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이 납신 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비좁은 옷장으로 들어가
언제 햇살과 찬란한 조우를 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신세로 전락하는 불쌍한 아이템들.
그래서 <무의식>에 억압된 게 어떤 종류일까를 되짚은 날이다.
<예문에서 제시한 헨리 푸젤리의 악몽>
"창의성과 인간 마음의 어두운 부분을 연관시키려는 시도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리스토 텔레스는
멜랑콜리가 시인과 철학자에게 자연스러운 기질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기질은 신에게서 온 영감일 수도 있지만,
보통의 인간에게는 그냥 미친것으로 보일 것이다.
후에 낭만파 예술에서는
천재란 < 정신적 고통과 극도의 행복감 같은 양극단을 오가는
숨겨진 심리학적 원천을 가진 자>라고 확신했다.
독일 철학자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에게
인상 깊은 이미지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어둠이 깔릴 때 날개를 펴서 날아가는 장면이었다.
고야의 판화 시리즈 <변덕들>이나
스위스출신 영국화가 헨리 퓨젤리의 그림에 나타난 꿈은
프로이트가 말한
억압된 욕망이 표면으로 드러나서 환상이 활동하기 시작한 장소였다.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이란 <마음의 특별한 영역>으로,
<나머지는 전부 차단되는 곳>이었다.
그에게 마음이란 지형도의 중심을 차지하는 장소였다.
프로이트는 사회적 금기에 해당되는
욕망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억압되며
무의식의 영역에 머문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깨어나기를 거부하는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는 왕도가
바로 꿈의 해석이었다."
-마이클 버드의 예술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에서 발췌
언제부터인지 꿈을 꾸지 않는 날이 많다.
아니 꿈을 꾼 날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꿈을 꾸지 않으면서부터 잠자는 시간이
죽어있는 시간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아침에 부활하고 밤에 죽는?
기억나지 않지만 자는 동안 꿈을 꾸었다면,
그 꿈들은 모두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라 여겼고,
무의식에 존재하던 그 무엇,
예를 들면 <지름신> 같은 종류가 나타나
내 의식을 마구 휘젓는 것일까?
헨리 푸젤리의 악몽은 낭만주의 시대의 그림이지만
<꿈>을 소재로
그린 것이라 초현실주의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계획에 없던 쇼핑을 한 기억마저 지우기 위해서
감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샤갈의 작품 <에펠탑의 신랑 신부>를 꺼내보는 시간이다.