행되자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핸드폰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건 나 하나뿐이었다.
나 역시 갖고는 싶었지만, 현재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나의 그림도구는 핸드폰과 다이소 펜슬이었다.
점점 배우는 내용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질수록 나의 핸드폰은 그 힘듦을 이겨내지 못하고, 느려지고 잘 그려지지 않아서 나의 애를 태웠지만, 그래도 배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늦은 나이지만 무언가 해보려는 나의 모습이 나름 기특해 보였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작은 화면에, 투박한 펜슬이지만 뭔가를 해보겠다면서 노력하는 나를 또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늘 작심삼일이던 내가 그래도 석 달 동안은 디지털 드로잉으로 수익화를 해보겠다면서 열정을 불태워 보았다. 아쉽게도 부족한 장비로 인해 아직은 더 진척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지만, 언젠가는 다시 한번 더 배워서 정말 수익화의 길에 다가서고 싶기도 하다.
나의 만능 엔터의 꿈을 시작이라도 해볼 수 있게... 다이소 펜이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