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젊은힐러 루이 Dec 07. 2017

11. 남 잘되면 배 아픈 놀부 심보의 직장인 세계

젊은힐러의 직장인 스토리 #11


갖지 못할 거라면 너에게 주지도 않겠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악한 사람은 없다고 본인은 생각하지만 이는 회사가 아닌 사외에서나 찾아볼 만한 얘기가 아닐까 싶다. 물론 사내에서도 좋으신 분들은 많을 것이며 설사 타인에게 나는 좋은 사람인지 궁금할 때가 있지다. 하지만 '좋은' 이란 개념 자체가 워낙 추상적이고 개인별 기준에 따라 모호하기에 일단 '남에게 피해를 안주는'으로 정의하도록 하자.


상기 진부한 얘기는 어제 있었던 필자의 본 경험에 대한 나 자신의 고찰 서막이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 볼까 한다.



1. 송년회의 달, 12월


12월, 2017년의 마지막을 걷고 있다 보니 각 회사들의 부서에서 송년회 겸 조직력 강화 행사를 진행하곤 한다. 필자가 속해있는 이 곳 역시 송년회가 거행되었고 외관상 송년회지 사실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자들을 떠받들기 위한 일종의 파티였다.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준비를 위한 노동인구로 대거 투입이 되었고 Change Agent(일명 C.A)라 불리는 1년 직책 요원들은 이를 지휘 통솔하며 마치 프로젝트 진행하듯 송년회를 몇 주간 준비해왔다.



2. 행운의 추첨


골자만 조금 더 들어보자.


진부한 송년회의 행사 얘기보다 150여 명의 부서원들에게 가장 관심이 있던 행사는 마지막 추첨 행사 였다. 1등에겐 30만 원 상당의 스마트워치(갤 XX 기어)가 주어졌고 팀장 이사가 직접 추첨하여 선물을 증정한다. (4~5등까지 상품이 있었지만 1등 상품의 금액을 봤을 때 백여 명의 참석자 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했을 것으로 예상) 그런데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 시작이었다. 모든 사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팀장이 뽑은 단 한 명의 행운의 주인공의 이름이 바로 필자의 그것과 동일했던 것이다. 그렇다, 바로 나였다.



3. 전쟁의 서막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상당히 해피엔딩이어야 정상일 것이다. 필자가 쑥스러워하며 단상으로 올라가 팀장과 악수를 나누며 1등 상품을 받았을 것이고 사진도 찍고 희미한 썩소를 날렸겠지.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1시간 반가량 자리를 지키다 좋지 못한 신체 컨디션 덕에 자리를 떴기 때문이다. 상품은 필자의 것이 되지 못했고 다음 사람에게 행운이 돌아갔다. (그 물건은 애초부터 그분의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평소 친분이 없던 사람들의 카톡이 폰 속에서 펼쳐진다.


루이 씨 아쉽네요 20분만 있었으면 상품인데!

소식 들었나요? 에고... 안타까워라

자리에 안보이시던데 어디 가셨어요?


필자도 사람인지라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처음부터 내 물건이 아녔거니 생각했다. 이런 기회라는 것들 중에 당첨이라는 행운이 찾아왔던 적도 없었고 인생에 한정돼있는 운 중에 이런 일에 개인 행운을 소모하긴 더더욱 싫었다. 하지만 카톡의 내용은 좀 의외였다. 결국 카톡을 보낸 당사자들도 상품을 못 타서 아쉬운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덤덤히 넘어가기로 했다.



4. 놀부 심보


지금부터 3시간 전, 출근을 한 와중에도 이 사건은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150여 명의 부서원들 모두가 필자에게 한 마디씩 건넨다. 아쉽다는 듯한 뉘앙스보다 비웃음을 직접적으로 선사하는 동료들도 있다. 정작 당첨된 사람에게 축하한다는 말은 건네지 않은 채 옆에 있는 필자에겐 마치 시험에 낙방한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툭툭 던져낸다.


'저는 괜찮은데요'

'아니야 많이 아쉬울 거야, 나라도 아쉽겠다'


물론 아쉽긴 하지만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놀부 심보란 말인가. 친한 동료에게 들어보니 어젯밤 이 2~30만 원의 1등 상품에 모든 부서원들이 열광했다고 한다. 월드스타 등장 못지않을 열기다 보니 본인의 이름이 나오지 못해 못내 아쉬웠을 것이라 했다. 잠시 스쳐간 필자의 이름이 불린 사실에 대해서도 그들은 시샘과 부러움으로 가득 찼던 것이다. 그리고 불렸던 사람이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즐겁고 유쾌한 마음까지 드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사실 극단적으로 비관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으나 회사란 그런 곳이다. 평가 아래 경쟁이 있듯이 가족 같은 분위기보다 한 명 한 명 이겨야만 하는 전쟁터다 보니 이런 경품에서도 그 부서의 조직문화와 개개인의 사상이 잘 드러날 수 있었다. (유독 해당 부서가 회사 내에서 자타공인되는 특이 부서 중 하나기도 하다)



5. 좋은 기회


30만 원짜리 상품이 무료로 생겼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앞서 얘기했지만 필자에게 존재하긴 하나 결과적으로 내 손에 없다면 내 물건이 아닌 것이다. 당첨된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옆 사람인 나에게 지속적인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다른 의도로 건네기엔 상호 소모되는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고 여겨진다. 필자에게도 조금 더 대범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당첨자가 무안하지 않게 한마디 건네줄 여유까지 생겼다. 아직까지 회사생활에서 배울만한 점이나 자아 발전의 기회가 많아 이것 역시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나만의 기회'


좋은 기회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표현이지 않을까?


마음을 곱게 씁시다 직장인 여러분 :)


진실된 공감과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많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젊은힐러 루이

직장인 8년 차, 직장인을 위한 콘텐츠 강의 중
'나는 1인 기업가다' 매거진  칼럼가

< 강의 Contents >

직장인을 위한 자아성찰
직장인을 위한 부동산 투자
직장인을 위한 마인드 리프레쉬

< 강의 및 상담문의 >

메일> younghealer10@gmail.com
카톡> esiria




젊은힐러의 다른 스토리 #01

https://brunch.co.kr/@younghealer/15


젊은힐러의 다른 스토리 #02

https://brunch.co.kr/@younghealer/14


매거진의 이전글 10. 직장인들이 성과를 강요받는 진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